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은 읽은 지가 꽤 되었는데 당시에 글을 적을 기회를 놓쳐서 지금 적어봅니다. 마침 시국이 시국인지라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대학입시, 사법고시, 대기업 공채, 공무원 시험 그리고 출판사 공모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법도 한 질문이고 누구는 각각의 개별적 문제를 따로 따로 지적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장강명 작가는 이들 모두를 꿰뚫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 한가지를 명쾌하게 풀어냅니다. 이 작가의 통찰력은 남다르구나 싶었습니다.


모두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학력고사, 수능,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공정성에 의문의 여지가 다분한 시험 제도들이 도입된 이유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진 나머지 학생들이, 혹은 사법고시 준비생들이 쏟아부어야 하는 시간과 자원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과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대학 입시 전형은 학생들이 정말로 학생다운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으로 대학을 가게 하자...라는 의도는 좋았다고 봐요.

하지만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왜 이렇게 쓸데없이 과다한 경쟁을 초래하게 되었는가인데 그 때문에 아무리 입시제도를 자주 바꿔도 그 폐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이것이 과도한 보상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일단 시험에 통과하기만 하면 신분과 계급이 평생 보장되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공부한 지식이 쓸모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죠.

이러한 대학입시의 폐단, 공무원 시험의 폐단 (젊은이들이 모두 공시에만 몰림) 등을 없애고 싶으면 합격 후 그 보상을 덜 과다하게 책정하면 됩니다. 

내가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검사가 되더라도 그에 대한 이너써클이라는 조직이 덜 단단하고  그 보상이 사회의 다른 활동을 하는 것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덜하다면 그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또다른 이유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는데 왜 보상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아마도 그건 우리가 강력한 신분제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겠죠. 남과 구별되는 나,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 사이에 담을 쌓고 사는 나.. 이런 의식이 우리 사회에는 꽤 강력한 것 같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시험에 합격한 이들에 대한 보상을 줄이자면 그것으로 민란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장 작가의 분석에는 동의합니다. 단단하게 조직되어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이너써클과 평생 보장되는 계급, 보상이 큰 만큼 들어가기가 어려워야 하고 그만큼 아무나 들어가선 안 되고 그 과정도 병적으로 공정해야만 하죠. 물론 공정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지금처럼 제도 자체가 100% 기계적 공정함을 측정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경우 사람들이 제도 자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죠. 그래서 수시충, 지균충등  같은 학교안에서도 너와는 급이 다른 나로 담을 쌓고 다닙니다. 정시합격이 아닌 이상 누구도 입시부정 의혹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산자들'은 이번주에 읽은 책입니다.

하루 하루를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는 여러 사회적 약자들의 단편 이야기를 묶은 책입니다. 주인공이 청년이거나 학생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사회적 약자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이야기도 있는데 이걸 읽고 신문에 오르내리는 기사와 비교하니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말도 안되는 기사들이 많은지도 알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엄청나게 복잡한 입시 전형과 취업을 위한 노력이 필요했던 세대가 아니라서 지금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데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X 파일은 시즌 3 중반을 보고 있는데 오늘은 Nisei와 731 이라는 연속되는 에피소드를 봤습니다.

이걸 쓴 작가는 우연히 2차대전때 731 부대 이야기를 접하고 이 에피소드들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요.

731 부대의 피해자중엔 미국인, 영국인, 호주인들이 있었는데 전쟁이 끝나고 돌아가서 이 사실들을 증언했지만 731 부대의 실험 기록과 거래를 한 미국에 의해 은폐되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쯤에서 외계인 실험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정부가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꾸며낸 것이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틀어집니다. 이게 훨씬 더 설득력있고 리얼한데 왜 엉뚱하게 외계인을 진실로 밀고 나가서 다음 이야기들을 망쳤을까요? 

이제 곧 시즌3의 베스트 에피소드 '그로테스크'가 옵니다. HD로 보는 화면과 컬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5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1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08
109718 [바낭] 쌩뚱맞은 걸그룹 AOA 잡담 [17] 로이배티 2019.09.20 1536
109717 로이배티님이 영화게시판에서 진지하게 영화 얘기만 올리는 세태를 한탄하며 올리는 (여자)아이돌 잡담 [2] 룽게 2019.09.20 1179
109716 내년 경제상황이 매우 심각하게 안 좋을 거라는 전망 [3] ssoboo 2019.09.19 1665
109715 살인은 추억이 될 수 있는가 [62] Sonny 2019.09.19 2448
109714 듀게 여러분, 그간 격조했습니다. 저는 머나먼 이국 땅 [8] Lunagazer 2019.09.19 1208
109713 '조국 퇴진' 시국선언 교수 2300명 넘었다...'최순실 사건' 때보다 많아 [3] 도야지 2019.09.19 1172
109712 서부시대 인디언 전사 같이 삭발을 [1] 가끔영화 2019.09.19 411
109711 No Japan 중에 일본 안가기 효과 정확한 통계가 나왔군요. [8] ssoboo 2019.09.19 1444
109710 조국의 '죄' [5] 도야지 2019.09.19 1048
109709 살다살다 듀나님이 넷 페미니스트들한테 까이는 걸 볼 줄은 몰랐네요 [16] eltee 2019.09.19 2079
109708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범인이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에게 [8] ssoboo 2019.09.19 1205
109707 오늘의 잡지 화보 (스압) [1]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09.19 337
109706 아마존 프라임 <Undone> (스포 있음) [4] iggy 2019.09.19 512
109705 두가지 중대한 착각, 당신이 선호하는 이론은? 타락씨 2019.09.19 451
109704 인사검증 시스템,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18] Joseph 2019.09.19 698
109703 김재원 예결위원장,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 안 대표 발의 [4] 왜냐하면 2019.09.19 368
109702 이게 진단명이 뭘까요? [9] 휴먼명조 2019.09.19 714
109701 여론 조사 결과 [35] 칼리토 2019.09.19 1171
109700 [채널A] 국토부와 사전 협의 없이…전·월세 기간 2년→4년 추진 [12] 좋은사람 2019.09.19 656
109699 나경원 원내대표의 꿈은 끝났군요 + 회사바낭 [4] 가라 2019.09.19 94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