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과 인정욕구...

2022.12.08 06:16

여은성 조회 수:523


 1.돈이라는 것은 정말 좋아요. 돈의 쓰임새 그 자체가 좋다는 게 아니라, 성취감을 얻기 위한 심볼로서 말이죠.



 2.왜냐면 연애라는 것은 이성을 많이 만나 보면 심드렁해지고 게임도 워낙 많이 해보면 새로운 게임을 잡아도 대충 얼개가 보여요. 이겨도 져도 별 감흥이 없어지죠. 여행도 많이 해 보면 빠꿈이가 되어서 어딜 가도 신선한 감정은 무뎌지죠.



 3.하지만 돈은 다르거든요. 5백만원을 큰 돈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투자를 통해서 5백만원의 수익을 내면 정말 기분이 좋단 말이죠. 이유가 뭘까? 글쎄요. 내 생각에 '돈'이란 건 엄밀히 말해 내가 욕망하지 않는 것이라서 그래요. 


 돈이라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거든요.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승부-또는 베팅-를 통해 얻는 것은, 그 경험이 아무리 반복적이고 익숙해져도 늘 설레는 법이더라고요.


 

 4.휴.



 5.어쨌든 그래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추구하거나 얻는 것으로는 설레임의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남들이' 추구하는 것을 얻는 것은 아무리 해도 안 질리거든요.


 이래서 사람이란 생물은 혼자서는 살 수 없나봐요. 적어도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내가 얻을 수 있는가...를 시험해 보는 용도로 써먹기 위해서라도 주위에 사람은 필요하죠.


 위에 썼듯이 '나'는 돈을 욕망하지 않거든요. 내가 무인도에서 혼자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돈이 아니라 야자수를 따러 다니고 있겠죠. 돈이라는 건 '나'도 아니고 '남들'만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욕망하기 때문에 목적으로 삼기에 늘 좋아요.



 6.아마 선사시대에 내가 태어났다면 혼자서 초원에 나가 맹수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남들이 그토록 잡고 싶어하는 맹수를 내가 잡음으로서 인정을 받으려고 하지 않을까...싶네요.


 그야 맹수를 잡는 건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르겠죠. 맹수를 잡은 다음에 그 맹수를 들고 마을에 돌아와서 자랑한 뒤에, 사람들이랑 나눠 먹는 것까지 다 해야만 인정욕구가 충족되었을 거예요.



 7.하지만 돈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냥 돈을 따는 그 순간에 이미 인정욕구가 80%쯤 충족이 되거든요. 그걸로 좀 모자란다 싶으면 번 돈의 일부를 들고 나가서 좀 쓰면서 남은 과시욕을 충족시키면 되고요. 


 음...하지만 역시 돈은 많이 쓰면 안 돼요. 왜냐면 옛날에는 '사냥감'과 '사냥감을 잡는 무기'가 별개였지만 요즘 세상은 아니잖아요?


 

 8.요즘 세상은 내가 잡아야 할 '사냥감'도 돈이고 그 사냥감을 잡기 위한 '무기'또한 돈이예요. 참 이상한 구조죠? 사냥감과, 사냥감을 잡기 위한 무기가 똑같다니 말이예요. 그리고 인정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 또한 돈이고요. 


 다만 인정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쓰는 건 돈이 아까워요. '인정욕구'와 '돈'을 저울질해 보다보면 돈이 더 아까워지는 시기가 찾아오니까요.


 왜냐하면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큰손으로 인정받기 위해 써야 할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거든요. 20대 때는 하룻밤에 100~200만원만 쓰면 많이 쓴 거지만 30대 때는 그보다 2~3배는 많이 써야 돈좀 썼다고 인정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40대가 되면 거기서 다시 2~3배는 더 써야 큰손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요. 20대에서 40대가 되는 동안의 물가 상승까지 고려한다면 나이 앞자리 바뀔때마다 대충 2~3배씩 올라간다고 보면 되겠죠.



 -----------------------------------------------



 그러니까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한다'라는 속담은 정말 맞는 말이예요. 젊었을 때는 적은 출혈로도 인정욕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저 속담의 진짜 뜻을 모르고 살거든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진짜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서는...아니, 설령 엄청난 부자라고 해도 사람은 노동을 통해 인정욕구를 채워야 수지가 맞는 거예요. 왜냐면 나이가 들면 필요한 출혈의 양이 너무 커져버리거든요. 인정욕구를 틀어막아 보자고 돈으로 그 구멍을 메꾸기에는 액수가 너무 커져버려서 돈이 너무 아까운 시기가 와버리는 거예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그렇게 돼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7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498
122068 경복궁역 혹은 경복궁 옆, 통의동, 카페 B612 [10] 01410 2010.08.05 12657
122067 인셉션 결말 뒷북 (제 생각이 오바일까요 ㅠㅠ 스포) [7] 진달래타이머 2010.08.05 3764
122066 새벽 바낭적 주절주절(암울한 이야기) [3] run 2010.08.05 2628
122065 [바낭] 최근에 지른 것.. [7] 진성 2010.08.05 3534
122064 이번에 빨리 등업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내용은 없습니다) [5] 가끔영화 2010.08.05 1514
122063 신기한 우연 - 길과 꿀단지 [1] Tamarix™ 2010.08.05 2654
122062 눈팅만 한지 벌써 몇년이던가... (바낭) [2] 블랙엘크 2010.08.05 1537
122061 베스트 만화 [20] 보이즈런 2010.08.05 4810
122060 청춘쌍곡선 [2] 키드 2010.08.05 2068
122059 [이것이 바낭이다] 흙먼지 맛이 나는 노래 [16] 룽게 2010.08.05 2031
122058 [bap] 두타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군요 [3] bap 2010.08.05 1942
122057 도무지 정이 가지 않는 반 (본문삭제했습니다) [21] 뚜레 2010.08.05 4501
122056 가입인사. 와 첫글이에요. 씐나요:)! [8] Paul_ 2010.08.05 2358
122055 결국 목도리까지 하였습니다. [13] soboo 2010.08.05 4091
122054 올레패드? 엔스퍼트 - 아이덴티티 제품군 어떨까요? [2] Parker 2010.08.05 1823
122053 지금 CinDi 예매중인 분 계세요? [9] 로즈마리 2010.08.05 1687
122052 와콤 타블렛 쓰시는 분 계세요? [6] Paul_ 2010.08.05 2718
122051 혼자 여행을 계획하니 숙소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18] 토토랑 2010.08.05 4315
122050 홍대나 신촌에 괜찮은 만화방 좀 소개해주세요. [7] 호레이쇼 2010.08.05 4296
122049 피싱전화 받았어요-_- [2] 폴라포 2010.08.05 20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