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s End. 2013

movie_image.jpg?type=m665_443_2

에드가 라이트 감독. 주요 출연진은 위 포스터 그대로입니다. 5명의 친구들과 로자먼드 파이크. 사이먼 페그가 들고 있는 게 분위기상 폭탄 같이 보이지만 아니고 맥주잔입니다. 지난 번에 이 감독님 영화 세 편을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그때 없었던 본 영화가 웨이브에 있어서 봤습니다. 

'뜨거운 녀석들' 의 두 주인공이 여기서도 중심이 되네요. 그 영화만큼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에 뭔가 마음 짠함이 더해집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흐른 시간이 배우들에게도, 영화의 내용에도 반영되어 있어서 연달아 본 감상자에겐 그런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동창 다섯이 있습니다. 겉보기에 남들과 비슷하게 (알고보면 허접하지만)그럭저럭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네 명과 가족도 돈도 없고 알콜 문제까지 있어서 누가 봐도 번듯함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사는 한 명, 이 다섯이 고향으로 가서 어릴 때 못 마친 미션을 완수하려는 내용입니다. 그 미션이란 게 고향에 있는 술집들을 도장깨기하며 순례하는 것이고요. 그러는 과정에 억지를 쓰며 고향 방문을 주도한 한 명의 친구 플러스 억지로 끌려오다시피한 네 명의 친구들은 고향 동네가 수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당탕탕 소동이 이어집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주인공은 스마트함과 정의로움과 혈기로 빤짝이던 느낌을 주었었는데요, 세월은 흐르고 먹고 살기 바빠 매사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현명함으로 여기고 사는 중년들이 되었습니다. 한 명은 먹고 살기 바쁜 척도 못하는 실패자가 되어 친구들의 기피대상이고요. 

영화는 실패하는 사람들, 루저들을 편들기 위한 거대한 소동극입니다. 마지막 술집까지 기어코 방문하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돈 안 되는 일, 실속도, 쓸 데도 없는 일에 목숨 겁니다. 모두모두 비슷한 모습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비켜나서 제멋에 살아온 이들이 지구가 끝장나도 버티는 걸 보여 주네요. 후반부에는 루저들이 문명을 지탱한다고 항변하는 대사까지 나오는 걸 보면 조금은 직설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엘리트들이 개판치는 현실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재미를 찾아 자유롭게 늙어가는 루저를 편드는 이 영화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20
121709 [티빙바낭] 본 김에 이어 달린 '웜우드: 좀비 아포칼립스' 잡담 [4] 로이배티 2022.12.02 295
121708 달과 화성이 붙어있어요 [2] 가끔영화 2022.12.02 249
121707 안티 백종원 [5] Sonny 2022.12.02 838
121706 프레임드 #266 [4] Lunagazer 2022.12.02 112
121705 Sight & Sound 역대 베스트 영화 리스트 발표됐네요 [6] modify 2022.12.02 604
121704 벨기에 떨어졌군요 [3] daviddain 2022.12.02 392
121703 U2 -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2] catgotmy 2022.12.02 184
121702 오늘 우리 월드컵 스코어 어떻게들 예측하세요? [13] theforce 2022.12.02 659
121701 [넷플추천] 노르웨이산 초자연재난스릴러 '트롤' [6] LadyBird 2022.12.01 535
121700 21세기 대한민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7] 일단은익명 2022.12.01 1491
121699 프레임드 #265 [7] Lunagazer 2022.12.01 133
121698 이승환에 대해 catgotmy 2022.12.01 554
121697 유가족들이 시신을 찾지 못해 헤맸다고 하더군요 도야지 2022.12.01 416
121696 [넷플릭스] '리타',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 [4] S.S.S. 2022.12.01 370
121695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그녀가 말했다’, ‘본즈 앤 올’ [5] ally 2022.12.01 595
121694 교회에 끌어들이려는 사람 [8] 산호초2010 2022.12.01 656
121693 [왓챠바낭] 제목 대비 훌륭합니다. '웜우드: 분노의 좀비 도로' 잡담 로이배티 2022.12.01 301
121692 강추위, 산책, 베팅, 튀니지..., 타임스퀘어 여은성 2022.12.01 369
121691 당근과 잡채 [2] Sonny 2022.12.01 509
121690 지도보고 나라 맞히기, "월들" 한번 더 하시죠 [4] Lunagazer 2022.12.01 33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