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길님께.

2013.06.19 10:49

잔인한오후 조회 수:4056

0_ 최근에 생각하고 있던 글 주제 중에 하나는 저격글이 법적으로 어떠한 성질을 가지는가였습니다. 한국 인터넷 전반의 정서는 저격글 형태에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러한 문화는 커뮤니티에서 개개인의 생각에 대한 지적과 반증을 하기 어렵게 만들죠. 또한 저격글 자체에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찾아본 정황에서는 정보보호법으로는 소송이 불가합니다. 이미 인터넷 열린 공간에 글을 썼을 경우 '공연'했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저는 법학도가 아니므로 우리나라의 저작권 공정 이용, 즉 28조에서 말하는 보도, 비평, 연구, 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평이 글의 어디까지인지를 모릅니다. 어쨌거나 인터넷 상의 개인에 대한 저격은 신체를 잃은 인터넷 커뮤 내에서의 집단-인격을 흐리며 사람들이 개개인임을 분별해주는 불편함을 불러일으키죠. 뭐, 저는 지적받는 당사자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글이 그렇지 않은 글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며, 그런 것이 권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철저하게 감정적인 분쟁이 배제되어야 하겠지만 그게 안 되서 애초부터 틀어막는 것이겠죠.


1_ 그런고로, 새벽의길 님의 맨 처음 글부터 지금 댓글이 막힌 글까지, 제게 있어서는 특정 유저를 향한 [저격글]로 규정됩니다. 명확히 [듀나]를 대상으로 한 저격글이죠. 제게 있어 저격글에 대한 개인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당사자와 알아서 해결하라.] 말하자면 저격의 본질적인 의미는, 사적인 일대일 대결을 공연 함으로써 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며, 문제의 여론화 및 집단화를 일으키는 겁니다. 맨 첫 글에서부터 저는 새벽의길 님께 아무런 답변을 해드릴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누군가를 대리하거나 변호하는 것인데 님이 지적하는 문제의 형태가 듀나님에 대한 지적이었고, 그것은 온전히 듀나님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영역이죠. 제가 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던, 듀나님이 "내가 생각하는게 그게 아닌데?"라고 말한다면 제가 대리한 꼴이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애꿎은 유저들에게 듀나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 하지 마세요. 그들 자신에게 비치는 듀나에 대한 이야기만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고로 제가 굉장히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 이 게시판의 사용자인 듀나에게 직접 질문을 해야할 글이, 왜 유져들을 향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같은 게시판 사용자인데 눈도 멀고 손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글을 쓰시고 계시는군요.


2_ 사유지가 공유지가 되는 것은 언제인가, 에 대하여. 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국가에 즐겨 비유합니다. 어떠한 국가가 형성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토지의 제공이 필요합니다. 바로 영토죠. 가상세계에서의 영토 유지에는 돈이 들어갑니다. 부동산보다 더 대책없는 것이 1분 1초라도, 누군가에게 그것이 상연되면서 트랙픽이 쓰이는 그 분량 하나하나에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완전한 독립국가를 세우려면 개인 서버를 만들어야 되겠죠. 대부분의 사적인 거대 커뮤니티는 어딘가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방을 빌려주는 주체에 의해 여러가지 제한을 받기 마련이죠. 그 땅을 마련해준 사람에게서 그 땅이 공유지란 것을 주장할 수 있을 때가 언제냐구요? 그 땅을 유지할 능력을 함께 보유할 때야 주장이나마 할 수 있겠죠.


정리하자면 토지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만큼의 압력집단이 형성된다면, 공유지가 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이겁니다. [지속적이고 의미있는 사회적인 의사소통이 생산되는 조건이 마련되면, 그 사이트를 어떤 특정 개인의 전유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라고 하셨지만, 저에게 있어서 강제적인 압력집단이 발생하고, 그 권리를 강제로 주장하지 않는 이상은 언제나 개인 사이트는 사적인 공간입니다. 과거부터 사적이었고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이상 언제나 사적인 상태 그대로 있죠. 그 권리를 운영자가 넘겨주겠다고 명시하지 않는 이상은 운영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어디에도 "사가 공으로 넘어가는 지점" 따위는 없습니다. 사이트를 위해 컨텐츠를 만들며 사역을 했다구요? 왜요? 그거 누가 강제로 시켰나요?


즉, 사적 사이트에 대한 공적인 주장은 사용자들을 규합하여 혁명을 일으켜 그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바와 같습니다. 무엇을 인질로 잡고 있는가 하면, 자신이 만든 컨텐츠가 그 사이트에 유의미한 권력과 정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인질로 잡고 있죠. 하지만 그게 과연 그럴까요? 우리는 열린 공간에 편승해서 아무런 값도 치르지 않고, 부당 이용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이 게시판에서 요구하고 있는 목적이 있었고, 그에 대한 개개인의 컨텐츠 창작 할당량 같은게 있었나요? 누군가 있거나 없거나 그리고 게시판의 트래픽이 늘어나거나 말거나 그게 누구에게 이득이고 손해이죠?


듀나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저는 듀게를 자연발생적인 커뮤니티로 이해합니다. 게시판 자체를 다스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누구에게 부여하고 싶지 않는 아나키스트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죠. 말하자면 작은 정부 형태의 국가에요. 시장 경제의 기치를 가지고 게시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고 있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고, 누구에게도 권리를 주지 않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요. 개입을 최소화하고 권력을 나눠주지 않죠. 맞아요, 완벽한 방임주의입니다. 게시판의 운영은 이용자들이 알아서 해라, 란 상황이죠. 정확히 말하면 그런 것도 아니죠. 이번에 새로 붙은 공지를 보세요. 새벽의길 님의 첫 번째 글 방향이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글로 따로 쓸 필요 없이 공지사항에다가 댓글로 듀나님을 청자로 상정하고 달았으면 되었을 것이란 겁니다. 그걸로 충분했어요. 대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질문 할 필요 없이요.


3_ 권리와 의무는 한 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무가 있어야 권리도 있고, 권리가 있어야 의무도 있죠. 두 중에 한 쪽이 없으면 쌍방이 동시에 성립이 되질 않아요. 새벽의길 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하시는 권리를 성립하는 의무를 제가 찾을 수 없어서 질문 드립니다. 어떤 의무를 지고 계시기에 권리를 주장하시죠? 이건 그냥 개인적인 질문이에요.


4_ 듀나님의 방임적인 태도로, 듀게는 운영자 권한의 방향성을 잃고 헤메이는 커뮤니티일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해 듀나님께 질문할 수도 있겠죠. '너무 방임인거 아닌가요?' 왜냐하면 누가 듀게가 듀나의 독재정치의 장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개개인 중 누구도 자기가 권력을 행사하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권위주의에 대해 안 좋은 추억들로 가득한 이용자가 다수인데 누가 거기서 대표자의 의무를 가지고 커뮤니티를 규합해서 움직여보려 하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있는 것이 좋고 편하죠. 솔직히 말해서 그럴만한 용기가 없으면 이렇게 계속 지리멸렬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요즘에는 노무현과 같은 집단을 규합할 대의명분 같은 것도 없잖아요. 한 때 권력의 홀을 잡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여러 힘들을 합해본 적도 있었죠. 그런데 요새 누가 그 명분을 짜낼만큼 노력을 기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건 너무나 피곤한 일인데. 또는 그 노력을 기하던 사람들이 전부 떠났는지도 모르구요.


예컨데 이런 것입니다. 듀나를 듀게 사용자 중 한 명으로 놓을 것인가, 아니면 권위적인 운영자로 놓을 것인가를 빨리 결정하고, 전자라면 커뮤니티 전체의 의사를 묻고 그 명분으로 다수 의견을 법문화하고 그 대의명분에 따라서 개선을 해 나가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듀나님과 대화를 해서 어떤 권한이든 얻어 문제 해결을 경주해야겠죠. 그런데 새벽의길님의 글에서의 듀나는 전자와 후자가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독재자로 생각해야 좋을 때는 독재자로 지칭되고 있고, 사용자 중 한 명으로 권력을 하향 조정해야 될 때는 사용자 중 한 명 취급을 하죠. 도대체 어느 쪽입니까? 신입니까, 인간입니까?


참고로 저는 지리멸렬한 인원 중에 한 명이고 제게는 웹을 디자인할 능력도 없고, 집단을 규합할 명분을 만들어낼 역량도 없습니다. 영웅이 올 때까지 잠자코 있다가 오면 열심히 지지해주고 패배하면 욕하는 그런 소시민이거든요. 권한이 없으면 불편도 없다, 란 시장 법칙을 이행하고 사는 중이죠.


5_ 의사소통의 통제력을 자신이 온전히 가지려는 게 썩 불편하군요. 쌍방의 소통을 원하시는 분이 일방적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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