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9 12:10
어제 보고 왔습니다. A 영화관에 예매해놓곤 정작 B영화관으로 가는 바람에, 게다가 이걸 상영시간 맞춰 들어가다 알아서 예매취소도 못하는 바람에 졸지에 두 편 값 내고 B 영화관에서 한시간 기다리다 봤다는 건 안 자랑...=_=;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작의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긴 한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음악은 최악입니다. 블레이드 러너 원작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음악이었어요. 반젤리스, 그것도 클래식에 경도되기 전 신디사이저 음악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던 전성기의 반젤리스가 작곡한 음악이죠. 장엄한 분위기의 오프닝 테마부터 Rachel's Song, Love Theme, One more kiss Dear, Tears in Rain, 긴박한 분위기의 엔딩타이틀까지 도무지 쉬어갈 틈이 없는 명곡들의 향연입니다. 시종일관 어둡고 비내리는 축축한 날씨와 현란한 네온사인의 야경, 그리고 반젤리스의 음악이 만났을 때 블레이드 러너의 세계가 완성되는 거죠.
하지만 2049는... 음악이란 게 있긴 했나요? 한스 짐머가 크레딧에 있긴 했던 것 같은데 뭘 한거죠? 2049에는 신경질적인 효과음만 있을 뿐 도무지 음악이란 게 없습니다. 가뜩이나 시종일관 잔뜩 물먹은 듯 둔중하고 모래 뒤집어쓴 듯 텁텁한 영화인데, 음악마저 없으니 더 지루합니다. 전작은 불친절할지언정 분위기가 끝내주는 작품이었고,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2049는... 눈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귀가 괴로운 영화란 걸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시각적으로도 상당히 불만입니다. 영화속 시간대로도 30년, 개봉일 기준으로는 35년이 지난 영화잖아요. 전작에서 조그만 CRT 화면에 음성으로 명령하는 설정은 당시 기술의 한계였고, 또 그것도 82년 기준으로는 충분히 미래세계라 상상할만한 상당히 진보된 테크놀로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17년이에요. 심지어 영화 속 세계에서도 리모컨만한 휴대기기 하나 들고 다니면서 인간과 전혀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3D 그래픽 캐릭터를 불러올 수 있는데 왜 여전히 사무실과 자동차에 설치된 컴퓨터는 90년대 수준의 CRT 모니터인 거죠? LAPD는 새 건물 세우고 비행자동차 사느라 예산을 다 써서 전자기기 업그레이드는 30년 동안 못한 건가요? 원작의 세계는 지저분하고 축축할지언정 꽤나 화려한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2049는 그저 어둡고 답답하고 텁텁합니다.
이야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후속작이 아닌 외전 형식으로 데커드 및 레이첼의 재출연 같은 전작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집어치우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더 인간다웠던 두 존재 - 레플리컨트(케이)와 인공지능(조이)의 관계에 더 집중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요. 이야기가 불친절하고 많은 면이 모호하지만, 이건 전작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전작은 그 모호함마저 매력적으로 만들고, 세계관의 일부라고 이해하게 만들만한 압도적인 스타일리시함이 있었던 반면 2049는 그렇지 못했죠.
전작 블레이드 러너는 엄청나게 철학적인 명작이 아닙니다. 그냥 무거운 주제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상업영화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전설로 추앙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주제가 당시로선 참신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음울한 풍경 + 반젤리스의 음악이 만들어낸 '후까시'가 너무나도 섹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2049는... 글쎄요... 후속작이다보니 35년 전엔 참신했지만 지금은 다소 식상해진 주제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걸 차치하고서라도 전작의 매력이었던 그 '후까시'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부족해요. 텁텁하고 무거운 색감, 툭하면 클로즈업, 신경질적이고 효과음에 가까운 배경음악 등으로 뭔가 '있어보이는' 척 하지만, 더 파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냥 무겁기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7.10.19 12:23
2017.10.19 12:52
캐릭터도 별로 없고 할 얘기도 별로 없는데 왜 런닝타임이 3시간이나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내내 들었어요...=_=; 뭐 후속작으로 블레이드 러너 2050 : 심판의 날 같은 게 나와 레플리컨트 vs 인간의 전쟁서사물 같은 게 나와준다면 그나마 2049 이야기의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을지도...
2049는 차라리 '무간도' 같은 느와르로 갔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 '소녀'(뭐 지금 나이로는 어엿한 성인)의 행방을 놓고 레플리컨트 반란의 씨앗이 될 화근을 제거하려는 LAPD vs 소녀를 연구해 레플리컨트 자연임신 기술을 확보하려는 월레스 vs 소녀를 메시아로 여기며 지도자로 삼으려는 레플리컨트 반군 세력 vs 소녀가 계속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체를 숨기려는 데커드의 4파전 와중에 LAPD의 일원이지만 레플리컨트이며, 동시에 월레스사의 제품이기도 한 케이의 고뇌를 그리는 식으로요.
2017.10.19 15:10
굳이 망상의 나래를 더 펴자면 도시 괴담 쯤으로 취급되던 '자연출산된 레플리컨트'에 대한 믿을만한 증거가 발견되고, 이 아이의 존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근 동요 조짐의 레플리컨트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LAPD에서는 현재 레플리컨트를 독점생산하며 유일하게 블랙아웃 이전 레플리컨트들에 대한 자료를 보유한 월레스사에서 정보를 캐기 위해 케이를 위장 잠입시킴. 직원으로 위장해 정보를 캐던 케이는 발각되어 월레스에게 끌려가지만, 월레스는 케이를 죽이는 대신 아이를 찾아 자신에게 데려오면 조이의 기억을 이식한 레플리컨트라든지 오프월드행 티켓이라든지 케이에게서 레플리컨트의 표식을 제거해주겠다는 등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함. 이 와중에 월레스의 비서이자 케이의 감시역을 맡은 러브는 케이를 유혹하더니 별안간 자신이 사실 레플리컨트 반군의 일원이며, 그 아이는 레플리컨트 역시 영혼을 가졌고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존재로 반군과 함께 해야 한다며 같은 레플리컨트로서 도와달라고 부탁. '블레이드 러너'로서의 의무와 월레스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러브에 대한 감정과 레플리컨트로서의 동료의식사이에서 고민하며 탐색을 계속하던 케이는 막후에서 아이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계속 방해공작을 펴왔던 미지의 인물이 수십년 전 은퇴당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라는 것을 알게 되고...
...써놓고 나니 어디서 23464번 쯤 보고 들은 듯한 익숙한 이야기의 짬뽕이군요...=_=; 역시 저에겐 작가의 재능이 없나봐요 ㅠ_ㅠ
2017.10.19 15:19
............
그래도 지금 2049보다는 낫네요.
2017.10.19 15:15
러닝 타임이 정말 영겁과 같을 정도로 길더니 어쩐지.
말씀하신 내용이 되었다면 영화적으로는 뭐 지금보다야 나은 물건이 나왔겠지만, 블레이드러너는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감독이 여성들을 다루는 태도가 너무 한심해서 제대로 된 로맨스도 나오지 않을 꼴인지라.
2017.10.19 12:30
2017.10.19 12:54
이 감독은 전작들도 그렇고 청각에 문제가 있거나 음악이란 거 자체를 몹시 싫어하나 싶을 정도에요. 니가 음악 듣기 싫으면 최소한 고막 긁어대는 쇳소리 효과음이라도 넣지 말라고...-_-++
2017.10.19 16:11
저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영상과 음악이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좀 헐겁고 아귀가 안맞기도 하고 딱히 재밌다고는 못하겠고..
음악에 대해서 변명을 하자면...특별히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없이 귀를 긁어대는 소음이 큰 배경음악이라 불편하긴 하죠.
헌데 뉴욕, 보스턴 같은 미국의 낡고 오래 된 대도시 지하철 승강장 어두침침한 곳에 앉아 있으면 딱 이 영화의 그 음악소리같은 소음이 들립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지하철을 타다가 깜짝 놀랐어요. 게다가 이런 곳은 배경이나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자체가 '블레이드 런너'속 같단 말이죠.
적어도 제가 샌드맨님보다 음악이 덜 불편했고 오히려 편안하게 느꼈다면 아마 이런 소음에 매일 적응이 되어서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뉴욕이나 보스턴 지하철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귀에는 영화음악이 소름돋을 정도로 똑같이 들립니다.
한스 짐머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상상해서 만든 음악이라기 보단 실제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영감을 얻어 음악으로 옮기지 않았나 싶어요.
일부러 이 영화의 OST를 저장해서 듣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기능적으로는 충분히 제할일을 했던 음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적으로도 황홀했습니다. 아이맥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황량함과 진한 색감, 너울거리는 물결의 표현 등이 매우 아름다워서 과거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볼 때랑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엄청 느리고 지루하지만 그 아름다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아울러, 인간이냐 아니냐를 '기억'이식에서 더 확장해 '감각'의 영역으로 확대한 '조이'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시각적으로 전 흥미로웠습니다. 새로울 건 없지만 재밌었어요.
진보된 테크놀로지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글쎄요. 만드는 사람들이 어차피 그런 거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2017.10.19 17:05
전작의 매력 중 하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무척이나 감성적이었고, 덕분에 영화 내내 어둡고 비가 추적거리며 싸구려 네온사인만이 빛나는 그 지저분한 거리 풍경조차 꽤나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2049의 건조하고 신경질적인 음악은 가뜩이나 어두운 잿빛의 도시를 더 꿈도 희망도 없는 시궁창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요. 뭐 이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_=;;
진보적 테크놀로지 얘기는 꼭 영화가 휘황찬란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영화 내에서조차 설정이 안 맞는다는 걸 지적한 거에요. 전작에서 조그만 CRT 화면의 음성인식 컴퓨터나 3D 광고판은 둘 모두 당시 기준으론 오버테크놀로지였고, 미래세계의 표현으로 납득할만 했습니다. 하지만 2049에서는 청장 사무실의 컴퓨터와 케이가 가진 조이 휴대장치(일루미네이터였던가요?;)가 도저히 같은 세계관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문제에요. 전작의 레트로한(당시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은 레트로해진) 분위기를 계승하고 싶었다면 '블랙아웃으로 대혼란 겪은 뒤라 발전이 없었음'이라 변명하며 전작 수준의, 지금 입장에선 조악해보이는 테크놀로지를 유지하며 삐까번쩍한 비주얼의 조이는 삭제해야 했고, 그게 아니라면 구식 장비디자인을 전부 갈아엎어 지금 기준에서도 미래세계라 납득할만한 비주얼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2049에는 공존할 수 없는 이 둘이 공존해요. 경찰서 컴퓨터는 90년대 수준의 14인치 CRT 화면에 화질도 구질구질한데, 길거리에 있는 3D 간판은 상대를 인식하여 유혹하는 제스쳐를 취할 정도고 일개 가정용 인공지능 조이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완벽한 3D 그래픽을 휴대장치를 통해 모니터도 아닌 무려 허공에 구현합니다. 이건 집에선 최신 스마트폰과 태블릿 들고 다니며 증강현실 체험하다가, 직장에 출근하면 286 PC와 도트 프린터로 일한다는 꼴인데 터무니 없는 거죠.
2017.10.19 23:23
네 맞아요. 제 말은 리들리 스콧이나 감독이나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고증(?)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거죠. ^_^
2017.10.19 17:52
2017.10.19 21:16
블레이드 러너 세계에서 기업이 정부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고 또 물론 기술격차가 심할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 미개발지역이 아니라 LAPD의 청장 사무실이잖아요. 월레스가 사용하는게 윈도우 10에 스카이레이크 i7이고 일반인들이 쓰는게 여전히 윈도우 95의 486이라면, 그래도 경찰서, 그것도 청장 사무실에는 최소한 윈도우 xp 깔린 펜티엄 2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걸 보면 일반인들도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란 뜻인데, 일반인들도 윈도우 7에 i3 정도 쓰는 세계에서 유독 경찰서만 30년 전 데커드 시절보다도 전혀 나아진 게 없는 도스에 286을 쓰고 있다는 건 여전히 괴상해요.
2017.10.19 18:24
2017.10.19 21:36
어떤 부분이 좋게 느껴지셨는지 궁금해요. 시비거는 게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또는 제가 놓친 부분이 있나 싶어서요 >_<;
2017.10.19 21:48
2017.10.19 22:03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 이노센스, 메트로폴리스, 노인 Z
엑시스텐즈, 엑스 마키나, 디스트릭트 9, 매트릭스, 에일리언 1 & 2, 터미네이터 1& 2, 브라질, 미션 투 마스, 지구를 지켜라, THX-1138,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영화들 좋아해요.
대부분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있고 호흡이 빠른 작품들이네요. 이번 빌뇌브의 영화는 그 느린 호흡 때문에 저와 더 안 맞았는지도...=_=;
2017.10.19 23:53
2017.10.20 01:12
2017.10.19 18:46
이번에 전편 극장판을 보고 (아마 제대로 본건 처음일 거에요) 신작을 봤는데, 물론 전편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런데로 좋았고 음악에도 불만은 없었어요.
특히 시각적으로 뛰어나고 전편의 비주얼을 나름 유지해줘서 만족했는데.. 여성을 다루는 태도는 대충 알고 가서 기대는 안했구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평이 의외로 차가워서 이곳 분들이 기대가 크셨나보다 싶네요.
저는 전편이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듀나님 언급대로 우연히 탄생한, 우연히 여러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진 작품이란 생각이라서.
2017.10.19 21:50
저는 음악이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이건 아마 제가 전작의 음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일수도 있어요.
어쩌면 그냥 제가 빌뇌브 감독이랑 정말 잘 안 맞는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대놓고 후까시 잡는 건 멋지기만 하다면 충분히 분위기에 동조해줄 수 있는데, 결국은 별다르지 않은 평범한 얘기 할 거면서 건조한 척 진중하게 구는 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비슷한 예는 아니지만 전 본 시리즈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결국은 후속편으로 갈수록 정석적인 스파이 스릴러 루트를 따라가고, 제이슨 본 역시 사람 하나 매트 삼아 3층에서 뛰어내리든 자동차 정면 충돌을 하든 10초 즘 절뚝이며 아픈 척 하다 다시 쌩쌩하게 날아다니는, 제임스 본드 못지 않은 비현실적 괴물인데 액션 장면 롱테이크로 찍고, 격투 장면에서 근접하여 핸드헬드로 거칠게 찍었다고 현실적이라 할 때마다 좀 의아했음;;;
2017.10.19 22:07
2017.10.19 23:09
전작을 안 보셨다면, 유튜브에서 오프닝 씬만 봐도 대충 판단이 되실 거에요. 이야기가 엄청나다기보다는 분위기로 70%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오프닝 씬의 영상과 음악,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재밌게 보실 확률이 높고, 오프닝 씬이 별로였다면 재미 없게 느끼실 확률이 90% 쯤 됩니다 >_<;;
2017.10.19 23:36
2017.10.20 00:38
2017.10.20 11:29
우리나라 흥행은 애초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북미 흥행 역시 오프닝은 괜찮았고 로튼 지수도 높았는데 2주차에 벌써 감소율이 50%를 넘으며 크게 꺾이는 분위기더군요. 전편만큼 처절하게 망하진 않겠지만 본전 뽑기 어려울 듯;;
2017.10.20 00:39
2017.10.20 11:31
진짜 스뚜핏이었습니다...ㅠ_ㅠ 영화관도 여유있게 도착해서 밥까지 먼저 먹었는데에! 하다못해 밥먹으면서 한번만 확인해봤어도 A 영화관 표는 취소할 기회가 있었는데 말이죠...ㅠ_ㅠ
2017.10.20 14:36
2017.10.20 15:20
A 영화관 표 놓치고 B영화관 표 부랴부랴 다시 예매하느라 한 시간 여유가 생겼고, 마침 영화관과 아울렛이 같은 건물에 있는 곳이라 겨울용 목티라도 미리 살까 하며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옷 구입에도 실패...ㅠ_ㅠ 어쩌면 돈 날리고 시간 날린 삽질 때문에 이미 기분이 안 좋던 상황에서 2049를 봐서 평이 더 박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17.10.20 06:14
1. 영상과 음악에 대해서는 호평을 많이 봤거든요. 이 부분은 아마 정서적인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세대의 후까시는 미니멀리즘과 앰비언트사운드이다보니.ㅎㅎ
2. 컨셉아트에 대한 부분은 댓글들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이지만, crt 등등은 그저 80년대 사이버펑크에 대한 오마쥬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 같습니다.
2017.10.20 11:52
1. 아무래도 두 영화의 세계가 많이 다르다보니 전작의 분위기를 기대했던 제 성미엔 몹시 안 차는 듯 해요.
전작은 도시 전체를 조망하던 장엄한 오프닝 씬을 제외하면 공간적으로 꽤나 좁았습니다. 그리고 이 좁은 곳이 온갖 잡동사니로 빼곡이 채워져있죠. 어쨌든 껍데기는 수사물이니 긴박한 분위기도 있었고, 여기에 정적인 장면에서도 언제나 음악이 빈 공간을 꽉 채워주기 때문에 모호한 이야기와 별도로 세계 자체는 밀도높게 채워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2049는 엄청나게 넓고 엄청나게 황량해요. 공간은 끝없이 넓은데, 4명 이상이 함께 나오는 씬도 거의 없고, 음악마저 없으니 그저 공허해보입니다. 컨텐츠 없는 오픈 월드 느낌이에요. 맵은 엄청 넓고 배경은 끝내주게 멋지지만 상호작용할 인물이나 오브젝트는 없고, 그 넓은 맵을 한참이나 돌아다니다 NPC 하나 만나 퀘스트 받으면 또 해결하러 한참이나 무의미하게 걸어가야 하는...
2017.10.20 08:24
영화에 대한 부당할 정도의 반감만 잔뜩 가진채 뭘 말하고 있는건지는 파악도 못하면서 욕만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네요. 솔직히들 말해보시죠, 전작이 명작으로 추앙받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첫인상이 어땠을지. 높은 확률로 지루하다는 판정과 함께 절대 두번은 안봤을걸요. 82년 당시 평론가들과 관객들 반응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비디오를 통해 반복감상이 가능해지면서 영화가 재발견되고 걸작의 반열에 올랐죠. 이건 물론 아실테지만. 근데 이번 2049는 그런 전작을 계승했으면서도 화법은 좀 다릅니다. 세월도 지났고 감독도 다른데 당연하죠. 저도 단점으로 꼽는 부분이 있지만 촬영과 음향은 압도적이라 생각하며 최소 두번은 봐야 조, 조이, 스탤린, 이 세 존재의 대비와 의미가 파악되고 거기서 도출되는 사실들이 마지막 조의 행동과 배경으로 깔리는 'tears in rain'을 통해 전작의 로이 배티에게까지 도달하는 겁니다. 이 영화는 데커드는 레플리칸트인가 라는 의혹에 답하는 영화가 아니라 로이 배티는 인간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는 영화에요. 물론 지루하고 신경거슬려서 두번은 안보실 분들이 보입니다만. ..아놔 전작은 무슨 페미니즘 영화였나요?ㅎ
2017.10.20 13:32
신작은 안봤지만, 애초에 뭐 어마무시한 걸작이라고 그걸 기반으로 영화 만들었을까. 아니 오히려 틈들을 보았기 때문에 창작욕이 자극된 건가. 암튼 예술가들은 어디 구석에 있는 작품 리메이크면 모를까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해나가는 게 남는 장사 같아요.
블레이드러너는 의외로 시간의 테스트를 견고하게 버티지 못할 걸로 봐요. 이게 지금 봐도 감탄인 스페이스오딧세이처럼 68년작이면 모를까 그리 먼 과거도 아닌 82년작인 데다.
'괜히' 리들리스콧 버전에 대해 흉 보고싶은 사악한 마음이 드는 분위기네요 ㅋㅋ;
2017.10.20 15:47
사실 전작도 이야기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었다고 보긴 어렵고, 심지어 지구로 도망친 레플리컨트 숫자조차 오락가락하는 등(처음엔 6명 도망치고 1명은 탈출 중 사망했다고 하는데 데커드가 잡은 건 4명이라 살아남아 도망친 레플리컨트를 주인공으로 소설까지 나왔지만, 나중에 "그딴 거 없다. 6명 도망쳤는데 2명은 탈출 중 죽었고 데커드가 4명 잡아 전부 죽었다. 처음에 1명 죽었다는 건 편집 & 후시 녹음하다 실수로 틀린 거다"라며 감독판 대사를 2명 죽은 걸로 고쳐 최종 종결 =_=;;) 빈틈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 비주얼과 음울한 분위기, 그리고 반젤리스의 음악 덕분에 특별해진 작품이죠. '자고로 사이버 펑크의 풍경이란 이래야 한다'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후대 SF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만으로도 마땅히 명작.
2017.10.23 22:21
그래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애쓰셨군요 샌드맨님은! 제게는... 좋았던 점이라곤 단 하나도 없는, 별점 반 개도 주기 싫은, 아마 올해 최악의 영화일 듯 합니다. 정말 러닝 타임의 99%가고통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