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13:21
1. 피해자-가해자 전환 전략
터득해서 갖고 있던 개념인데 듀게에서 정확한 용어를 보고 개념이 아주 또렷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해서 남 줘야 해요.)
심하게 남초인 학교가 있습니다. 심지어 개교 초반에는 아예 남학생만 받기도 했어요. 이게 얼마나 황당한 일이냐면, 공대 무슨 과에 여학생이 1년에 몇 명만 입학한다고 해서 남학생만 선발한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아무튼 남학생만 선발하다가, 몇 년 뒤 여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그랬더니 남학생 학부모들이 반발을 합니다. 여학생들이 물을 흐리고 남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거죠. 네. 진짜 저런 워딩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연애를 한 번 이상 한 여학생에게는 걸레, 꼬리친다, 여우같다, 이런 말들이 따라다닙니다.
여기까지도 기가 막히죠. 그런데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합니다. 소수자인 여학생들이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오히려 욕을 먹습니다. 왜? 남자들만 들어왔을 때는 생기지 않았을 문제가 생겼다고요.
여자들이 역시 문제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어, 이래서 여자는 받으면 안 돼.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시설을 보강하는 공사를 할 때 학교 교사들이 했던 말입니다. 당시 학교 교사들도 다 (네.. 그랬습니다..) 남자였어요.
피해자인 여학생들은 졸지에 가해자 또는 문제의 근원이 되어 버린 거죠. 저는 이런 전환 전략을 그 뒤로도 많이 접했습니다. 용어까지 정립된 개념이었는지는 몰랐지만요.
2. 아동의 관점
아동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아동은 피해자입니다. 화상을 입거나 베이거나 골절을 입은 것만으로 이미 명확한 피해자입니다. 그런데 아동은 어느새 상점 주인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가 되어 있네요. 피해자 가해자 전환이 일어난 거죠. 가해자는 아동을 방임한 보호자, 위험한 시설을 방치한 상점 주인 둘 다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아동은 피해자입니다.
3. 통계학의 관점
보호자와 상점 주인의 책임은 0 아니면 1, 모 아니면 도일까요? 아닙니다. (통계 아시는 분은 건너뛰셔도 됩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성인에 비해 안전사고를 당할 확률이 1.5배라고 합시다.
같은 조건에서 성인 100명 중 2명이 안전사고를 당하고, 아동 100명 중 3명이 안전사고를 당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떤 아동이 사고를 당했을 때 <아동이라서 사고>과 <아동 아니라 누구라도 사고>의 비율은 이렇게 따질 수 있습니다.
아동이 아니었더라도 2%의 비율로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니, 아동의 사고 위험도 3%에서 2%를 뺀 1%가 <아동이라서 사고>원인이 됩니다.
<아동이라서 사고>의 원인에 기여한 비중은 1, <아동 아니라 누구라도 사고>의 원인에 기여한 비중은 2인 것이지요. 즉 아동이 입은 피해가 9라면 그 중 3은 보호자 책임, 6는 상점 책임이 될 것입니다. 법원에서 원고 “일부” 승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기여위험도(attributable risk)라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비흡연자 1000명 중 1명이 폐암에 걸리고 흡연자 1000명 중 50명이 폐암에 걸린다고 쳐요. 흡연자 폐암환자 50명 중 49명은 담배 때문에 폐암에 걸렸으되 1명은 사실 담배 아닌 원인으로 폐암에 걸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흡연자도 1000명 중 1명은 걸리니까요. 그래서 담배회사는 죽어라고 비흡연자 일부도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유전적 원인, 본인의 몸관리 잘못 등으로 몰아가려 합니다. 그래도 담배와 폐암의 관계는 너무나 명확해서 반론의 여지가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담배를 뛰어넘는 엄청난(=끔찍한) 인과관계의 질환이 발생할 줄이야. 그게 바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입니다.
법조인들은 통계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겠습니다. 특히나 판사가 기여위험도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판결을 내린다면.. 판결이 안드로메다로 가겠죠.
p.s
내가 임신 중기를 넘긴 임신부였을 때는 식욕 폭발해서 한 끼에 메뉴 두 개 시켜서 조용히 잽싸게 먹고 (점심시간은 일정하니까요) 나갔거든요. 나도 식당에서 환영받는 손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고요.
아이들이 학령기를 지나면 제2급성장기인 사춘기가 되고 엄청나게 많이 먹습니다.
그럼 내가 임신해서 많이 빨리 조용히 먹을 때는 환영하고
그 아이가 어릴 때는 출입금지시키다가
그 아이가 조금 더 커서 많이 먹을 때가 되면 다시 환영한다는 거구나.
와.. 진짜 치사하다.
저라면 아이가 크고 나서도 그 식당은 다시는 안 갈 거예요. 그리고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안 갈 거예요.
2017.08.31 13:25
2017.08.31 13:41
2017.08.31 14:01
2017.08.31 15:04
업주가 망한다고 하시는 분들은 영업피해배상책임보험이라는 걸 한번 검색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자영업하면 노키즈존 걸어 놓는 리스크를 감내하느냐 영업배상보험 특약 하나 더 추가할 것 같은데..
2017.08.31 15:21
2017.08.31 17:31
2017.08.31 18:35
2017.08.31 19:45
구구절절 길게 쓰셨는데 뭔가 전부 어설프게 이해하고 계십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A가 B의 직접적 원인이다" 라고 주장했을때 이를 입증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A를 하면 100% B가 나온다가 되어야죠. 이게 안되면 적어도 80~90%정도로 개연성은 있어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50%라면 B가 나올 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인과관계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면, 이를 입증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흡연자들 몇 프로가 폐암으로 죽었는지 알아보면 됩니다.
현재 님이 설정한 예에 따르면 흡연자1000명 중 50명이 폐암으로 죽는군요. 5%입니다. 50%도 아니고 5%. 인과관계는 때려죽여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니 B라는 결과에 A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거지요.
다음, 법원에서 일부승소 내지는 일부패소를 내리는 이유는 어떤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피고 또는 원고 어느 일방에게 지울 수 없는 경우에 흔히 합니다. 아이가 다쳐서 피해를 입었다라는 결과에 대해 기여한 원인들을 모조리 조사한 후 누구의 지배영역에서 사태가 발생했는지를 봅니다. 아이는 부모의 지배영역안에 있으니 부모의 과실이 크겠군요. 하지만 이들은 가게 주인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가게에 있었으니 가게 주인의 과실도 개재되어 있습니다. 피해자 부모가 원고가 되어 가게주인에게 소송했으니 원고 일부승소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법원은 아이가 가게에서 다쳐서 들어간 손해액에 대해 부모와 가게주인이 과실비율로 전보토록 합니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억울합니다. 아이가 좁은 가게에서 돌아다니다 다칠 수도 있다는 점 충분히 예견가능합니다. 그래서 아이부모들에게 당부를 합니다. 아이를 꼭 잡고 있으라고. 하지만 주인말 안듣습니다. 그러다 애가 다칩니다. 피해액이 3억이 나왔고(아이가 불구가 될 수도 있으니) 과실비율 5:5 원고 일부승소나왔다면 1억5천을 가게주인은 피해부모에게 주어야 합니다. "경고"를 했음에도 말안듣고 뛰어다니다 이렇게 된 것 입니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이 맞지요. 하지만 사태를 총체적으로 보면 가게주인은 병딱같은 손님 하나 들였다가 완전히 망한겁니다. 서비스업도 일종의 손님과 가게주인의 매매계약입니다. 기본적으로 매매당사자를 정하는 것은 당사자 자유에요. 상대방이 청약 즉 물건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요청해도 파는사람이 안팔겠다고 하면 계약은 체결되지 않습니다. 이게 아주 기본적인 계약체결의 자유입니다. 위험인자를 가진 매수인과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데 왜 차별운운하는거지요? 여기가 무슨 전체주의 파쇼국가입니까? 가게주인은 무슨 죄로 가게하나 하면서 이런 가혹한 위험을 부담해야하지요?
2017.08.31 21:12
2017.09.01 08:44
2017.09.01 12:24
2017.09.01 14:23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뒤에서 달려와서 부딪히는 경우는 아마 99.99%정도의 한쪽의 과실로 보는게 맞을겁니다.
교통사고를 예로 드셨으니 교통사고의 경우라면 뒤에서 받히는 경우라면 거의 99% 뒷차에게 책임이 있다고 나올겁니다.
(안전거리 미확보).
아이들의 경우로 보아도 왠만한 경우는 앞에서 달려오는 경우는 사고날 확률이 적을겁니다. 안보이는 사각이 문제인것이지요
2017.09.01 12:29
말마따나, 가게 구조나 음식 온도에 위험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노키즈존'은 자연스런 선택일 수 있는 거지요.
가게 주인이나 부모나 아이가 다쳤을 경우 어찌 됐건 공동의 부담을 져야 한다면 굳이 위험 요소를 안고 찾거나 맞이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뜨거운 음료를 판매해야만 하는 커피숍에 아이의 안전을 위해 적정 온도를 요구하는 것은 업종을 바꾸라는 의미일 테니까요.
최근 음식점에 갔는데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화상을 입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정수기에서 온수를 막아놨더군요.
동일한 가격과 퀄리티의 음식점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은 <노키즈존>이고 한 곳은 <노온수존>이라면, 온수를 선호하는 사람은 어느 식당을 가야 할까요.
2017.09.01 14:26
2017.09.01 14:37
물이나 반찬을 셀프로 가져다 먹는 구조였어요. 음식도 번호를 부르면 가지러 가야 했고요.
제가 요청할 때는 온수 제공이 어렵다고 했지만, 끓인 물 한 잔 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괘씸하긴 하네요.
다시 한 번 본문의 논리를 빌리니까 또 미궁에 빠지는 느김입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온수의 온도를 낮추면 차 종류를 판매하는 업종은 영업이 어려워집니다.
합리적인 가게의 구조란 것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뛰어놀 것을 대비해서 내벽에 완충제를 부착하고, 바닥에는 손가락 한 마디 두께의 메트리스를 깔아두는 것인가요?
2017.09.01 14:48
2017.09.01 15:20
글쎄요,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말씀하신 조건에 합당하는 매장이 있을까 싶습니다. 만약에 저런 조건을 다 두루갖춘 매장만 아이들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그게 현실화된다면 아마도 우리는 꽤나 많은 수의 노키즈존을 보게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할 수 있는 공간, 사람이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공간이라는게 도대체 어떤체형의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는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말은 무척 쉽습니다,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 양방향 충돌의 걱정이 없는 공간... 하지만 이것을 문서화해서 규격화 하려는 시도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셨다면 금방 문제점을 파악하실 수 있으셨을 겁니다.
2017.09.01 15:45
2017.09.01 14:49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노키즈존이 호응을 얻는 듯 하군요.
2017.09.01 15:3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