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된 커뮤니티의 독성

2023.06.08 09:53

Sonny 조회 수:647



phone.jpg



다른 게시판들 사이에서도 특히 노화된 듀게를 보고 있자면 커뮤니티의 본질이라는 게 더 두드러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덜 늙고 활성화되어있는 커뮤니티들의 경우에는 다수의 합의와 그에 따른 제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커뮤니티가 노화될 수록 "공동 (commun)"으로서의 개념이 더 흐려진달까요. 개인화되고, 파편화되고, 다수의 반응이 결집되는 반응이나 상호교류는 적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커뮤니티는 사람들은 모여있지만 그 사람들끼리는 별 관계를 갖지 않는 굉장히 희미한 사회성이 유지되면서 커뮤니티는 게토화됩니다. 커뮤니티가 무책임한 공간이 되는 거죠. 유동닉들이 판치는 디시인사이드의 수많은 마이너 갤러리들이 그러하듯이요.


다수의 타인과 조응할 수는 있으나 그 타인들에게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 같진 않습니다. 책임은 축소되고 자유는 한없이 커지는 그런 공간에서 사회성이라는 게 퇴화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사실 인간 대 인간의 교류라는 것은 언제나 그 자유의 범위가 협소하고 또 긴장이 연속되는 상황일테니까요. 하고 싶은 말과 그 어투와 정치적, 개인적 성향에 따라 결국 무시하거나 단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자신 외의 모든 사람을 그렇게만 여긴다면...  규칙에 위반되지는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내 자유다... 법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무한한 자유를 혼자 부여받고 만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는 "거의 무법지대"의 환상만을 안겨주고 맙니다. 그렇게 타인들을 무시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모든 타인들을 그렇게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 작은 자유에 취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다는 점에서 커뮤니티는 몰이해의 악순환을 이뤄낼 뿐입니다.


오랜만에 폰은정 짤방을 한번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유동닉들이 판치는 디시인사이드라도, 최소한의 언어 규칙과 사람들 사이에 일단 전제되는 소통의 형식은 존재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죠. 폰은정이라고 혼자 망상을 했으면서도 그걸 실제 이름인 것처럼 말하는 게 무슨 규칙위반이겠습니까? 그런 망상을 진짜인것처럼 말하는 것도 저 사람의 자유이겠지요. 그렇다면 타인에게 최소한의 규칙을 기대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메타인지가 부숴진 사람들은 늘 "자신의 자유"를 강조합니다. 뒤집어 말해서 타인을 배제하거나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게 얻은 자유가 얼마나 고귀하고 건강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참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혼자인 게 좋을 것 같지만 결국 대화상대가 필요해서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자동적으로 조회수를 확보하면서 반응을 기다리는 거니까요. (진짜로 혼자인 게 좋고 말할 자유가 절대적이면 개인 sns를 하면 될 일이죠) 유감스럽게도 이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과 별도로 구분된 공간이 아니라 오프라인을 바탕으로 부속된 세계입니다.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날아오는 청구서를 온라인 공간에 버릴 수는 있겠지만 그 빚이 그렇게 갚아질지는 모르겠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14
123677 황비홍 소림권 [4] 돌도끼 2023.07.07 258
123676 더운 여름은 장마 덕에 한달 밖에 안되는군요 [1] 가끔영화 2023.07.07 257
123675 7월 말에 열린다는 포천 우드스탁 페스티벌 과연 어찌 될까요... [2] 모르나가 2023.07.07 337
123674 공회전만 하는 출산율 논의 [19] Sonny 2023.07.07 736
123673 강풀원작 디즈니플러스 무빙 커밍순 예고편 상수 2023.07.07 209
123672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Flixpatrol 전세계 2위 등극!! [2] S.S.S. 2023.07.06 388
123671 듀나인 - 경주 여행 맛집, 볼거리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상수 2023.07.06 224
123670 리버풀 ㅡ 음바페 daviddain 2023.07.06 125
123669 [영화바낭] 굿바이 인디아나 존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잡담입니다 [15] 로이배티 2023.07.06 543
123668 인스타그램은 트위터의 꿈을 꾸는가? [1] 상수 2023.07.06 283
123667 프레임드 #482 [2] Lunagazer 2023.07.06 76
123666 썬캡이 바람 불면 날아가 가끔영화 2023.07.06 107
123665 웰메이드 헬조선 영화 '드림팰리스' [4] LadyBird 2023.07.06 331
123664 직장 다니면서 씨네필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14] Sonny 2023.07.06 732
123663 오징어게임 2화 [1] catgotmy 2023.07.06 277
123662 [근조] 홍콩가수 코코 리 [3] 영화처럼 2023.07.06 363
123661 피프티피프티 분쟁 본격화 [2] 메피스토 2023.07.06 549
123660 Psg 엔리케 오피셜 기자회견 실시간 보는데 [4] daviddain 2023.07.06 178
123659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여성판 이태원 클라쓰 [4] S.S.S. 2023.07.05 425
123658 [디즈니플러스] 그냥 후일담으로 생각합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잡담 [17] 로이배티 2023.07.05 5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