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작입니다. 4반세기 전! 런닝타임은 96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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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몰려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요. ㅋㅋㅋㅋ)



 - 1997년, 폴 '윌리엄 스콧' 앤더슨의 비전에 따르면 인류는 2015년에 달 식민지를 만들고 2032년엔 화성에서 채굴을 시작하며 2040년엔 해왕성을 넘어 우주를 탐험하는 (그리고 사실은 비밀의 최신 기술을 갖춘) '이벤트 호라이즌'호를 개발하게 됩니다. 오 주여... ㅋㅋㅋ

 암튼 그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승무원들과의 연락이 끊긴 채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구요. 그로부터 7년이 흐른 2047년이 배경입니다. 미국의 지도를 밝혔다는 탐험가들 이름을 딴 '루이스 앤 클락' 호가 그 실종된 배로부터 7년만의 교신을 받고 탐색 및 구조 업무를 띄고 급파되구요. 그 배엔 믿음직한 모피어스 로렌스 피쉬번 함장님도 계시지만 그냥 얼굴만 봐도 미친자 같은 우리의 샘 닐 박사님도 함께 타고 계시니 앞으로 벌어질 일은 불 보듯 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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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명목상의 주인공들. 거의 다 장르의 도구 1, 2, 3... 같은 느낌입니다만. 우측 3번째 양반이 막판에 아주 뜻밖의 전개를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 진짜 이런 영화에 저런 캐릭터가 나올 줄은...;)



 - 워낙 유명한 영화이고 또 설사 안 봤어도 대략 스토리는 다 알고 계실 테니 요약은 대충 했습니다. 사실 스포일러 없이 쓰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영화이기도 하죠. 기본 설정만 봐도 결말까지 다 보이는 영화니까요. 그래도 결말부의 전개에서 살짝 제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결말 언급은 안 하기로 맘 먹고 스포일러 없다는 말을 달아 놨습니다만. 중반까지의 전개 정도는 괜찮겠죠. 다시 하는 말이지만, 어차피 다들 아시잖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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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사건의 지평선님이십니다. 혹시 우주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못 알아볼까봐 이마에 명찰 붙이고 있습...)



 - 필모그래피의 거의 전부를 이미 존재하는 영화, 게임의 개작 작품들로 채우고 있는 참으로 드문 감독 폴 앤더슨의 초기작입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본인 오리지널이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워해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해서 프리퀄 성격으로 기획된 거였다구요? ㅋㅋ 맘대로 각본 써 놓고 그 쪽에 컨택했다가 허락을 못 받아서 대충 워해머 관련 이야기를 들어내고 관계 없는 작품으로 완성된 게 이거라고 합니다. 아니 대체. ㅋㅋㅋㅋㅋ


 근데 그거랑은 또 다른 방향으로 폴 앤더슨의 오타쿠스러움이 강력하게 드러나는 영화였습니다. 뭔가 그냥 시작부터 끝까지 어디서 본 장면, 설정, 전개로 일관해요. 전형적인 유령선 이야기의 우주 버전이기도 하지만 에일리언, 헬레이저에 솔라리스와 샤이닝까지(이 장면에선 진짜 웃었습니다 ㅋㅋ) 온갖 SF, 호러 영화들의 설정과 명장면 짜깁기로 끝까지 달리는 영화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히려 아예 원작이 있는 영화들에 비해 훨씬 더 오타쿠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작이 있으면 한 작품만 갖고 덕질을 하지만 이렇게 원작이 없으니 오만가지 명작들의 콜라주가 되어 버리잖아요. 마치 폴 앤더슨의 추천 영화 플레이리스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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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에일리언' 1편이겠죠. 여기엔 리플리 같은 캐릭터는 없지만요. 여성 캐릭터들이 다 별로에요.)



 - 문제는 이게 정말 폴 앤더슨스럽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너무 가벼워요.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 우울하고 끔찍하며 꿈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인데도 가볍습니다. 그게 다 유희 같고 진지함이 안 느껴지니까요.

 예를 들어 이 영화의 인물들은 이벤트 호라이즌호에 올라서 본인들의 트라우마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애초에 캐릭터들이 제대로 구축이 안 되어 있고 그 트라우마들도 '그런 게 있다'는 식으로만 가볍게 언급되기 때문에 이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이 안 됩니다. '응. 대충 그런 게임을 의도하는 각본이구나'라는 생각만 들죠. 장면들을 부분부분 떼어 놓고 보면 꽤 폼도 나고 그럴싸한데, 저언혀 이입이 안 되니 다 그냥 가볍고 하찮게 느껴지는 겁니다. 심지어 막판까지 가 보면 아예 트라우마가 없는 놈도 하나 있고 그래서 그런지 이 놈은 한참 아주 장엄하게 절망적이어야할 상황에서 혼자 코믹 액션을 하고 있습니다. 아니 진짜 뭔 생각이었는지. ㅋㅋㅋㅋ


 그나마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역 캐릭터 둘을 샘 닐과 로렌스 피쉬번이 맡아줘서 다행이었죠. 이 분들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의 인상이 한참 더 가벼워졌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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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러니까 대체 존 카펜터의 In the mouth of madness는 언제 vod 나오냐구요. 10년째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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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Death to 2022' 기다리고 있는데 안 나오나보네요. ㅠㅜ)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훗날 획득한 명성과 인기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분위기 하나는 끝내주더라구요. 일단 요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참으로 간지 폭발입니다. 되게 납득이 안 가는 방향으로 괴상하게 생겨 먹었는데 어쨌든 외견상 분위기는 쩔구요. 실내 공간들도 다들 첨단은 첨단인데 뭔가 중세 사디스트들이 디자인한 느낌으로 위험하고 괴상한 분위기가 풍겨지도록 잘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이런 어두컴컴 변태스럽고 위험한 분위기 좋아하는 호러팬들에겐 정말 맘에 드는 테마 파크 같은 느낌을 주고요. 내내 눈호강 하는 기분이 들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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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얼로는 정말 깔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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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담당하신 분이 배우신 변태님이라고 확신하며 봤지요.)



 - 바로 조 위에서 얄팍하다고 신나게 깠지만, 어쨌든 이렇게 훌륭한 그림과 분위기 속에서 좋은 배우들이 열일을 해주니 분위기는 꽤 잘 잡힙니다. 적어도 클라이막스에서 벌어지는 박사님의 갑작스런 핀헤드 흉내 & 메타 휴먼 빌런화 직전까진 꽤 좋았어요. 뭐 클라이막스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이야기 설정상 물리적 액션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을 갑자기 우주 액션/호러 영화 클리셰 액션들로 채우고 마무리 해 버리니 좀 벙찌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난데 없이 혼자서 말도 안 되는 코믹 액션을 벌이는 한 캐릭터 때문에 더 그랬구요. 기왕 샘 닐까지 캐스팅했는데 그냥 '매드니스' 풍 엔딩으로 갔다면 훨씬 그럴싸했을 것 같지만. 훗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경력을 가득 채울 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걍 '이 정도면 애썼다'라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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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딱 '데드 스페이스'를 떠올리실 장면. 그 게임 만든 분들이 진짜 이 영화 열심히 베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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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말은 안 되지만 말 되기를 포기하고 디자인과 분위기에 올인한 결과물은 참 좋습니다.)



 - 아.. 뭐 더 할 말이 있을까요.

 암튼 이 글에서 깔깔대며 비웃는 것과 다르게 실제로는 잘 봤습니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빌런도 그냥 짜증나고 웃겼지만 그래도 탁월한 미술 디자인과 의외로 돈 많이 쓴 느낌 낭낭한 특수 효과, 그리고 몇몇 배우들의 하드캐리 덕에 '분위기'는 충분히 즐길 수 있었어요.

 어차피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영화인데 런닝타임 한 10여분이라도 더 써서 캐릭터 구축을 강화하고 클라이막스의 그 갑작스런 액션 영화 전개만 고쳤어도 훠얼씬 좋아졌을 것 같았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만 해도 무려 25년간 회자되며 네임드 SF 호러 무비들 중 한 자리를 차지할 자격은 충분하구나.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옛날에 케이블에서 부분부분 여러 번 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각잡고 제대로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숙제 시간이었네요.




 + 우주, 지옥, 악마라니. 둠가이가 출동해야할 사안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빌런님의 마지막 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둠가이가 해결할 수 있는 사건 같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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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에서 온 악마 빙의 캐릭터 주제에 총 같은 거 쓰지 말라고!! 몽둥이 들고 몸싸움 하지 말라고!!!!)



 ++ 또 한 가지 이 영화에서 맘에 들었던 건 로렌스 피쉬번의 함장 캐릭터였어요. 보통 이런 영화에서 '함장' 같은 캐릭터들은 다 상황 꼬이게 만드는 빌런급 포지션이게 마련인데, 샘 닐의 미친 박사님이 그런 역할을 다 가져가 버리고 피쉬번 아저씨는 간지나고 멋진 일만 하더라구요. ㅋㅋ 그렇게 판단 확실하신 분이 어째서 샘 닐이 그렇게 맘대로 하도록 냅뒀는지는 이해가 안 가지만, 뭐 이 각본 속 캐릭터들의 전반적인 상태를 생각하면 그걸 특별히 콕 찝어 단점이라 지적하는 게 영 무의미해 보이구요.



 +++ 감상을 마치고 나서 '아, 그렇다면 비슷한 걸로 이어서 다음은 솔라리스다!' 라고 생각했는데. 재생 직전에 런닝 타임을 보고 굳었습니다. 2시간 45분이라니. 켁;; 분명 이걸 20세기에 비디오 테이프로 한 번 봤었는데. 그 때의 저를 칭찬하고 싶어지네요.



 ++++ 어차피 구멍 투성이 시나리오지만 중간에 한 선원이 이벤트 호라이즌에 남겨진 음성을 해독하는 장면에선 정말 쿡쿡거리고 웃었어요. 아니 이미 정부 쪽 통해서 다 분석, 검토 지나간 영상인데 그 전문가들이 라틴어를 못 알아들어서 다 그냥 넘겼다구요??? 각본가님 양심 좀! ㅋㅋㅋ



 +++++ 그래서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1개월째 멜론 1위에 고정 중이네요. 이러다 이 상태 그대로 봄 맞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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