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08 01:31
저는 Andre Aciman의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았는데, 책도 좋았고 영화도 좋았어요. 물론 아쉬운점은 있지만 장점이 그것들보다 더 컸던것 같아요. 정말 즐겁게보고 한 2주동안은 그 분위기에 젖어 있었던것 같아요.
1. 책은 마지막 두 장이 좋은데 로마에서의 이별부분(The San Clemente Syndrome)과 마지막장(The Ghost Spot)의 이후 만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특히 로마장에서 작가의 태국 트렌스젠더 이야기가 액자소설같이 좋아요. 영화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이죠. 사실 그 앞부분까지 책은 계속 사춘기 소년 엘리오의 발정기 얘기만 나옵니다.(영화에서 다루는 부분) 그래서 앞은 좀 지루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으로 갈수록 애절하고 특히 마지막 부분은 더 애절하죠. 열병인줄 알았던 사랑은 꽤 오랫동안 불씨가 지속됩니다. 그런데 이 사랑을 다루는 두 사람의 태도가 다른데 둘다 그 사랑의 정도가 같아도 사랑을 다루는 태도는 엘리오가 훨씬 성숙하다고 느껴집니다. 그것은 그런 아버지가 있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올리버는 겁쟁이죠.
2. 배우 이야기
둘다 적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티모시 샬라메가 훨씬 좋아서 놀랐습니다. 아미 해머란 배우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미국스럽게 잘생겼다 생각했는데, 여기선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올리버 역으로 감독이 소셜 네트워크 보고 골랐다 들었을때 영화보기전엔 탁월한 선택했다 생각했는데, 이 사람 본연의 성격과 스타일이 이 영화랑 아주 잘어울리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학자같은 느낌이 안드는... 아미 해머가 바흐나 라틴어 어근을 얘기할때 이입이 잘 안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윙클보스 형제같은 경우 똑똑 해서 하버드에 뽑힌게 아니라 조정으로 특례입학했다는 느낌이고 그래서 적역같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겁많은 보수적 미국인 같은 느낌은 있습니다. 팔십년대 옷이 아미해머에게 잘 안맞는 느낌도 들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너무 키와 덩치가 커서 옷들이 다 좀 별로인 느낌. 특히 양말신고 반바지 입었을때 같이요... 소설속 올리버의 billowy shirt 와 red swimming pants 같은것들이 느낌이 조금 안살았습니다. (완전 제 주관적 의견)
아무튼 팀은 너무 엘리오고 예민하고 똑똑하고 감수성깊은 아름다운 청소년입니다. 그리고 이 배우가 2개 국어를 하고 피아노를 칠수 있다는 것은 아마 이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었을것 같습니다. 이 배우 때문에 프랑스배우들이 대거 나왔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 가족이 이태리인들이라는 느낌이 전혀안드는 것은 이 배우 때문이기도 한데요. 어느 이탈리아 시골마을에 저런 프렌치들이(엄마, 마르치아와 올리버의 잠깐의 파트너도 프랑스인이었죠) 우글우글 산단말인가요. ㅎㅎ
3. 음악
루카 구아다니노(이름 어렵네요 ㅎ) 가 잘하는게 감각적 영상(비주얼, 맛, 섹스신등등 찰지게 그려냄) 도 있지만 음악도 정말 잘쓰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정말 음악이 너무 착착 감겨서 귀호강 했고 저는 후에 OST만 들으면 눈물이 질질 났답니다.
1) Sufjan Stevens
제 친구가 잠깐 Vesuvius 라는 곡을 들려준적이 있었는데 그땐 전혀 감흥없었는데, 그 노래때문에 감독과 이어지는 연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의 한 곡(futile devices)이 이 영화에 중요하게 쓰이니까요.
수피언 스티븐스는 미국의 인디가수인데 지금 제가 쭉 들어보니 이분은 동성애 관련한 가사를 대놓고 썼는데도 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가사중에 기독교적인 것도 매우 많기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말할 futile device도 그 논란의 가사가 여자친구의 시선이다, 하나님을 말하는 거다,,의견이 분분한데 저는 너무 뻔한건데 저렇게 의견이 분분한게 재미가 있습니다.
<Futile devices>
It's been a long, long time Since I've memorized your face
It's been four hours now Since I've wandered through your place
And when I sleep on your couch I feel very safe
And when you bring the blankets I cover up my face
I do
Love you
I do
Love you
And when you play guitar I listen to the strings buzz
The metal vibrates underneath your fingers
And when you crochet I feel mesmerized and proud
And I would say I love you
But saying it out loud is hard
So I won't say it at all And I won't stay very long
But you are life I needed all along
I think of you as my brother
Although that sounds dumb
And words are futile devices
널 내 형제라고 생각하기도 해.
웃기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수피언 스티븐스는 영화를 위해 2곡(mystery of love, visions of gideon)을 쓰고, 한곡 (futile devices) 를 각색합니다. futile devices는 사랑이 막 시작될때 나오고, mystery of love는 사랑이 정점일때, visions of gideon은 사랑이 끝났을때 나오죠. 두 곡에서 퀴어적 가사가 나옵니다.
<Mystery of love>
음악 셋 다 장면과 장면과 가사가 너무 잘맞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거의 visions of gideon의 뮤직비디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감정을 잡기 힘들어서 귀에 visions of gideon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감정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2) 피아노곡, 클래식 곡들이 두루 잘쓰였습니다. 바흐가 두번 나오는데 엘리오가 기타친 버전을 피아노로 치는 곡과 그뒤에 나오는 ZION HORT DIE WACHTER SINGEN도 근사합니다. 에릭 사티, 라벨의 음악도 아름답고 뉴에이지 피아노곡들 - 류이치 사카모토도 나오고 다 근사하게 잘어울립니다. 아마도 감독이 다 두루두루 알고 적재적소에 넣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4. 아쉬운 점은 여러 분들이 지적하셨듯이 여성캐릭터가 그려진 방식입니다. 다들 도구로 등장하죠. 책에서는 더 노골적으로 질투의 도구로 씁니다. 영화는 마일드하게 각색한 편이라 봅니다. 그래도 매력없이 그려진건 마찬가지죠. 여성이 마이너리티 니까 생기는 불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이야기가 레즈비언 이야기였고 남성이 도구로 쓰였다면 이런 불편함이 생겼을까요..?
5. 이것이 퀴어스토리가 아니라면 이런 긴장감과 드라마가 없었지 않았을까요. 그냥 남녀 였다면 말이죠. 이런 긴장감은 지금이 특수이지 않을까싶기도 합니다. 아직 퀴어에 대한 박해가 남아있으면서 적당히 이야기할수 있는 지금시점이요. 퀴어이야기가 지금은 쿨하죠. 조금 더 지나면 이런 서사도 헤테로와 다를게 뭐지 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그저 그랬습니다. 헤테로였다면 아무것도 아닌 얘기 니까요)
6. 사족이지만 엘리오의 성정체성은 올리버를 만나기전에 이미 정해진 것 같습니다. 영화에 자세히 안나오지만 책에 그전 손님과 그에게 위한 주지 못한 선물(그림엽서?) 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동진씨가 설명해줘서 알았는데 아주 잠깐 영화에서 남자의 뒷통수가 나오는 그림이 나오는데 그게 그 그림이라고 하네요.
2018.04.08 09:52
2018.04.08 10:24
1. 맞아요. 책에서는 머리속이 뒤죽박죽이고 그것만으로 책의 3/4가 지나가죠. 근데 그 뒤죽박죽만 가지고 딱 감각적으로 표현한 감독에게 박수를! 저는 뒤의 두장 없었으면 책은 별로였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2. 그래서 아미 해머가 굉장히 고마워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등등을 보면 아미 해머로서는 너무 호강인 작품이죠. 저는 그래도 이 사람 굉장히 좋아하고(찾아보니 저보다 어리네요. 노안이 될 가능성이 보임..ㅎㅎ) 소셜네트워크에서 딱 나왔을때 깜놀할만한 잘생김(이 잘생긴 피조물은 뭐야?)때문에 잊을수 없는 배우에요.
5. 가장 따뜻한색 블루에 대한 감상이 다르시군요. 제가 그 영화를 자세히 안봐서 그럴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블루나, 콜바넴이나 만약에 남녀의 이야기였다면 긴장감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드는군요. 금지된 사랑이니 더 반항적이거나 애절한 느낌이 드는거지요..
2018.04.08 10:43
5. 제 친구도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남녀 커플이었으면 이렇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결국 설정을 바꾼다면 아주 나이 차가 많이 나거나 아니면 신분의 차이...로 가야 할텐데, 그건 그거대로 참 김 빠지는 설정이 될테니...
2018.04.08 10:46
2018.04.08 11:00
와 진짜 다시봐도 잘 생겼습니다. 크고 잘생기고 딱 미국스럽고. 근데 이때의 아미해머(아마 이때가 소설 올리버처럼 24살쯤일것 같은데)가 캐스팅 됐으면 더 좋았을법했겠다라는 생각을했어요. 형제같기도 하고요.
아미해머가 콜바넴 찍을때가 29인가 그랬다는데 노안(혹은 실제 나이차)때문에 약간 불법적인 느낌이 납니다. 듀나님 리뷰에서도 언급한 것 처럼요. 미성년자와 섹스를 고민하게 되죠. 소설에서는 그런 긴장감은 덜합니다. 24살이니까 그도 핏덩이거든요.
2018.04.08 11:05
2018.04.08 11:17
원작에 보면 하버드의 철학과 박사과정이었고(엘리오네 머무르면서 클레이스테네스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죠. 이태리 어로 번역과 함께 마무리 작업까지) 석사만 있어도 강의를 할 수 있으니까 아마도 시간 강사로 나가는 걸 그렇게 표현한 듯 합니다. 83년엔 아마도 석사만 있어도 대학 강의 잡는게 무리는 없었겠죠...
2018.04.08 11:24
네 저도 그래서 교수라 해도 마 괜찮다고 생각했었어요. 우리나라에선 강사도 교수님이라 부르잖아요..^^ 근데 하버드 였나요 ? 왜 제머리엔 콜럼비아로 알고 있죠 ? ㅎㅎ 알고보면 대학교에 대한 설명이 없는지도.
2018.04.08 11:56
지금 찾아보니 원작에 대학 이름이 안나오네요. 막연하게 북동부 지역이라고만 나오는데, 그 동네에 있는 대학 = 아이비 리그 = 하버드 라고 제멋대로 자동생성을...
2018.04.08 13:48
콜럼비아라고 생각한 저는 뭔가요 ㅎㅎㅎㅎ 하긴 책에서 동네이름도 이니셜로 썼던 분이 대학이름을 썼을리가 없지요...
2018.04.09 02:35
2018.04.09 07:30
학부는 하버드이고 석박사를 컬럼비아에서 하는 중이었군요;;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2018.04.08 11:28
2018.04.08 12:32
2018.04.08 10:49
2. 아미 해머에 대해서는 정말 동감합니다. 이 잘생긴 피조물은 뭐야? 거기다 둘이네...^^ 그런데 이 짤을 보니 왜 감독이 이 영화에 해머를 캐스팅 했는지 알겠네요. 진짜 그리스 조각같음....
2018.04.08 10:55
2018.04.08 11:04
원래 올리버역에 샤이아 라보프가 캐스팅 되었다는데 그랬다면 정말 다른 올리버였을것 같아요(야수성의 올리버). 저는 아미 해머가 더 낫다고 봅니다. 강한척 하면서 속은 엘리오보다 더 약한 외강내유 올리버역에 어울리는 면이 있어요.
2018.04.08 11:48
그 장면 저도 민망하더라구요!
2018.04.08 12:01
2018.04.08 15:35
2018.04.08 15:53
2018.04.08 17:55
티모시 샬라메가 감정 잡기 힘들 때 노래 들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했군요. ^^ 저는 익명12345님이 여기 써주셔서 처음 봤어요. 배우가 음악 듣고 몰입하려는 모습이 너무 멋있게 느껴지네요.
아미 해머는 29세..였군요. 저는 30대 중후반 설정인 줄 알았어요. -.-;;;;;; 전형적인 미국 남자 역으로 너무 잘 어울린다고 봤어요. 큰 키까지 포함해서요.
2018.04.08 18:19
유명은...아마 저포함한 팬들사이에서...^^;;아미 해머는 86년생으로 올해 32입니다. 찍을때 아마 저나이였을거에요. 소설속 올리버는 24살입니다. 엘리오와 7살 차이고 올리버가 삼십대 후반이될때까지 관계는 쭉 이어집니다.
2. 아미 해머에 대한 표현 딱이네요. 대부분 그런식으로 생각하는지 백설공주에서는 아예 대놓고... 이 작품이 아미 해머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네요.
5. 그건 단언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극 자체로만 봐도 전자의 열병에 가까운 감정이나 후자의 자기 욕망에 충실한 주인공의 행동이나 모두 이 작품만이 보여주고 있고 감상자에게 와닿는 점도 좋고요. 특히 아델의 이야기 1부와 2부는 이전에 극장에서 본 한참 다음에 영상자료원에서 강연과 함께 재관람을 했는데요. 아델의 안티고네 스러운 욕망 추구와 쥘리 마로의 원작과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블랙 비너스에 이어서 보면 아델은 거의 구원과 다름없다는 해석을 듣고 영화 내 아델의 행동을 그냥 지나칠 수 없고 그 욕망에 충실한 모습이 용감하고 부럽고 내가 영화를 이정도밖에 못보는구나 하는 ㅂ끄러움도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나저나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배우들을 다룬 방식이나 그런 배우들을 무시하는 발언은 진짜 깨긴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