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퍼옴] 정대세 선수의 눈물

2010.06.16 13:28

노을 조회 수:4020

원글: 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8282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심판의 휫슬이 울렸다. 

스코어는 2:1,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에서는 북한이 졌을지 몰라도 결코 진 경기가 아니었다. 죽을 힘을 다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준 시합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90분 내내 뛰는 모습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모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했다. FIFA 랭킹 1위와 출전국 중 최하위인 105위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주눅들지 않았고, 몸싸움에서 튕겨나가지 않았다.전반전 당황해 하는 브라질 선수들의 보습이 전세계에 전송되었다. 마침내 후반 44분 철벽 수비라는 브라질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통쾌한 슛을 날렸다.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는 북한 대표 선수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흘렀다. 애들 깰까봐 불꺼놓은 거실에서 볼륨 줄여 놓은 TV를 향해 눈을 못땐채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사실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정대세 선수 때문이다.삭발까지 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북한의 주전 선수 `인민루니`는 북한 국가가 연주되자 펑펑 울기 시작했다. 두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고, 스스로 참아보려 연신 얼굴을 찡그려 보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눈물을 쏟아내자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 한복판에서 펑펑 울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도 다 알고 있다는것 처럼, 그가 그동안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자라며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나도 잘 알고 있는것 처럼, 그의 부모가 일본에서 아들에게 우리 교육을 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핍박을 견뎌냈는지 나도 잘 안다는 것 처럼, 그리고 그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의 나라 북한에 살고 있는 동포들 생각에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를 잘 알고 있다는 것 처럼....

   
▲ 16일 새벽 3시30분(한국시간) G조 경기가 끝난 뒤 트위터에는 북한이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을 맞아 선전한 끝에 1대 2로 석패한 것과 정대세의 눈물에 대한 트윗이 가득하다. FIFA는 "북한은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과 경쟁했다. '아시안 루니'라고 불리는 정대세는 경기 전 자신의 나라 국가가 울리는 도중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글. 미디어오늘 / 사진. 트위트 캡처)


정대세 선수의 국적은 한국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정부가 행정상의 분류를 위해 외국인등록증에 표시해 놓은 그의 국적이 한국이다. 정대세는 2006년 북한이 일본에게 패한 것을 지켜본 뒤 북한대표팀에서 뛰기로 마음먹었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북한 대표팀에서 뛰게 되었고, 44년 만에 북한 대표팀을 월드컵 무대로 이끌었다. 내가 정대세 선수였다면 그런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었을까?

정대세가 눈물을 흘린 날은 6.15 공동 선언 10주년이되는 날이다. 공동 행사도 정부의 불허로 무산되고, 월드컵 열기속에 10주년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언론은 유엔에서 세계를 상대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남북이 싸우는 안타까운 모습만 보도한다. 다른 목소리를 낸 참여연대 앞에는 연일 '무슨 어버이회' 등등의 어르신들이 나타나 지팡이를 휘두르고 계신다.

이런 답답한 오늘, 정대세 선수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 국제사회에서 내 나라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지요. 뉴스를 보고, 신문을 보고, 늘 접하니까요. 가끔은 '뭐야, 또 그랬구나'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나라가 싫으냐고요? 싫어도 할 수 없죠. 부모같은 존재이니까. 싫다고 해서 부모하고의 연을 끊어 버릴 수 있나요? 제게는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인 걸요."

2014년 월드컵에서는 정대세와 박주영의 투톱을 기대해 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4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4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003
112728 과자 꼼수는 외국도 마찬가지인가 보군요. [23] 자본주의의돼지 2012.05.07 4021
112727 이런 말을 하는 의도는 뭔가요 [16] 딸기봄 2011.12.26 4021
112726 1호선 용산급행에 관한 궁금증 / 출근길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5] DH 2010.09.14 4021
112725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 쇼핑몰 [4] 렌즈맨 2010.07.21 4021
112724 듀숲] 내 생애 최악의 맞선. [24] 이레와율 2014.12.16 4020
112723 정말 대한민국이 멈췄다 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5] 가끔영화 2014.04.18 4020
112722 안젤리나 졸리의 수술. 그리고 세기의 재판 [5] 한군 2013.05.17 4020
112721 냉면 육수 만들어보려다 망했어요. [14] 푸른새벽 2012.08.18 4020
112720 하이킥의 수정양 캐릭터 너무 싫어요; [16] dl 2012.01.20 4020
112719 효린 - 그 때 그 사람 (불후의 명곡2 무대입니다) [7] 로이배티 2011.06.04 4020
112718 '로맨틱 헤븐'의 신인배우 김지원. 예쁘네요. [10] sweet-amnesia 2011.03.20 4020
112717 오바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영토 양보하라" [15] 레벨9 2011.05.20 4020
112716 이수만 사장 팬이었던 분은 안계시나요? [14] Lisbeth 2011.01.09 4020
112715 한국 작가 소설 좀 추천해주세요. [16] disorder 2010.10.06 4020
112714 위엄돋는 아무데다_앵글_갖다대도_유명인_잡힘.jpg [1] 룽게 2010.08.13 4020
» [기사 퍼옴] 정대세 선수의 눈물 [9] 노을 2010.06.16 4020
112712 아이폰 노예계약 [14] 호레이쇼 2010.06.25 4020
112711 디아블로3가 만든 불효자와 위장취업자.jpg [3] 어쩌다마주친 2012.05.14 4019
112710 우주의 크기 (플래시 게임) [5] 만약에 2012.02.10 4019
112709 강호동 동아일보에 뭐 잘못했나요? [6] 꼼데 2011.12.01 40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