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작이네요. 1시간 50분이구요. 딱히 스포일러랄 게 없는 내용이라 그냥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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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에 비해 푸르스름한 느낌에 한결 매끈매끈 정성껏 광을 내고 돌아왔습니다! 중반에 한 번 박살나고 나서 업뎃하는 건 이런 장르의 국룰이구요.)



 - 1편의 엔딩 후로 시간이 많이 흐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만. 좀 이상합니다? 1편 엔딩에서 우리 친구 알렉스 머피씨는 어느 정도 인간성을 되찾은 게 아니었나요. OCP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회복한 건 그럴 수 있는데, 머피는 어째 1편 클라이막스 직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여전히 기억도 못 찾았고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번뇌 중이고... 뭐 그렇습니다. 게다가 뭐냐, 그 후로 쭉 멀쩡히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트로이트의 범죄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졌어요. 신종 마약 '누크' 때문이라고 주장하긴 합니다만 여러모로 미심쩍은 세계관이네요. 뭐 암튼.


 그래서 이야기는 두 가지 축으로 흘러갑니다. 하나는 신종 마약 누크를 갖고 무슨 종교 집단 행세를 하는 '케인'이라는 빌런과 로보캅의 대결이고, 또 하나는 OCP의 로보캅2 프로젝트죠. 알렉스 머피만한 성공작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한 OCP는 로보캅보다 훨씬 튼튼하고 강력한 로봇을 준비해놓고도 뇌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다가 그만... 어쨌든 이 이야기는 후반에 하나로 합쳐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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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릉부릉 오토바이 액션... 이긴 한데 로보캅 무게를 어떻게 버티지? 하고 찾아보니 136kg 밖에 안 되네요. 의외로 가벼우심.)



 - 일단 도입부에서 이거 참 의외네. 라고 느꼈던 건, 이게 1편의 스토리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받은 속편이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코미디가 아주 강해요. 사실 1편보다 더 강합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마치 중간 광고 틀듯이 끼어드는 OCP 제품들 광고는 그냥 대놓고 웃으라고 만든 거고. 비슷한 비중으로 삽입되는 뉴스 클립들도 싹 다 개그입니다. 주인공들끼리 치고 받고 터뜨리는 피칠갑 개그를 치는 와중에도 역시 계속 개그는 들어가구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풍자도 1편보다 훨씬 더 강화됐어요.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고 훨씬 더 노골적입니다. 노골적이란 건 꼭 좋은 건 아니겠지만 뭐, 80년대식 악취미 개그들과 어우러져서 이것도 까고 저것도 까고 참 열심히 깝니다. 


 그러니까 제가 기억하던 '1편보다 헐리웃 블럭버스터 느낌이 강해진 속편'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영화더라구요. 1편에서 평자들에게 호평 받았던 요소들을 거의 이어 받아서 더 강화하려고 노력했던 속편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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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캅2 프로토타잎 실패작들이 줄줄이 나오는 장면이 참 웃기고 좋았습니다. 헐리웃 블럭버스터에 이런 갬성이라니. ㅋㅋ)



 - 그런데 문제는 뭐랄까. 메인 스토리가 좀 무성의합니다. 앞서 적었듯이 알렉스 머피의 캐릭터를 이미 진전한 상황에서 별 설명 없이 후퇴 시킨 다음에 1편에서 이미 거쳐간 과정을 다시 경험하게 만들어요. 이런 전개 자체가 납득이 안 되는 것도 문제인데, 덧붙여서 이번엔 그게 되게 대충입니다. 머피가 인간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OCP가 데려가서 설정을 이것저것 바꿔버리는 전개가 있거든요. 덕택에 로보캅은 이상한 썰렁 개그를 날리고 자꾸 사람들에게 설교를 해대는 괴이한 물건이 되는데, 이걸 어떻게 해결하려나... 했더니 걍 거리로 철컹철컹 걸어 나가서 스스로 고압 전류에 감전됩니다. 쿵 쓰러졌다가 잠시 후 정신 차리더니 리셋 완료! 나는 다시 알렉스 머피다!!! 고민 해결. 그 후로 다시는 1분 1초도 정체성 위기 없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액션 히어로 놀이만 하다 끝나요. 아니 이게 뭡니까.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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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 박사님의 노력 따위 전기 샤워 한 방이면 고민 해결!)



 -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뭐 대략 이해가 되긴 합니다.

 그러니까 2편은 사실 머피의 정체성이라든가, 이거슨 기계인가 인간인가 라는 테마라든가... 이런 데 크게 관심이 없어요. 2편이 주력하는 부분은 자본주의, 대기업에게 무제한의 권력이 주어졌을 때 세상 꼴이 어떻게 되겠냐. 뭐 이런 상상과 풍자입니다. 그래서 디트로이트시가 OCP에게 진 빚 때문에 아예 시의 운영권을 빼앗겨 버린다든가 하는 극단적이고 환타스틱한 일들이 막 벌어지죠. 또 마약 중독자들 이야기도 열심히 하구요. 그리고 청소년 범죄 쪽에 하고픈 이야기도 많아서 어린이 빌런 하나가 나와서 별의 별 짓을 다 하고 다니구요. 

 그러는 동안에 우리 머피씨의 드라마는 걍 초반에 아내 잠깐 보는 거 말곤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아마도 동어반복은 하기 싫고, 그렇다고해서 뭐 새로운 드라마 만들어낼 것도 별로 없고 하니 초반에 잠깐 성의만 보이고 이후로는 걍 액션 및 스토리 전개 도구로만 써먹기로 한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제목이 '로보캅'인 영화인데... 라는 생각에 좀 어색하지만,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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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우리 파트너님 비중도 영 좋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클라이막스 액션에서의 뜬금 활약으로 보상은 충분히 받아가십니다.)



 - 암튼 '그런 방향'의 영화로 생각하고 보면 꽤 괜찮습니다. 풍자는 풍자대로 열심히 하고, 액션은 액션대로 1편 대비 스케일과 볼거리를 확 키워서 영화 내내 펼쳐지거든요.

 지금 와서 보니 가장 보기 좋은 건 특수 효과인데요. 로보캅의 묘사는 거의 1편 그대로지만 새로 등장한 로보캅2가 짱입니다. 재래식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써서 미니어쳐 & 블루스크린 조합으로 만들어진 듯 한데 뭐 당연히 당시 스톱모션 특유의 프레임 끊기는 느낌이 작렬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보기 좋구요. 그걸 갖고서 온갖 액션들을 다 합니다. 아기자기하면서 은근히 박력도 있고, 또 어쨌든 실물(?)의 느낌이 살아 있으니 좋더라구요. 특히 엘리베이터 통로 액션 장면이 되게 좋았네요. 옛날에 극장 가서 예고편으로 그 장면 봤던 기억도 나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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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은 이 간지나는 로보캅2와 그 활약인 것이었습니다. 한 번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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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이 다 전투 기믹이라 사실상 원조 로보캅은 전투력으로 상대가 안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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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껏 머리를 써서 함정에 빠뜨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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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력을 무시하는 x칼라 파워!!!!)



 - 굳이 흠을 잡아 보자면. 

 앞서 말했듯이 스토리가 그렇게 잘 짜여지진 않았습니다. 풍자는 풍자대로, 머피는 머피대로 흘러가고 그나마 후반부는 거의 그냥 액션이구요.

 거기에다가 1편의 중심 소재 하나를 계승, 발전이 아니라 그냥 내다버리다시피 해버린 화끈한 결정도 아무래도 칭찬까진 못 해주겠구요.

 영화 제목이 '로보캅'이고 주인공도 로보캅인데 로보캅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도 좀 괴상하죠 아무래도. ㅋㅋㅋ 

 거기에다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좀 거슬리는 게 있어요. 일본 혐오야 뭐 그 시절 미국인들의 불안감 반영이라 생각하고 대충 넘길 수 있는데. 무능을 넘어 멍청하기 짝이 없는 디트로이트 시장을 굳이 떠벌떠벌 수다쟁이 흑인으로 설정한 거라든가, 사실상의 악의 근원 역할인 매드 사이언티스트 여성 박사를 묘사하는 방식이라든가... 이런 게 '살짝' 거시기합니다. 하지만 뭐, 반대로 생각해서 헐리웃 블럭버스터에 유색인종 & 여성의 비중이 커지는 과정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버호벤 버전의 그 강렬함은 없습니다. 액션은 규모 커지고 재밌어졌지만 1편 같은 처절한 느낌은 없고. 풍자 유머도 느낌들은 좀 가볍습니다. 중반 이후 교체되는 로보캅의 외부 장갑처럼, 매끈하고 더 보기 좋아지긴 했는데 아무래도 좀 가볍달까. 그건 감안을 해야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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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하게 온 몸이 작살이 난 장면이어도 그다지 처절하거나 끔찍하단 느낌은 안 들어요.)



 - 그래서 결론적으로, 뭐 재미난 영화입니다.

 대자본 들인 블럭버스터답지 않은 사회 풍자나 블랙 코미디 같은 게 즐겁구요. 재래식 특수 효과가 듬뿍 들어간 액션 장면들도 좋아요.

 1편처럼 자신만의 아우라 같은 걸 지니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것만 포기하고 적당히 재미지게 만들어진 8090 블럭버스터를 원하신다면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영화였습니다. 적당히 웃기고. 액션 장면들도 나름 재밌는 게 있구요.

 그러합니다.




 + 아무리 그 시절이지만 이 영화의 어린이 빌런은 좀 당황스럽습니다. 나이도 많이 어린데 정말 사악한 짓들을 생글생글 웃으며 계속 해대니 엄... 뭐 그 시절이니 가능했던 걸로 해두죠. ㅋㅋ 그리고 덕택에 영화가 (지금 보기에) 만든 사람들의 의도보다 좀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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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보니 크게는 되지 못하고 2006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신 듯.)



 ++ 노골적으로 '시리즈는 계속된다' 엔딩을 주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3편이 나왔죠. 그리고... 엄... ㅋㅋㅋㅋㅋ



 +++ 각본을 무려 프랭크 밀러가 썼더군요. 허허. 훨씬 다크한 내용으로 썼는데 제작 측에서 좀 손을 본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싫다고 때려 치우고 나가지 않은 걸 보면 그렇게 많이 뜯어 고치진 않았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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