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9 08:53
나이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태반은 여전히 싱글들이군요. ㅎ
그러던 중 3년 사이에 두명의 친한 친구들이 결혼과 출산을 했어요.
그 중 한 친구와는 싱글일때 함께 장기 해외여행을 갈 정도로 친했어요.
근데 흔히 듣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아무리 친해도 결혼하면 멀어지고 출산하면 더 멀어진다는.
'나와 이 친구는 그렇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요새는 '이런건가?...' 싶습니다.
간혹 약속장소에 언급없이 남편을 데려와서 좀 '헉'스럽기는 했어도,
아이 사진만 아무 말 없이 스무장씩 보내도,
여행이나 음식사진등 사소한 일상들을 매일 매일 일기 쓰듯이 보내와도 이 친구를 피하고 싶을정도로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근데 둘째가 생겼을 즈음부터는 심각하게 자기 말만 계속 하더라구요.
레파토리는 항상 같습니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쪽 시댁식구들 이야기, 육아, 함께 알고 있는 친구 뒷담화...
가만 두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혼자 막 말합니다 ;;
네. 사실 재미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지겨워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들어주고 싶었어요. 저 역시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전환점을 맞이한 친구가 처음이라 잘 맞춰주고 싶었거든요.
한번은 한 번 입도 못 떼고 대답만 하다 못 참겠어서 어거지로 말 끊고 요즘 내 고민이 이렇다 하며 썰을 푸니
'다들 그래, 나도 그랬어. 마음가짐의 문제' 라며 귀만 열고 잘 놀고 있는 아이들 뒷꽁무니만 쳐다보네요.
제 고민 또한 이 친구에게 함께 공감할 만한 이슈가 아니게 되어 버린거죠. 여유가 없기도 하구요. 암요..
그 뒤로 제 이야기를 할 마음이 사라졌어요.
저번에는 둘째 돌잔치에 도와주려고 좀 일찍 갔는데 말 그대로 그 집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인사도 안 하고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또 시댁 뒷담화를 시작하는거에요.
요리하다말다 옆에 와서는 혼자 흥분해서 목소리 높여가며 막 화를 내는데 정말 놀랬어요. 그 집 남편(외국인)이 와서 싸우는줄 알고 말리더군요.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됐구나 싶었죠.
아 이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고 몇달간 연락을 끊었는데
어제는 셋째가 생겼다며 연락이 왔네요.
근데 이제는 이 친구의 좋은 소식에 함께 기뻐할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또 다른 친구와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바람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이지만 아이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이 상황을 너는 이해 못 한다. 애 낳아보면 알거다' 라는 말에 진작 나가 떨어졌거든요.
다들 이렇게 멀어지는 인연들이 한,둘 씩 있는 거...겠죠? ㅠㅜ
2018.03.29 09:16
2018.03.29 09:32
맞아요. 원체 자기 이야기 잘 안하던 친구였어서 저런 흐트러짐(?)을 보여주는게 처음에는 짐짓 기쁘기도 했었어요. 시부모들이 헌신적이어서 아이 맡기고 이제 슬슬 아르바이트라도 하러 다닌다고 했는데 연년생으로 셋이 생겼으니 륜님처럼 사회활동속에서 푸는건 더 어렵겠지요. 좀 고민이 되네요. 만나자니 내가 너무 힘들고 안 만나자니 너무 잔인하고 툭 터놓고 이야기 한 번 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2018.03.29 09:20
결혼 출산 때문이 아니라 원래 그런 성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전에는 관심사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기 이야기를 해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바람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이지만 아이 때문에 헤어지지 못한다니.. 아이가 불쌍하네요. 폭력 남편과는 무조건 이혼이 답이야!라는건 아니지만 아이 때문에 못헤어진다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네요.
2018.03.29 09:37
흑..ㅠ 너는 애 안낳아봐서 모른다고 하니 할 말이 없고 그렇다고 함부로 헤어져라 마라 조언도 못하겠고 같이 적당히 살라고 하는건 거짓말 하는거고 싱글친구의 입장도 참 난처 하네요. 친구는 아이는 꼭 아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헤어지자니 마음 속 밑바닥에는 두려움이 있겠죠 아이 때문이라는건 저 역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2018.03.29 09:59
본인 인생은 본인이 결정하는 거고 개인적으로 저런 일에는 아무 조언도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2018.03.29 09:53
사람마다 육아에 임하는 태도도 다르고 결혼생활도 다르고 해서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긴 합니다.
다만, 일단 인생에서 육아라는 미션을 받아들게 되면 그냥 모든 일상이 그쪽으로 맞춰져요. 텔레비전을 본다고 해도 요새 잘나가는 드라마를 볼수 있는게 아니라 뽀로로를 봐야하는거고, 음악은 최신가요가 아니라 동요를 들어야 되고 주말에는 핫한 맛집을 갈수 있는게 아니라 애 데리고 가도 괜찮은 음식점을 가야되고..그리고 인기 있는 장소 이런데를 가는게 아니라 키즈카페를 가야하고요.
이런게 한 만 1년이상 반복이 되면, 본인이 의도 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친구만나도 할말이 없습니다. 내가 한게 있어야 할말이 있죠..
일상이 맨날 똑같아요. 도돌이표 같은 느낌.
저는 엄마가 아니라 아빤데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회사일 정도는 이야기 할수 있는데 그거 말고는..근데 회사도 안 다니고 집에서 전업으로 애 키우는 분들은 더 할말이 없겠죠. 전 회사회식말고 개인적으로 누구를 만나본지가 근 반년이상 된거 같습니다.
잘 몰라도 초등학교 취학전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다 비슷할거 같습니다.
2018.03.29 14:06
환경이라는게 바뀌는 순간 시야의 폭까지 한정을 지어버리니 각자의 시야를 가지고 서로 배려를 한다는 게 꽤나 수고스럽고 섬세한 일인가 봅니다. 물론 제 친구에게는 그런걸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것 같다는....ㅠㅜ
2018.03.29 10:56
친구를 만날 시간이 없음.
2018.03.29 14:06
ㅜㅜ
2018.03.29 11:46
저의 미래 같아서 암담하네요 ㅠㅠ 아직 임신 중인 지금만 해도 예전만큼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보고 듣는 게 줄어들다보니 회사 사람들과 점심 먹고 대화 나눌 때 확실히 전보다 할 얘기가 별로 없고, 나 자신이 재미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출산휴가에 들어가게 되면 x10000쯤 되겠네요. 정말로 육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시간이 없다면 공포스러울 것 같아요.친구분들의 경우, 그래도 상대의 안부도 묻고, 힘든 얘기도 들어주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자기 삶 자체가 너무 팍팍하고 여유없어서 거기까지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친구가 멀어지고 나면 자신도 배려가 없었음을 깨달을 수도 있겠죠....
2018.03.29 13:58
암담해 하지 마세요오 ㅠㅜ.. 저는 친구의 출산, 육아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단지 언젠가부터 나에게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는 친구를 보면서 애정이 식어버린 것 같아요. 만남 속에서 오늘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라고 생각 할만한 지점이 5분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윗분들 말씀하신 것 처럼 임신과 출산은 배경일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이네요.
2018.03.29 13:25
관심거리가 바뀌거나 정도의 차이가 있긴해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변하는 방향은 한가지 더군요. 굉장히 이기적이 됩니다. 나와 내가족 이외에는 관심도 없고 배려도 없어요. 심한경우엔 그 가족이라는것도 부모님 형제자매조차 필요없고 배우자와 자녀만 포함되기도 하구요. 만나서 짜증나는 친구는 자연스레 멀어지게 마련이죠 뭐
2018.03.29 14:13
네.... 사실 이기적으로 변했다라는 말이 나오긴 하더군요. 너무 상투적이라 내뱉지는 못했지만. 디폴트 값이 달라졌다는 것은 정말 확실히 느낍니다. 신기한건 이런 경우에는 눈치도 없어지는 건지 연락하기 싫은티를 내도 알아차리지 못하네요. 알면서도 무시하는건지.. 안그래도 없는 인간관계가 또 이렇게 좁아진다는 것이 슬플 뿐이에요.
2018.03.29 14:27
2018.03.29 15:41
그나마 애가 하나거나 성격적으로 고집없고 유한스타일들이 덜 변해요.
대화가 애한테 갔다 다른사안에 갔다 다시 애한테 갔다... 이렇게 미혼과 기혼이 주거니 받거니가 되야 담 약속을 기약할수있죠.
미혼인데 애가 셋인 친구와의 사이는 거의 the end... 이렇게 생각하는게 맘편해요. 대화가 다를수밖에없어요. 자연스러운겁니다.
2018.03.29 16:36
2018.03.29 16:39
2018.03.29 16:55
근데 결혼 출산과 관계 없이 친구 관계란 어쩔 수 없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지 않나요. 사람 기본 성향은 잘 안변하기도 하지만 환경에 의해 달라지는 부분도 적진 않은 것 같아요. 느슨하게 그럭저럭 지내다 보면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거죠. 친구만 변하는게 아니라 나도 변하니까요.
2018.03.29 18:28
애엄마가 되면 애가 인생의 중심이 되는거 같아요. 그래도 공통의 화제가 있는 사람하고는 뭔가 얘기가 통하는데 아니라면.....
대부분 그 애얘기에 끌려가게 되어있더군요. 워킹맘이면 정말 살인적인 스케쥴로 살면서 양쪽일 다하니 초인이구나 싶구요.
음...... 병나서 쓰러질거 같은데 직장 계속 다녀서 정말 안쓰러웠습니다. 나같으면 절대 못할 일이다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제 친구는 원래 성격이 자기중심적+육아였기때문에, 원래 안그랬다고 볼 수가 없네요. 내 고민을 알 리가 없죠.
보통은 원래 그랬던 성향의 사람이 그 사건을 계기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죠.
애 둘 육아가 정말 힘들고 대화 상대가 부족해서 속에 쌓인 할말을 제 3자에게 기회만 되면 다다다 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일이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래도 체면과 이성을 잃지 않고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거든요.
님이 그 친구에게 정말 허물없이 친해 내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겠다 싶은 상대였을 수도 있게지만, 글쎄요 쌍방 합의된 건 아닌 거 같구요 ㅎㅎ
그걸 다 떠나서라도 애가 생기면 정말 사생활 내 개인시간이라는게 주당 한두시간 정도로 소멸에 가까워 지기 때문에 친구와의 인연을 이어간다는게 보통 힘든일은 아니긴 하더라구요. 저는 그나마 맞벌이라 회사에서 그게 가능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