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산 오스트리아/독일 영화입니다. 런닝타임은 92분. 스포일러는 안 적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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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포스터 정말 구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스트리아로 넘어와 정착해서 살고 있는 터키 출신 무슬림 여성 '에스게'의 이야기입니다. 형부가 운영하는 택시 회사에서 일하는데 결혼하고 애도 낳고 잘 사는 언니에 비해 이 분은 아웃사이더 스피릿이 넘칩니다. 과묵 무뚝뚝하고 맨날 죽상을 하고 다니며 친구도 잘 안 만들고. 유일한 취미는 무에타이인데 도장 사람들과도 별로 안 친한 듯. 하지만 어쨌거나 무에타이는 아주 고렙에 택시 운전도 잘 해요. 일단은 열심히 잘 사는 아웃사이더 친구입니다.


 암튼 발단은 요 에스게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왔다가 건너편 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목격해 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목격 순간에 범인이랑 눈이 마주쳤구요.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지만 장르 규칙에 맞게 '아 뭐 왜? 근데 너 혹시 약 했니? 아님 창녀임? ㅋㅋㅋㅋ' 이러고 가버리는 경찰님들 덕에 불안감에 떨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그만 여차저차 하는 사정으로 언니가 대신 살해당해 버려요. 당연히 복수를 다짐하는 주인공입니다만. 뭘 어떻게요? 본인이 수사를 할 것도 아니고, 경찰은 보탬이 안 되고, 또 본인 인생 하나 건사하기도 빡센 가난 + 무슬림 + 이민자 + 여성이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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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야 비엔나의 택시운전사. 물론 이 도시엔 똘레랑스 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솔직히 파리에도 별로 없었을 듯.)



 - 시놉시스와 포스터 이미지만 보고 '응 대충 짱 센 언니가 나와서 복수 핑계로 다 때려 죽이는 씐나는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면 낚이시는 겁니다. 그런 영화가 저언혀 아니에요.

 사실 플롯을 보면 그런 이야기가 맞습니다. 맞아야 합니다. 근데 안 그래요.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호불호 분기 포인트인데요. 플롯 요약을 하면 분명히 여성 히어로가 나오는 액션 스릴러인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권 영화제 출품작을 보는 기분이 든다는 겁니다. ㅋㅋㅋ 뭐 요즘 액션 스릴러들은 이런 식의 메시지를 담는 영화들이 많긴 한데, 비중이 달라요. 인권 주제 드라마 영화에 액션과 스릴을 토핑으로 얹은 느낌이랄까요. 영화 속 액션들을 맥락만 남기고서 현실적인 장면들로 대체해버리면 그냥 그대로 사회 고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 아주 진지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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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부에서 주인공의 짱셈을 멋지게 보여주고 시작하는 것 치곤 액션이 그렇게 많지도, 주인공이 막 우월하지도 않습니다.)



 - 그래서 그 진지한 드라마란 건 뭐... 도입부 요약에 제가 적어 놓은 걸 보시면 뻔하죠. '하층민 여성 무슬림 이민자로서 유럽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테마로 주인공을 그 옵션 하나하나에 맞는 수난 속에 던져 넣는 겁니다. 택시 기사 일을 하며 숱하게 성희롱 당하고, 가족들을 만나면 터키 무슬림의 시대 착오적 초강력 성차별과 착취를 마주하고요, 딱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처지가 되어 경찰에 신고해도 보호 받긴 커녕 조롱이나 당하고요, 그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사회적 보호 시스템은 딱 봐도 저퀄에 무능하고요... 그렇게 시작부터 계속해서 점점 더 암울해지는 이야기이고 결말부에서 '액션'을 통해 나름의 카타르시스를 제공 받고 엔드 크레딧을 보고 나서도 '근데 쟤 미래는 이미 폭망한 거 아닌감?'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쨌거나 그런 사회 드라마적 요소들은 꽤 괜찮게, 무난함 조금 이상으로 잘 만들어져 있어요. 화끈한 액션 스릴러 기대하고 틀었다가 당황하는 게 문제이지 미리 알고 보면 괜찮을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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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애애가 날아 드으은다아~ 온갖 x새가~)



 - 그러면 이제 액션은 어떻느냐면. 오. 이게 기대보다 괜찮습니다. 앞서 말 했듯이 주인공이 무에타이 & 운전 능력자라는 걸 활용해서 전개되는데요. 일단 얘가 무에타이 고수라서 막 다 쥐어 패는 절대 무적... 까진 아니고 걍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을 줄이는 정도로만 활용합니다. 그렇게 살짝 환타지 느낌을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절하는 가운데 액션 자체는 막 화려하진 않으면서도 콱! 퍽! 콰직!! 하는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주인공의 택시 안에서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며 비엔나 시내를 폭주하는 장면이 아주 좋았어요. 뭐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액션씬입니다만. ㅋㅋㅋ 그래도 긴박감있게, 기승전결 뚜렷하면서 볼 거리도 충분히 될 수 있도록 잘 찍었습니다. 클라이막스의 액션보다 훨씬 폼난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입니다만. 어쨌든 꽤 인상적으로 잘 만든 장면이었네요.


 이렇게 퀄이 괜찮다 보니 그냥 사회성 '액션 스릴러' 쪽으로 방점을 찍어서 액션씬을 더 늘렸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만. 뭐 아이디어가 되는 액션들만 찍어 넣어서 '있는 건 고퀄'이 됐을 수도 있으니 그러려니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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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그 멋진 액션에도 카타르시스는 좀 부족합니다. 의도적이에요. 실컷 달리고 나면 결국엔 주인공 상태가 이런 식이라서.)



 - 다만 분명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단 드라마 측면에서 보다가 좀 읭? 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후반으로 가면 주인공의 고독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좀 해소해주고자 '기댈 구석' 역할의 캐릭터 하나가 출동하는데. 이게 영 구립니다. ㅋㅋ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못하겠는데 좀 껄적지근해요. 이야기 구조 면에서나 주제 측면에서나 '이게 최선이었나요' 라는 느낌이 강렬하구요. 관계 묘사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영 납득이 안 되는 찜찜함이 남아요. 감독 & 각본이 백인 남자분들이라 그런가! 라는 의심이 살짝 들 정도.


 그리고 액션과 드라마의 조합이 뭐랄까... 단순히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 좀 안 맞는 느낌이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을 출동 시킨 덕에 액션으로 뭔가를 해결하는 시늉을 할 수는 있지만 애초에 주인공의 고단함은 액션과 격투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잖아요? 실제로도 해결이 안 되구요. 게다가 살인범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선택들은 계속해서 이 분 인생에 데미지를 남기고 결국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의 주인공 처지는 (애시당초 암울했던) 시작과 비교했을 때 거의 모든 면에서 아주 심각하게 폭망한 상태입니다. 뭐 '진지한 주제의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 무에타이 고수 여성이 나오는 액션 스릴러인데 사정 좀 봐줘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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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나오고 말 줄 알았던 진상 형사님은 자꾸 나오는데 그 캐릭터의 활용 방식이...)



 -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뭘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좋게 말하자면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에 열심히 파고들면서 의외의 고퀄 액션 시퀀스도 넣는데 성공한 영화일 수 있겠구요.

 좀 냉정하게 말하면 애초에 언밸런스한 소재 둘을 갖고 나름 성심성의껏 잘 만들어놨으나 여러모로 한계가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진지하지만 딱히 깊이가 있는 건 아니고. 액션은 고퀄이지만 분량이 좀 부족하구요.

 그리고 솔직히 중후반부엔 영화가 좀 늘어지는데 이건 '주제에 진심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호흡 조절에 실패한 느낌이었기도 하구요.

 간단히 말해서, 폼 나게 생긴 멋진 여자분이 나와서 억울한 일 당하지만 결국 나쁜 놈 잡아서 속 시원하게 쥐어 패주는 영화. 를 좋아하신다면 중후반에 잠시 난국 구간이 있다는 걸 감안하고 시도해 보실만도 합니다. 전 어쨌든 재밌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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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쥐어패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마지막엔 실컷 쥐어패주는 영화이긴 합니다. 그거면 됐죠 뭐.)




 + 중간에 주인공이 거울 앞에서 결의를 다지는 장면이 한 번 나오는데요. 두고두고 너무 오래 까이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아저씨'의 비슷한 장면과 너무 비교되더라구요. 사실 그 장면을 실제로 볼 땐 그냥 '아 폼 되게 잡는데 잘 생기니 깔 수가 없네 ㅋㅋㅋ' 이러고 말았는데. 이제는 그 장면을 그렇게 싫어하던 양반들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 주인공이 터키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민 온 무슬림으로 나오는데, 주인공 역의 배우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독일 배우더군요. 뭔가 복잡하네요.



 +++ 주인공이 모는 택시 차종이 벤츠에요. 영화 속 손님들이 '아 ㅋㅋㅋ 이런 똥차 ㅋㅋㅋㅋ' 라고 비웃는 걸 보고 당황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낡은 벤츠 지나가면 걍 우왕~ 하고 좋아... 하진 않을 수 있어도 최소한 그렇게 비웃진 않을텐데요. 벤츠인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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