회원권 잡담...(feat조선팰리스)

2022.11.19 17:52

여은성 조회 수:1070


 1.돈 주고 고가품을 사는 건 거추장스러운 일이예요. 스포츠카나 에르메스백을 샀을 때 가장 안좋은 점은 돈이 아깝다는 게 아니거든요. 내게 스포츠카가 귀속되는 게 아니라 내가 스포츠카에 귀속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사놓기만 하고 안 타는 스포츠카가 차고에 몇주간 있으면 그 스포츠카를 타고 한번쯤 드라이브를 나갈 일을 만들어서라도, 괜히 그 스포츠카를 끌고 나가게 되니까요. 너무 비싼 핸드백이나 너무 비싼 시계도 마찬가지고요. 뭘 사놓고 있으면 괜히 그걸 활용할 일을 만들게 돼요. 그게 다 낭비죠.


 그야 파텍 필립 시계가 필요한 날에 사서 한번 차고 버릴 정도의 재력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런 비싼 시계를 차고 나가서 다시 정성스럽게 놓아두고 관리하는 건 거추장스러운 일이니까요. 애초에 처음부터 스포츠카나, 파텍 필립 시계를 안 사면 그것들을 잃어버릴 일도 관리할 필요도 없는 거거든요. 돈이란 것은 계좌에 주차해 두기만 하면 세차할 필요도 없고 오버홀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관리가 되는데 뭐하러 돈을 스포츠카나 비싼 시계랑 바꾸겠어요? 돈은 돈인 채로 가지고 있는 게 최고예요. 핵미사일과 비슷한거죠.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좋지만, 굳이 발사하지는 않는 게 좋아요.



 2.하지만 그래도 큰돈 주고 살만한 게 하나 있죠. 회원권이예요. 회원권을 사도 거추장스러운 실물이 들어오는 건 없거든요. 회원권으로 사는 건 해당 공간에 출입할 권리뿐이니까요. 내가 직접 회원권으로 산 공간을 관리할 필요도 없고요. 그냥 돈만 내면 매일 청소가 되고 관리가 되는 공간과 인프라를 그대로 써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회원권의 좋은 점은, 비싸면 비쌀수록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회원권 가격을 보고 '제기랄! 뭐가 이렇게 비싸!'라는 말이 나오는 회원권이 있다면 거기엔 장점 하나가 있거든요. 그 가격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공간은 쾌적해지니까요. 회원권이란 건 비싸면 비쌀수록 그만큼 공간에 사람이 줄어드는 법이예요. 비싸도 돈이 안아까운 이유가 비싼만큼 낮은 인구밀도를 살 수 있다는거죠.


 그러니까 회워권을 살 때는 너무 돈값을 하는 회원권보다는 돈값을 못하는 회원권을 사는 게 좋아요. 돈값을 못하는 회원권일수록, 그곳에는 회원이 적은 법이니까요.



3.처음 조선팰리스 회원권이 나왔을 때는 돈이 아까워서 고려도 안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조선팰리스를 가보고 '장난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피트니스나 사우나가...이름값에 비해 좀 별로였거든요. 그야 호텔회원권 사서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규모와 시설은 충족되어야 하니까요. 차라리 그보다 싼 포시즌스 회원권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요. 뭐 사봤자 멀어서 자주 갈 수는 없는 곳이지만.



 4.휴.


 

 5.그런데 요즘은 약간의 호기로움이 생기기도 했고.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남들은 스포츠카나 비싼 시계를 잘 사는데 내가 그런 것들에 아끼는 돈을 생각해보면 그냥 조선팰리스 회원권을 사도 되겠다 싶었어요. '무조건 사겠다'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선팰리스에 가서 상담도 하고 시설 안내도 제대로 받아볼까...정도의 생각까지는 들었어요. 사실 그런 곳에 가서 인사도 받고, 과장된 미소를 띈 직원을 대동해서 시설안내도 받으면 그냥 나가기 쪽팔려서라도 계약하게 돼요. 아주 크게 거슬리는 점만 없으면.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조선팰리스의 회원권은 10억! 10억으로 올라 있었던 거예요. 왓? 뭐라고? 뭐라는거야? 10억원? 이건 아니지. 정용진 너라면 니돈 10억 주고 여기 회원권 살거야? 당연히 10억원을 줄 돈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더라도 미쳤다고 이 회원권을 사겠어요? 발리오스 승마클럽+골프 회원권 패키지로 사도 5억이라고요. 그런데 오직 피트니스만으로 10억?



 6.물론 위에 썼듯이 '회원권 가격을 보고 '제기랄! 뭐가 이렇게 비싸!'라는 말이 나오는 회원권이 있다면 거기엔 장점 하나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것도 서울에 호텔피트니스가 조선팰리스 딱 하나만 있을 때의 얘기예요. 조선팰리스보다 시설 더 좋고 접근성도 더 좋으면서 가격은 10분의 1정도인 피트니스는 많거든요.


 부동산 빼고 이것저것 빼고 현금으로만 100억이 있어도 10억짜리 회원권은 안살걸요. 초기 가격의 조선팰리스 회원권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고 해도, 가진 현금이 여기서 그대로 10배가 되어도 10억 회원권은 안 사요. 그만큼 10억은 그냥 가지고만 있어도 엄청난 돈이예요. 무언가 관심있는 종목이 떨어질 때 적당히 담기만 해도 대기업직원 연봉이 금방 나오는 돈이라고요. 아니 10억 내고 무기명 회원권에 평생 연회비 면제라고 해도 안 살 거예요. 왜냐면 드래곤시티 무기명 회원권이 1억 2천이거든요. 차라리 용산에 놀러다니며 무기명 회원권 쓰고 말지 어떤 개인이(법인 말고) 10억 내고 저 회원권을 사겠어요? 뭐 법인이라면 회사돈 빼서 가는 놈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 돈으로 10억을 저기다 박기는 힘들다고요.


 그야 정용진 입장에선 'ㅋㅋ 10억이 큰돈이라고 생각하세여?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호텔 안오시면 되겠네여.'라고 쿨한척하며 말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10억 받고 회원권 팔아먹으려면 10억에 어울리는 수준의 공간을 갖춰 놓고 팔아야죠. 아마 모종의 사건으로 약이 올랐거나 악에 받쳐서 회원권 가격을 저렇게 끌어올린 것 같다...라고밖에는 짐작이 안 돼요.



 7.내 생각에 저 10억 회원권이 살 가치가 있으려면 회원권 산 사람 이외에는 전면 출입금지여야 해요. 어떤 투숙객도, 설령 조선 그랜드 마스터스 스위트룸에 쌩돈 주고 묵는 투숙객이라도 들어갈 수 없어야 하죠. 내한공연을 온 테일러 스위프트가 조선팰리스에 묵더라도 들어갈 수 없어야 해요.


 왜냐하면 10억을 내고 빌려쓰기만 하는 공간인데 타인의 출입을 허락하는 건 말도 안되기 때문이죠. 사실 시설은 거기서 더 허접해도 돼요. 한 1억~+@ 정도의 호텔회원권이라면 투숙객들이랑 공유하는 걸 적당히 참을 수밖에 없겠지만 10억은 말도 안 되죠. 조선팰리스는 지금 10억 회원권을 팔면서 그 공간을 다른 회원이랑 공유하게 만든다는 점이 어이없는 거예요. 만약에...내게 현금으로만 100억이 있고, 어딘가의 10억 회원권을 사는 대신 회원 말고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면 어느 정도 고려는 해보겠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다면 10억은 납득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야 나는 납득하기 힘들지만 진짜 부자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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