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를 보고 난 직후의 감상은 '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최고인 거 아닐까!'였습니다. 순진하게도...


애지중지하며(...) 별점 관리하는 왓챠를 켜서 4.5점(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싶을 명작영화'에 주는 점수)을 매기고 나서

왓챠 코멘트들을 좀 읽은 다음에 듀게를 켜서 코코 감상평들을 읽어보았죠.


저는 별달리 떠올리질 못했던 비판점들이 있는 걸 보면서, 뭐 디즈니 특유의 보수성과 가족주의는 떨쳐낼 수 없긴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관점이며 상상력은 제법 신선하고 멋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별점을 4점으로 내렸죠('명작영화'에 해당합니다).


근데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앉아서 곰곰이 복기를 하고 있자니, 

극중 헥터의 노래를 마지막으로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해서 사라져 간 노인 캐릭터였던 '치치'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처음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던 장면이었죠.


그런데 치치가 유품으로 남겼던 기타는 주인공 미구엘이 잘 '써먹은' 다음 극중의 결정적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의 직전에서, 

노래하다 수영장에 빠진 미구엘이 구출되는 장면 와중에 수영장 바닥에 그대로 가라앉은 채로 영화에선 다시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버린 치치와 그의 기타, 그리고 치치의 슬럼가(?) 풍경과 그뒤의 구성을 되새김질해보게 되니...

영화 속 주황색 꽃잎처럼 따스하게 보이던 영화가 문득 섬뜩해지더군요.

별점은 3.5점으로 내려갔구요(...) ('좋은 면들이 있긴 한데 아쉬움이나 단점이 분명한 영화').


그동안 디즈니 영화를 보며 큰 신경을 기울여 본 적은 없이... 뭐 애니메이션이니까, 라는 관대한, 아니 그보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보아왔던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디즈니를 비판하는 의견들을 보아오면서도 뭐 명과 암이 있으니까... 정도로 생각을 했고.


근데 그동안 봤던 디즈니 작품 중 가장 휘황찬란한 비주얼을 보여줬던 이 영화의 아래에

이토록 섬뜩한 그림자가 드리워져있었단 걸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뭐, 그런 두서없는 감상평.


역시 이래서 듀게는 소중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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