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s End.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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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라이트 감독. 주요 출연진은 위 포스터 그대로입니다. 5명의 친구들과 로자먼드 파이크. 사이먼 페그가 들고 있는 게 분위기상 폭탄 같이 보이지만 아니고 맥주잔입니다. 지난 번에 이 감독님 영화 세 편을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그때 없었던 본 영화가 웨이브에 있어서 봤습니다. 

'뜨거운 녀석들' 의 두 주인공이 여기서도 중심이 되네요. 그 영화만큼 재미있게 봤는데 거기에 뭔가 마음 짠함이 더해집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흐른 시간이 배우들에게도, 영화의 내용에도 반영되어 있어서 연달아 본 감상자에겐 그런 짠한 마음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동창 다섯이 있습니다. 겉보기에 남들과 비슷하게 (알고보면 허접하지만)그럭저럭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네 명과 가족도 돈도 없고 알콜 문제까지 있어서 누가 봐도 번듯함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사는 한 명, 이 다섯이 고향으로 가서 어릴 때 못 마친 미션을 완수하려는 내용입니다. 그 미션이란 게 고향에 있는 술집들을 도장깨기하며 순례하는 것이고요. 그러는 과정에 억지를 쓰며 고향 방문을 주도한 한 명의 친구 플러스 억지로 끌려오다시피한 네 명의 친구들은 고향 동네가 수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우당탕탕 소동이 이어집니다. 

'뜨거운 녀석들'에서 주인공은 스마트함과 정의로움과 혈기로 빤짝이던 느낌을 주었었는데요, 세월은 흐르고 먹고 살기 바빠 매사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현명함으로 여기고 사는 중년들이 되었습니다. 한 명은 먹고 살기 바쁜 척도 못하는 실패자가 되어 친구들의 기피대상이고요. 

영화는 실패하는 사람들, 루저들을 편들기 위한 거대한 소동극입니다. 마지막 술집까지 기어코 방문하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돈 안 되는 일, 실속도, 쓸 데도 없는 일에 목숨 겁니다. 모두모두 비슷한 모습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비켜나서 제멋에 살아온 이들이 지구가 끝장나도 버티는 걸 보여 주네요. 후반부에는 루저들이 문명을 지탱한다고 항변하는 대사까지 나오는 걸 보면 조금은 직설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위 엘리트들이 개판치는 현실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재미를 찾아 자유롭게 늙어가는 루저를 편드는 이 영화가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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