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가끔씩 아이가 생기면 어떤 동네에서 키웠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논밭에서 마구 뛰어 놀 수 있는 동네 라던가..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어린시절을 논밭에서 보낸 남편님은 시골애들이 얼마나 발랑 까졌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하시긴 하더군요;)

 

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가난하지만 패거리 짓지 않고 저 포함 =_=; 순진한 아이들이 많았던 서울의 A 동네라던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의 B동네로 이사를 했는데 딱히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자기 집 앞 골목은 자기네꺼라며 지나가지 말라고 텃세를 부렸고 -_-;

그외에도 무언가 굉장히 억세고 싸움이 많고 그런 분위기 였습니다. 

장사하는 부모님을 가진 아이들이 좀 많았는데 그때문인가? 라고 물으면 성급한 일반화로 인한 오류겠죠?

저나 제 형제자매의 성격에 안좋은 부분은 아마도 이 시절에 형성된게 아닐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구요.

뭐 그 시절이 지옥같다거나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그닥 좋은 동네는 아니었던것 같아요.

 

중학교는 문제아들도 많은, 그 무리의 아이들은 철마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서 서열을 정하는 -_-; 그런 서울 변두리의 학교였지만 그래도 꽤나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것 같아요.  친구들 중에는 마당 넓은 이층집에 태어나서부터 쭈욱 사는 대기업 임원 아버지를 둔 녀석도 있었고 집을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 아이였는데 어느날 결석을 했길래 친구들과 우르르 생활기록분가 어딘가에 적혀있는 주소로 찾아가보니 미싱일을 하시는 어머니와 지하방에서 사는 녀석도 있었고....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황금 들판을 볼 수 있는 몇안되는 학교였던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혹시 우리학교?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듯 하지만 ㅎㅎ 적당히 우리끼리만 알아요.) 아이들도 중학교때와는 다르게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 우글우글하는 또 그 나름으로 괜찮은 학교였던것 같습니다. 사복을 입었는데 놀랍게도 메이커 따위로 고민한적이 없다는게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었지만 대학에 와서는 새삼 고맙고 이쁘더군요. 그시절을 함께 보냈던 사람들이요.

 

대학교때야 워낙 다양한 아이들이 많아서 뭐..

 

제가 살아보고 겪어본 이런저런 동네와 학교들을 봐도 그렇고 그와중에 만난 여러 아이들 중에서 소위 목동이라던가 강남이라던가 하는 학군 좋은 동네 출신의 아이들을 봐도 그렇고..

또 뭐 듀게에서 줏어들은 여러가지 양육 vs 본성 이론 중에서도 유전자가 장땡이지만 플러스 또래집단은 중요해. 뭐 이런 이론도 있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가 사람의 인성에 꽤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종종 뭐 이런 식의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제 진짜 제 아이도 생겼고.. 좀더 진지하게 이런 생각들을 해보곤 합니다.

뭐 그 동네 살고싶다고 현실적으로 그 동네에 살 수 있는것도 아니고 동네라는게 같은 동네 안에서도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는 천차만별일 수 도 있는거지만...

그래도 뭐 재미삼아 생각해보곤하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이를 키우고 싶은 동네...

 

무조건 강남이 최고라는 사람도 꽤 많아요.

이유도 '살아보니 좋더라'..에서 '사람들이 모여가며 굳이 비싼 돈 내고 사는데는 이유가 있다' 라던가

'솔직히 우리과 졸업한 아이들만 봐도 강남사는 애들은 진로가 다르지 않느냐' (실제로 조금 그렇긴합니다)

'몰려다니며 사고치는 친구들 보다 집에서 열심히 관리 -_- 하는 착한 아이들과 친구하는게 좋다' 등등의 이유를 대기도 하구요.

 

 강남 살 형편이 되냐 안되냐 같은걸 떠나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강남 출신의 아이들이 좀더 세속적인 의미에서 소위 성공에 가까운 길을 걷는것 같기도하지만

또 그들중 많은 수는 엄청난 편견과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보았거든요. 뭐 이것도 편견이라면 편견이겠죠.

또 간혹 없는 살림에 아둥바둥 강남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보는것도 솔직히 강남 안살아봐서 그런지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기도 하네요.

 

쓰다보니 마지막엔 본격 강남 떡밥글이 된것 같기도한데.. 그냥 자기가 살아본 동네 이야기도 좋고 뭐 떡밥성글도 그 나름으로 재미있구요.

일도 널널하고 해서 재미있는 수다도 떨고 싶어져서 한번 써봤습니다.

 

 

추가. 아이키우는것과 상관없이 제가 살고 싶은 동네는 정독 도서관 근처 동네요. 한옥마을 이런쪽은 아니구요. 종로가 이런저런 재미난 가게들도 많고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 + 동네가 조용하고 깨끗해서 좋아보이더군요. 심지어 적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조용한걸 좀 좋아해서.. 아이 키우기에는 너무 조용한것 느낌이긴해요. 아이가 없다면 살고싶은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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