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촌평

2018.01.03 21:18

soboo 조회 수:3088

8712....


영화 도중 교문 앞에서 짭새의 검문중에 나오는 학번 앞자리 네숫자가 저와 똑같더군요.

이런 영화를 평상심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두시간 동안 심장이 너무 아파 괴로웠습니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어느정도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영화를 보았는데도 많이 힘들더군요.


1. 박처장 (김윤석)의 과도한 비중이 옥의 티였습니다. 그의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폭력성의 뿌리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은 알겠는데 발란스의 붕괴 같아요.

 그 분량의 1/3 정도는 김정남이나 이한열에게 혹은 버스 위에 올라 서 있던 사람들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2. 1987은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야 하는 영화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1987이라는 역사적 시공간은 짧지 않은 기간동안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던 사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보다 소박하게 보여지던 시위대의 규모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연대정문앞 굴다리 아래 올망졸망한  전투경찰의 규모도 너무 애교스러웠구요.


3. 시각적 재현이 많이 부족한 그 와중에 30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해 심장을 울린건 광장의 ‘함성소리’였습니다.

음향이 열일 한 영화 같아요.


4. 남자 캐릭터와 배우들 라인업에 비해 너무도 초라하고 빈약한 여성 캐릭터와 출연진들도 옥의 티였는데 그 또한 마지막 시퀀스의 함성소리를 이끌던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던 문소리의 목소리 하나로 커버가 될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5.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지만 30년전의 그 시대 그리고 그 속에 살아가던 내 젊은 시절과의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을 사람으로 살아온 버티어온 그 함성을 이루어낸 수 많은 사람들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영화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다만, 왜 30년전을 영화로 보면서 전 아직도 괴롭고 힘든걸까요? 왜 그 시절이 트라우마처럼 각인이 되어 있는걸까요?

그런 물음을 던지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23
126321 [디즈니플러스바낭] 란티모스씨는 여전히 이상하기는 한데. '가여운 것들' 잡담 [15] 로이배티 2024.05.29 508
126320 강형욱 논란과 남초 커뮤니티 [11] Sonny 2024.05.28 942
126319 넷플릭스 찜리스트 catgotmy 2024.05.28 164
126318 프레임드 #809 [4] Lunagazer 2024.05.28 48
126317 20240525 채상병 특검법 촉구 집회 다녀왔습니다 [3] Sonny 2024.05.28 209
126316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VOD, OST 2곡 공개, 더 퍼스트 슬램덩크 디플 독점공개(예정), 신경끄기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신경끄기 어려운 현실 상수 2024.05.28 107
126315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6] 조성용 2024.05.28 386
126314 박병호 kt에 방출 요청 [2] daviddain 2024.05.28 162
126313 책 선물받았어요 [1] daviddain 2024.05.28 124
126312 침착맨 탄원서에 대해 [2] catgotmy 2024.05.28 493
126311 강아지 유치원 직원의 개 폭행사건 그리고 … [3] soboo 2024.05.27 464
126310 의사소통 혹은 관계의 진전 부치빅 2024.05.27 131
126309 연령별 한국 여성들의 취미 [4] ND 2024.05.27 552
126308 연령별 한국 남성들의 취미 [5] ND 2024.05.27 439
126307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감독의 숏드라마 - 미래의 혼활 [2] 상수 2024.05.27 172
126306 엔팁에 대해 [3] catgotmy 2024.05.27 156
126305 강형욱 논란에서 이상한 점 [10] 딸기와플 2024.05.27 905
126304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덜알려졌지만 음미할만한 노래 추천 할게요. [1] jeremy 2024.05.27 96
126303 퓨리오사를 보기 가기 전 Fury Road를 복습했더니..(양영화 스포 포함) [4] Gervais 2024.05.27 279
126302 [애플티비] 살인자의 입을 열어야 살 수 있다. ‘블랙버드’ [4] 쏘맥 2024.05.27 1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