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gtuLKu.jpg?1




쿠바 혁명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한인 2, 헤로니모 임에 대한 다큐 <헤로니모>가 서울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보인다고 합니다(9/25 , 저녁8, 종로 인디스페이스).

지난 광복절에 kbs를 통해 편집본이 방영됐다는데, 찾아보지 않고 정식 개봉을 기다려 봅니다. 아직 확실한 개봉 시기 소식은 없는 듯?

 

우리나라가 그간 먹고 사느라 재외 한국인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는 하나, 고려인이나 쿠바 한인 등의 경우는 특히 체제 문제와 엮여서 더욱 존재가 잘 알려지지 못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김영하의 <검은 꽃>을 통해 구한 말 멕시코로 팔려간 천여 명의 한국인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송일곤 감독의 다큐 <시간의 춤>을 통해 쿠바로 이주한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접해본 게 전부였습니다.



QtpXjAi.jpg?2

 


2009년 작품인 <시간의 춤> dvd를 오랜만에 꺼내 보았는데, 당시에 그 분위기에 흠뻑 매료돼서 한동안 쿠바 음악 CD를 들으며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헤로니모>처럼 인물이나 역사를 자세히 추적하는 정보 전달에 충실한 다큐는 아니고, 대신 한인 후손들이 여전히 정체성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며 사랑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매우 감성적인 표현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쿠바의 넘실대는 낭만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도록 이끌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냥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 되는 풍광들, 배경처럼 넘쳐흐르는 춤과 음악들, 가족과 연인에게 편지로 시로 몸짓으로 하는 사랑의, 사랑의 표현들.


 

어떻게 해서 쿠바 여자가 이렇게 못생긴 한국인과 사랑에 빠졌죠?”

(낄낄낄!)

말해도 못 믿겠지만, 그래도 안할 수가 없군... 우린 사랑에서 결혼까지 15일 밖에 안 걸렸거든!”



1세대의 역사를 지켜보았으며 에네켄 농장의 노동과 혁명 과정을 몸소 체험했던 2세대들은, 이제 연로하여 별세했거나 나이 90에 가까웠습니다. 워낙 소수인 탓에 3세대부터는 순혈 아시안의 외모는 거의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한인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때때로 모임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임천택, 그리고 그의 아들 헤로니모 임이 있습니다.


 

FJ6SPKu.png?1



<쿠바의 한인 중 임천택 일가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준다.

1905, 한 여자가 혼자서 이제 갓 두 살이 된 아이를 품에 안고 제물포항에서 멕시코행 배를 탔다.

그 두 살짜리 아이는 멕시코에서 청년이 되어 까마올리빠스호를 타고 쿠바로 왔다.

그리고 2년 후, 10살 때 아버지에 의해 쿠바로 팔려온 한 여자, 김기희와 결혼한다.

임천택은 김구 선생에게 독립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었고, 자신의 정체성, 한국인임을 잊지 않았다.

 

임천택의 장남이자 이르마의 큰오빠, 헤로니모 임을 소개한다.

그는 지하운동으로 투옥된 경험이 있었고, 그 얼마 후 크리스마스 한인 파티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나였고, 1945년 크리스마스였다.>

 


한인 최초로 아바나 법대에 입학했으며 카스트로의 동기였던 헤로니모는, 7.26 저항운동 비밀조직의 일원이었고 혁명 성공 후 농림산업부의 초대 차관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그의 혁명가적 업적과 그가 주도적으로 한인회를 만들게 된 역사들에 대해 더 이상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의 미망인 크리스티나가 남편을 그리워하는 모습들, 그가 아내에게 썼던 사랑의 편지들을 보여줍니다. 편지 읽는 장현성의 나레이션이 무척 근사합니다.

 

할아버지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가요? 내 아버지의 조국이지.

한국과 쿠바가 야구를 하면 누구를 응원하실 거예요? 쿠바지! 난 쿠바에 살고 있고, 쿠바 사람이니까. (하하하!)

망설임 없이 스스로를 쿠바인이라 일컫는 한인 후세들을 보며, 오히려 유쾌한 안심을 느꼈습니다. 그들은 조금 먼 곳에서, 기적처럼 자신의 시간을 잘 살아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천 년이 흐른 뒤 더 많은 국가가 생겨나고, 민족이 사라지거나 혼합될 것이다.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들은 조금 먼 곳에서, 기적처럼 자신의 시간을 살고 있고 있었다.

마치 지금 영화의 마지막을 보고 있는 당신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누군가처럼.

만약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들의 시간은 죽지 않는다.

여기 쿠바의 아이들이 춤을 춘다. 시간의 춤을, 춘다.>

 



mOQBbIY.jpg?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5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88
109651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아주 좋네요. [6] woxn3 2019.09.15 1634
109650 부산영화제 상영작이 나온거 같아요 [3] 어디로가야하나 2019.09.15 668
109649 [바낭] 넷플릭스로 호러 영화 '마마'를 봤습니다 [4] 로이배티 2019.09.15 1131
109648 [듀나인] 영화제목을 찾습니다. 꾸벅 [5] sent&rara 2019.09.14 660
109647 아이즈원 일본 신곡, Vampire MV 메피스토 2019.09.14 480
109646 이런저런 일기...(연휴...) [2] 안유미 2019.09.14 838
109645 [KBS1 독립영화관] 영주 [EBS1] 제인 [7] underground 2019.09.13 791
109644 제목 달기의 어려움 [7] 어디로갈까 2019.09.13 1082
109643 이번주 시사인 천관율 기자 조국 기사 [13] fingernails 2019.09.13 2961
109642 이런저런 일기...(정치인, 거짓말, 추석) [2] 안유미 2019.09.13 833
109641 카렌 카펜더 노래 해석 해주세요 [3] 가끔영화 2019.09.13 495
109640 [바낭] 넷플릭스로 '그렘린'을 보았습니다 [22] 로이배티 2019.09.13 1549
109639 언론이 편향되었다는 사실도 모르는(모른척하는) 머저리들 [1] 도야지 2019.09.12 914
109638 토크빌 선생님이 쓰러지지 않아! [5] 타락씨 2019.09.12 1079
109637 추석 전야 [3] 칼리토 2019.09.12 876
109636 [오늘의 특선TV] 아기동물들의 1년, 옐로우스톤, All About BTS [3] underground 2019.09.12 709
109635 볼튼 잘리니 다시 찾아보게된 짤 [3] ssoboo 2019.09.12 954
109634 [네이버 무료영화] 무스탕: 랄리의 여름 (Mustang, 2015) [2] underground 2019.09.12 595
109633 금태섭 의원 중앙일보 인터뷰 [22] Joseph 2019.09.12 1857
109632 Mardik Martin 1936-2019 R.I.P. 조성용 2019.09.12 2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