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입에 담기도 힘들고 페미니즘이 뭔지 어떻게 하면 여성인권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고민을 하기에도 먹고 살기 바빠 글줄이나 읽고 마는 평범한 중년입니다. 저같은 사람들이 아마도 대다수겠죠. 


듀게에는 훌륭한 페미니스트도 많이 계시는 것 같고 여성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있어 역시 읽을만한 글이며 댓글들이 많습니다. 덕분에 저도 좀 배워가구요. 


문득 그런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이런 갑론을박과 분노들이.. 여성대 남성,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어져 벌어지는 것이라면 모두가 노력해서 극복하고 바꿔나갈 문제죠. 문제의식이 이렇게나 많으니 차차 바뀌어갈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데 저는 이런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부당함에 대한 문제도 문제지만..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벌어지는 빈부격차에서 오는 차별과 불공평함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들면 강원랜드 채용 비리만 해도 그렇습니다. 채용된 사원들 모두가 100프로 청탁이었다는 뉴스를 들었어요. 물론 기업에 들어가려고 빽을 쓰기까지 한게 무슨 대단한 거냐.. 그런 빽이 있는게 당연한거 아니냐.. 없는게 문제다..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이게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문제중에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는 거죠. 출발선이 다르다는거, 부모를 잘 만나고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더 쉽게 잘 살수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칙을 좀 하고 편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거. 


지금까지 벌어진 이런 문제들때문에 불공평한 사회가 되고 차별이 조장되고 그런 와중에 여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 소수자와 약자를 차별하는 분위기도 더 심해지는거 아닌가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여성차별 문제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를 없애나가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여를 구분지어 이렇게 서로 을러대고 비난하고 분노하는 일들이 그 일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걸까요?? 차라리.. 내게 주어질수도 있었을 기회를 박탈해간 기득권층에 분노하고 그 배후를 비판하고 거리로 나가서 돌이라도 던지는게 더 생산적인 일은 아닐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왜 계층 갈등은 일어나지 않는가에 생각이 미치니.. 아무래도 남성 여성이라는 젠더는 타고난 거라 바꿀수 없지만 지금 살고있는 형편이 어렵다고 해도 언제나 계층간의 이동은 가능하고 내가 잘살고 부자가 되고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이 되면 나도 저렇게 편법을 쓸수도 있겠거니..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비약일지는 몰라도. 


이명박근혜 시대를 통과해서 이제는 좀 정의가 흘러넘치는 세상이 되는가 보다 했더니 명박이 아저씨 뒤를 좀 캐보려고 댓글수사를 하는 족족 구속적부심으로 풀어주고야 마는 신광렬 판사를 보고 페미니스트인지 마초꼰대인지 딱히 관심도 없고 앞으로 개종한 열혈 페미니스트가 된대도 사회에 한줌의 영향도 미치기 힘든 남자 배우를 헐뜯는 것 보다 저 썩어빠진 적폐의 몸통을 물어뜯는 분노가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어요. 


왕족과 귀족들을 목매달고 단두대에 올려 목과 몸통을 분리시키던 혁명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공평한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은 늘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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