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7 10:40
예전 '그분'은 제가 2~3개의 안을 만들어서 그중에 1안이 제일 낫습니다.. 라고 보고를 하면 1안으로 결정하면서 본인이 2~3개의 안중에 하나를 결정했다는 만족감을 얻으시는 타입이었습니다.
뻔한 것도 꼭 2~3개의 안을 만들어야 해서 좀 피곤했지만..
본인이 결정했으니 책임도 본인이 지고.. 물론 책임은 본인이 지지만 아래 사람들한테 아주 난리를 치는 타입이었고요.
'내가 1안으로 결정하긴 했지만, 네가 1안이 제일 낫다고 했으니 그런거다. 너 때문에 내가 곤란하니까, 네가 죽일놈이다..' 뭐 이런 식..
지금 상사님은.. 제가 해왔던대로 2~3개의 안을 가져가서 보고를 하면 '가과장은 어느 안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본인 생각대로 해' 라고 하는 타입입니다.
처음에는 2~3개의 안을 가져갔는데..
지금은 아에 1개의 안만 가져갑니다. 여러개 가져가봐야.. '일을 네가 하지, 내가 하냐? 일 할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해. 여러가지 비교할 필요 없어' 라고 해서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가져간 안이 본인의 생각과 안 맞으면 별 다른 설명 없이 그냥 다시 생각해보자라고 합니다.
본인이 무슨 생각인지 명확히 알려주지는 않아요.
결국 저는 1개의 안을 가져가야 하는데,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상사님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그 생각에 맞는 안을 준비해서 가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상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제가 생각한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니 책임도 제가... (....)
다행히 아직 제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온적은 없습니다만...
이것이 연차가 차고, 직급이 오르는 것인가 싶네요.
'그분'은 제가 과장이 되어도 과장대우를 전혀 해주지 않았거든요.
2017.11.17 10:57
2017.11.17 11:11
2~3개 안을 가져가다 접은 이유가..
PPT 켜고 안이 여러개라는걸 인지한 순간.. '됐고 이중에 어떤 안으로 가야 하나?' 라고 합니다. 다른 안은 볼필요도 없다는 거죠.
그래서 1안을 보여주고 왜 이렇게 가야 하는가 라고 설명을 하는데, 상사의 생각과 다르면 중간에 '음.. 다시 생각해보자. 이 방향은 아닌 것 같아..' 라고 합니다.
제가 안을 만들때 상사 생각을 캐치 잘 했으면 2,3안은 볼필요도 없이 1안으로 OK 인것이고..
상사 생각을 캐치 못했으면 1~3안 모두 반려.. 다시 생각해보자.. 라고 합니다.
저보다 이 팀에 오래 있었던 후배도 1안만 가져가더라고요. 여러가지 고민해봐야 다 쓸데없다고..
실무자가 안들을 늘어놓고 '결정하십쇼!' 라는걸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것 같습니다.
2017.11.17 11:43
아하,,, 그렇군요.
상사가 많이 후지군요.
상사가 생각(실력)이 있는건지 어떤건지 확인을 해보려면 용기가 필요하겠네요...
"방향을 얘기해 주시면 다음번에 준비할때 도움이 될것 같은되요?" 라고 하면, 아주 시끄러워질 각인가 보군요.
2017.11.17 12:55
물어보면 이야기는 하는데.. '명확하게' 얘기 안해줍니다.
일반론만 한참 얘기해줍니다. 그래서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달까요.. (피곤..)
회식때 삼겹살을 먹을까요, 횟집을 갈까요? 라고 물어보면 '너희는 뭐 먹고 싶냐?' 라는 대답이 나오지 '난 삼겹살이 좋더라' 라던가, '난 회가 좋은데 뭐 회를 꼭 먹자는건 아니고...' 같은 대답도 안해준달까요..
2017.11.17 11:55
전 모든 상사들이 2~3개의 안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 회사만의 특징인가봐요. 2~3개안을 내면 상사들은 ally과장의 1안은 뭔가하고 물어 본 다음에 그냥 본인 맘에 드는 안으로 고르던데...
2017.11.17 12:51
아마 지금 제 상사의 특징인거 같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모신 상사들이 대부분 여러개 안 늘어놓고 고르게 하는걸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2017.11.17 12:25
2017.11.17 12:53
여러가지로 참 '대단한' 양반입니다. 언제까지 회사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2017.11.17 12:46
회사생활의 절반쯤은 "이거 누구 책임임?"을 따지는 일이죠.
그리고 우리는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습죠 네.....
2017.11.17 19:23
모든 의사결정이란 결국 최선의 정답은 없고 결국 어디에 선택과 집중을 할것이냐의 문제인데, 여러 안을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각각의 방안으로 진행할때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하고 그에 따라 각각 어떤 이익과 리스트가 있는지 비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뮬레이션?), 결국 특정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은 (각각의 방안이 모두 자기완결성, 합리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결정하고 추진을 할 주체의 주관적 선택.
그래서 전 보통 작업지시를 할 때,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필수적으로 도출되는 두어가지 선택방향을 제시하고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한번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보라고 지시합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방안들이 시각화 되면 미처 보이지 않던게 보일 수도 있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최대한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기본 안전장치랄까?
물론 모든 결과는 좋든 나쁘던 제가 져야죠. 영화를 예로 들면, 그 안에 배우부터 촬영팀, 음향팀, 미술팀 등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들어지게 되지만 결국 그 결과에 따르는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게 상식인데 회사라는 조직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라 월급 거저 날로 먹으려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것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꼭 그런 것들이 잘나가는 회사는 망할 확율이 높고요.
2017.11.18 06:22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러개 가져가면 섞는 타입은 아닌것 같아서 어떻게 보면 좋은 상사네요.
하나가져가서 맘에 안들면 맘에 안든다고 정확히 말해주니 그것도 괜찮구요.
맘에 안드는 이유를 말 안해준다면 물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그게 아니라면 상사를 좀 더 살펴보시는 수밖에요.
맘에 안드는 부분일때 티를 내실거 같은데..., 티도 안난다면 그때는 그냥 한부분 찍어서 고치던가 아니면 제시한 "안"에서 제일 맘에 안드는 부분을 바꿔보는것도.
지금 상사님께도 2, 3가지 안을 가져가심이....
이중에 내 생각으로는 이것이 최선인 것같다.
왜냐하면....
이런식으로 진행이 되면 상사님도 가라님의 결정이유를 알거고, 상사님 의견도 들을수 있지않을까요...?
결정과정에 말과 의견을 섞고, 같이 결정한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면,
그 결정이 결과가 좋으면 서로 웃을 수 있고요,
안좋으면,, ㅋㅋ,,
가라님 혼자 독박쓰더라도, 지금보다 나쁘진 않을것 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