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갓 파더" 봤습니다

2011.01.06 14:10

칸막이 조회 수:2771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약간 망설였습니다. 조용해진 게시판에 공해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자기 검열인 셈인데요. 평소대로 영화를 보고 나서 

소감을 적는 것 뿐인데, 귀찮은 논쟁이 따라붙을까 껄끄러운 마음이 든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일종의 과대망상인가 싶기도 하고 해서 그냥 가볍게 써 봅니다.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해서 딱히 논평할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 80년대 말~90년대 초에 한창 유행했던 

한국 어린이용 영화의 흔적이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전유성 감독 심형래 주연의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같은 

겁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보다는 주인공의 바보 캐릭터와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주인공의 바보스러움을

전혀 개의치 않는 착하고 예쁜 여자 주인공과 그저 영화적 갈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악당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때깔만 좋아진 '80년대 말~90년대 초 어린이용 영화'라고 잘라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다른 부분들이 분명 있거든요.

영화를 보다 보면 각본에 복수의 사람이 관계되어 있다는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요, 어떤 부분이 심형래가 개입한 부분인지 비교적 쉽게 파악이 됩니다. 

그럭저럭 무난하게 흐르던 스토리의 흐름이 덜컥거리는 지점에는 어김없이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들이 등장합니다. 거의 대부분이

약 20년 전 그의 전성기 때 유머들의 재활용인데, 다소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저도 유머 1번지에서

심형래의 연기를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했던 세대이지만, 지금은 피식하는 정도가 한계였습니다. 그리고 심형래의 연기 질이

굉장히 안 좋습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건너간 영어 못 하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 20년 전 "영구와 땡칠이" 수준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발연기'입니다. 배우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조연들이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 주는 것과 대비되어서 더 안타깝더군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화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서양 코미디 영화 중간 중간에 영구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차라리 겉도는 영구 캐릭터를 빼 버리고 적당한 바보 캐릭터를 하나 창조해 그 자리에 넣었다면 나름

말끔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단상


 1. 원더걸스 불쌍합니다.

 2. "맨데이트"보다는 그래도 "라스트 갓 파더"가 나아요. 제작비 대비 질이라는 측면으로 따지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영화 대 영화로 보자면 그래도 "라스트 갓 파더"가 훨씬 낫습니다. "맨데이트"의 왕좌는 아직 굳건합니다.

 3. 제가 본 극장에서도 어린애들한테는 확실히 심형래식 유머가 통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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