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의 경우.

2011.01.05 14:30

푸른새벽 조회 수:3769

 

아래글 보고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였는데 그녀는 기본적으로 팔이 심하게 안으로 굽는 성향이었어요.

가족의 일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챙기는. 본인은 월급 아끼느라 대학가 보세 옷집에서 싼 옷들만

사입으면서도 자기보다 더 잘 버는 오빠와 남동생에게 수십만원짜리 브랜드 점퍼를 막 사주는 그런 타입이었죠.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적으로도 자신보다 늘 가족을 먼저 챙기곤 했습니다.

 

오랜 기간 그런 여자 친구 옆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약간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가족에게 하는 건 제가 뭐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이 가깝게 지내는 초등학교 동창 남자애들에게까지 적용되더군요.

 

당시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남자 동창이 두 명있었는데 그 친구들을 챙겨주는 게 남달랐습니다.

가족들에게처럼 물질적으로 뭘 해주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어떤 얘길하다보면 유난히

그 친구들을 두둔하는. 한 번은 그때문에 제가 한소리 했습니다.

내 앞에서 그렇게까지 걔들을 두둔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저와는 언젠가는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 친구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관계가 이어진 것 처럼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은 '자기사람'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평소 트러블이 많다거나 밍숭맹숭한 사이가 아니고 오랜 시간 다툼없이 서로를 잘 챙기며 하하호호 하는 사이었기에

여자친구의 그 말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뒷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느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성향또한 여자친구의 개성일 뿐인데 괜히 제가 확인하려고 긁어 부스럼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 성향이 원래 그런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서운하더라도 나 역시 여자 친구에게 100% 만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냥 피해가는 지혜가 필요했던 건데 그땐 어려서 그걸 깨닫지 못했던 게 후회되더군요.

만약 그런 지혜가 있었다면 지금은 정말 남이 된 그녀에게 조금 더 괜찮았던 기억만을 남겨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이 얘긴 남녀관계에서 모든 걸 확인하려들면 결국 피곤해진다는 얘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5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1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84
109630 남편 가족 맞습니다....암요, 맞아요 [9] 라면포퐈 2011.01.05 2936
109629 한끼 해결이 귀찮은 독거인들을 위한 한솥의 세일. [13] 자본주의의돼지 2011.01.05 3610
10962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상영작 윤곽이 나오고 있군요. [4] Wolverine 2011.01.05 1512
109627 이기적인 각선미 [14] 가끔영화 2011.01.05 5284
109626 밑에 인턴 관련 글보고 생각나는 이야기. [4] 불별 2011.01.05 1746
» 남친의 경우. [17] 푸른새벽 2011.01.05 3769
109624 남편 여편이 가족이 아니라면 [12] 셜록 2011.01.05 2914
109623 뭔가 저질러버렸다능... [2] 잉여공주 2011.01.05 1432
109622 '이기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짧은 생각. [11] 불별 2011.01.05 3420
109621 [인물] 전세계 용병업계의 대부 - Erik Prince [6] 무비스타 2011.01.05 3575
109620 [듀9] 저녁에 경주로 놀러가려고 하는데요 [4] 츠키아카리 2011.01.05 1596
109619 가족이든 아니든 제가 더 잘할게요 [3] 드므 2011.01.05 1805
109618 [맹모삼천지교]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동네는?? [52] 레옴 2011.01.05 4672
109617 뜬금없이..팩토리 걸을 보고..든 궁금증.. [5] 라인하르트백작 2011.01.05 1836
109616 진보신당 청년학생 정치 캠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14] 난데없이낙타를 2011.01.05 3317
109615 서울의 4대문 안쪽이 대단히 좁은 구역이었군요 ㅡㅡ;; [20] DH 2011.01.05 4565
109614 [바낭] 신은 공평하다? - 조국 교수 편 [5] 사이비갈매기 2011.01.05 3867
109613 고양이도 발 시러워 하나요 [9] 가끔영화 2011.01.05 3429
109612 주지훈이 욘사마네 회사로 들어갔군요. [6] 그웬 2011.01.05 4039
109611 [바낭]오후 일과중 해찰 [1] 교통순경 2011.01.05 146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