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9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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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그림이지만 예뻐서 좋네요.)


 

 - 젊은 엄마와 어린 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둘이 참 다정하고 애틋한데 아들은 아빠를 좀 보고 싶어하고, 엄마는 아빠 얘기만 들어도 멈칫! 하는 게 이게 어떤 사정인지는 뻔하겠죠. 게다가 이 둘은 아주 격하게 외딴 곳에 쌩뚱맞게 처박혀 있는 집으로 단 둘이 이사를 가는 중이거든요.

 암튼 그렇게 깊은 숲속에 처박혀 있는 커다란 이층 집으로 이사를 간 둘은 집 정리, 청소하고 적응하느라 분주한데요. 그 와중에 밖으로 놀러 나갔던 아들이 안 돌아와서 찾으러 나간 엄마는 정말 쌩뚱맞게 생긴 거대한 싱크홀을 발견합니다. 그 옆에서 아들도 찾구요. 그래서 이젠 저 위험한 곳에 절대 가지 말그라... 라고 잔소리를 하고 돌아옵니다만. 당연히 그 날 밤부터 아들이 뭔가 수상한 행동을 시작하고. 보아하니 이 주변엔 몇 년 전에 자기 자식을 잃고 정신이 나가 버린 아줌마도 한 명 살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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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아무리 숲속이라지만 이렇게 거대한 싱크홀이라면 지자체에서 뭐라도 해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일랜드 아주 몹쓸 나라에요. ㅋㅋ)



 -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재밌어 보이길래 봤는데 다 보고 나니 이 영화 만드신 분이 '이블데드 라이즈'를 연출했더라구요. ㅋㅋ 아마 이 영화로 샘 레이미의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죠. 숲속 외딴 집, 지하에 숨어 있는 불쾌한 존재, 함께 있는 사람이 악령 들린 것처럼 수상쩍인 일을 하고... 이런 식으로 억지로 갖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가 '이블 데드'랑 닮은 구석은 거의 없어요. 그냥 이 영화를 인상 깊게 본 거겠죠. 저도 좋게 봤고 비평적 성적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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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영화의 서브 장르 중에 '모성 호러' 내지는 '엄마 호러' 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싶구요.)



 - 공포 영화들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것 중 하나에 '모성'이 있죠. 자식을 구하려는 엄마의 위대한 사랑!! 이런 식으로 자주 쓰였는데 요즘엔 이걸 살짝 비틀어서 박복한 삶을 살던 여성 주인공이 자식까지 속을 썩이면서 불지옥 체험을 하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구요. 대표적으로 '바바둑'이라든가... 아무래도 여성중심 서사가 트렌드가 되다 보니 옛날식 '위대한 모성' 스타일은 인기가 없죠.


 다만 이 영화는 그것과도 좀 다릅니다. 뭐 가정 폭력 피해자 엄마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자기 자식 구하겠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니까 설정상으론 트렌드에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요. '바바둑'처럼 그렇게 주인공이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에 집중하진 않아요. 평범하게 보편적인 부모 자식 이야기이고,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가 정체불명의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진 사람이 겪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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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금쪽 같은 내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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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어 버린다면!!! 이라는 부분으로 자극하는 호러 되겠습니다.)



 - 그래서 이야기는 철저하게 엄마 중심으로. 자꾸만 의심스럽고, 종종 무시무시한 짓을 하는 아들 때문에 고통 받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런닝타임의 거의 대부분이 단 둘이 사는 집과 그 앞 숲에서 흘러가니 참으로 단촐하고 경제적이면서도 그 배경들의 고립된 느낌 때문에 엄마의 고통과 공포는 배가 되겠죠. 게다가 엄마의 정신 건강이 별로 안 좋은 관계로 누구한테 이런 이야기들을 털어놓기도 힘든 셋팅이 되어 있구요. 


 근데 이게 또 살짝 의외인 게, 이런 소재와 상황... 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호러는 심리 보다는 물리쪽에 치우쳐 있습니다. 느긋하게 분위기 깔면서 심리적으로 옥죄어 오는... 이런 영화 전혀 아니구요. ㅋㅋ 걍 정직하게 '무섭지!? 무서워해라!!!' 라는 장면들을 꾸준히 던져가며 겁을 주는 영화에요. '하이 컨셉 호러' 같은 거 전혀 아닙니다. 그런 영화였음 샘 레이미가 '이블 데드' 감독을 맡기지도 않았겠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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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르 클리셰와 같은 '옆집의 정신 나간 할머니'입니다만. 역시 특별할 건 없는데 무서워요. 연출 센스가 좋았다고 봐야겠죠.)



 - 그런데 에... 뭐랄까요. 얘기할 게 그렇게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특별한 한 방 트릭이나 필살기(?) 같은 거 없이 '평범하게 잘 만든' 호러랄까요. 

 국적이 아일랜드라서 아일랜드라는 배경이 주는 살짝 덜 익숙한 느낌이 영화의 공포감에 보탬을 주고요. 뻔한 설정이지만 디테일들이 좋아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구요.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님 연기가 참 좋습니다. 호러 장면 튀어나오기 전의 분위기 깔아주는 연출도, 잠시 후 터지는 '무서워라!' 장면의 연출도 모두 적절하고 준수해서 좋구요. 막판에 몰아서 터지는 물리적인 액션들도 과정 없이 딱 적당하게 들어가 있구요. 암튼 도입부의 불길한 분위기부터 엔딩 씬의 살짝 찝찝한 느낌까지 모두모두 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큰 기대 없이, 작지만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소품 호러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걸 보고 나니 이블 데드 신작도 최소 평타 이상은 해주겠구나. 라는 믿음이 생기네요. ㅋㅋㅋ 앞으로 크게 되실 호러 젊은이의 데뷔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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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에선 인기 배우... 이실까요? ㅋㅋㅋ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연기 좋았어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당연히 우리(?) 아들은 진짜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도입부에 구멍 근처에서 발견했을 때 이미 다른 무언가로 바뀌어 있었던 것.

 그래서 도입부에서 질겁을 하던 거미를 쫓아가서 잡아 먹기도 하고 뭐 성질 나면 한 방에 커다란 나무 탁자를 날려 버리고 그랬던 거죠. 그럼 그렇지. 왠지 이상하다 했죠. 껄껄껄.

 암튼 영화 내내 번뇌하던 엄마는 결국 아들과 자신 둘 만이 아는 놀이를 통해 '이 아들은 제 아들이 아님이 분명합니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짜고짜 공격합니다만. 짱 센 가짜 아들 파워 때문에 고생을 좀 하다가... 결국 집의 지하실에 가두는 데 성공해요. 그리고 그러자마자 죽어라고 구멍으로 달려가 겁도 없이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리죠.


 그 안에서 엄마가 발견한 것은 바깥 생명체를 가두고 복제하는 괴 생명체의 군락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사람과 동물 뼈가 널려 있는 가운데 기적적으로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아들의 몸을 발견하구요. 영차 들쳐 업고서 뒤를 쫓아오는 괴 생명체들을 뻥뻥 걷어차며 탈출에 성공해요. 보너스로 그 괴 생명체의 얼굴은 주인공의 얼굴이 되어 있구요. ㅋㅋ 그래서 아들을 차에다 두고선 집에 들어가 지하실에서 '엄마! 제가 진짜에요!!' 라고 절규하는 괴물의 목소리를 듣다가... 화끈하게 불을 질러 버리고 아들을 데리고 도시로 떠납니다.


 에필로그 : 아들은 즐겁게 학교를 잘 다녀오구요. 엄마는 집에서 창문을 통해 밖에서 노는 아들을 미소 띈 얼굴로 바라보다가... 카메라로 멀리 있는 아들의 모습을 한참을 관찰합니다. 다행히도 별다른 징조 같은 건 나타나지 않고. 카메라를 내려 놓고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그 집이 거울로 도배가 되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귀찮아서 생략했지만 선배 엄마(...)의 경험에 따르면 괴물은 거울에 실체를 드러낸다는 설정이 있었거든요. 아마 남은 평생 스트레스 속에 살게 될 불쌍한 주인공... ㅠㅜ 하지만 죽지 않은 게 어딥니까!! 원본 아들도 챙겼으니 뭐 된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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