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살아 있는 사람들

2019.08.06 18:48

어디로갈까 조회 수:1177

1. 다른 마음과 부족한 말들은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다르고 부족한 채로 마지막까지 서로 만나지 못하고 끝나는 사이가 많겠죠. 그러나 대립점에 서 있더라도 각자 성의하게 정진한다면, 어느 순간 더 이상 적일 수 없는 영역에서 상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느 한 쪽이 더 심해서 만나지지 않는 상태라 하더라도, 만나기 위한 노력의 자세나마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이 세상에 균형 잡힌 인생이란 없다.'
사춘기 시절부터 제 머리 속 전광판에서 명멸하고 있는 문장이에요. 아마 날카로워지는 스스로를 고무시키기 위해서 뇌리에 전시한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균형 잡히지 않은 인생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은 '만남'이라기 보다는 '만남의 자세'를 향한 안간힘뿐일 것 아닐까요? 물론 그 노력은 즐겁지 않죠. 하지만 견디지 못 할 고통인 것도 아니에요.

'세상에서 가장 값이 없는 게 진실과 감수성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악마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진실과 감수성이 있죠. 저마다 그걸 소중한 근거인 듯, 최후의 보루인 듯, 가슴 깊은 곳에 놓아 둔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현실은 진실과 감수성은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손 안에 있을 때는 단단한 보석인 줄 알지만, 펼쳐 보이면 부스스한 모래처럼 바람에 날리는 어떤 희박함에 불과한 것이라고, 악마는 그런 얘기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악마가 그런 말을 한 건, 그게 사람들에게 가장 슬픈 삶의 해석으로 들릴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 아닐런지.

진실과 감수성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적수공권의 맨발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기엔 세상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무서운 곳이라는 긴장/경계심 만으로 살 수 없고, 그렇게 살게 되지도 않습니다. 진실과 감수성을 꺼내 보이지 않아도 되는 여유,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서운 질서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참 가난한 질문입니다.

2.  과 커플인 언니 부부는 9년 째 런던 거주 중입니다. 하여 부부의 동기/선배들 대소사를 제가 다 챙겨왔어요.  오전에 언니네 동기가 교통사고로 명을 달리했으니 빈소에 가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저도 아는 분이에요. 그의 결혼식에도 제가 갔었고, 언니가 엄마보다 따순 밥을 더 많이 먹여준 존재라며 첫수입 수백만원을 절 통해 런던으로 송금해서 제 마음까지 울렸던 분이죠. 아내 분과 세살바기 아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의자에서 몸이 안 떨어집니다. 

삶의 죽음이나 (증오로 인한) 죽음의 삶이나 지켜보기 쉽지 않군요. 끝도 없는 절벽을 따라 걷는 이 기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38
109547 "라스트 갓 파더" 봤습니다 [10] 칸막이 2011.01.06 2771
109546 콧바람~ 여행을 가고 싶어요 [6] Ms. Cellophane 2011.01.06 1527
109545 박신양씨 연기에 대해서요...ㅜㅜ [12] 수지니야 2011.01.06 3505
109544 그러면 여러분의 [19] 셜록 2011.01.06 2346
109543 패션 유행에 대하여 [13] 바벨의개 2011.01.06 2847
109542 7개월에 7억 급여. 정당하게 받았다? [4] 고인돌 2011.01.06 2499
109541 우리 아이 이쁘지?에 비교되지 않는 맘 상하는 말... [5] 셜록 2011.01.06 2920
109540 길 고양이 동영상 [1] 늦달 2011.01.06 1112
109539 정말 골프장에선 이런걸 끼나요. [5] 빠삐용 2011.01.06 2370
109538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있나요? [51] 고인돌 2011.01.06 7760
109537 본격 고백글- 저도 아이사진 끔찍히도 싫어했습니다. [11] 비네트 2011.01.06 3274
109536 저는 아이들이 미운 네살-일곱살 사이일 때가 젤 예뻐요 저만 그런가요? [3] 셜록 2011.01.06 1933
109535 아이유 이번 앨범 들으니............. [6] 감동 2011.01.06 2568
109534 홍대입구 근처에 빵집을 찾습니다 [2] 스틸녹스 2011.01.06 2072
109533 [커피머신] Ⅳ. 마지막 편. 가정용 최상급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8] 서리* 2011.01.06 10496
109532 방송 3사 수목드라마 어떤거 보실겁니까 [9] 슈크림 2011.01.06 2282
109531 WiFi란 것이 이리 허술한가요? (구글의 개인정보 불법수집 사건 관련) [27] 라면포퐈 2011.01.06 4413
109530 고양이 동영상 올려 봅니다 [8] Bottleneck 2011.01.06 1621
109529 "고종 44년의 비원" 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1] Kenny Dalglish 2011.01.06 1390
109528 비틀즈 - For No one [7] 매카트니 2011.01.06 165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