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3 00:22
- 2007년작입니다. 1시간 45분. 장르는 액션 스릴러이자 복수극이구요. 스포일러는 없는 걸로.
('쏘우'의 감독과 '데스 위시'의 원작자 조합이라니!! 와! B급이다!!!!!!)
- 한 가족의 홈비디오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케빈 베이컨, 켈리 프레스턴이 아빠 엄마라니 축복 받은 애들이네요. 게다가 아빠는 돈 짱 잘 버는 보험회사 중역이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아요. 자식은 아들 둘.
암튼 그 갬성 터지는 홈비디오 영상으로 사람들을 몰입 시킨 직후, 큰아들이 갱단에게 살해당합니다. 사정을 듣고 보니 이게 무슨 강도질도 아니고 갱단 항쟁에 말려든 것도 아니고 뉴비의 '신고식'이었다니 더더욱 복장 터지는 유가족들이겠죠. 여기서 한 술 더 뜨는 건 재판입니다. 검사들이 가족을 윽박질러요. 이거 무조건 형량 거래 가야한다. 물증 없이 증거라곤 니 증언 뿐이고 그마저 확실하지 않으니 본격 재판 가지 말고 형량 거래로 3~5년이라도 집어 넣자. 그나마 3~5년도 완전 맥시멈이고 정식 재판 가면 무죄로 나올 수도 있을 걸?
그러고 재판 전 사전 청취인가 뭔가를 하러 가니 아들 죽인 놈은 으쓱으쓱 거리며 케빈 베이컨에게 간지나게 총알 날리는 모션까지 취해가며 도발을 하구요. 순간 격한 감정에 뇌가 꼬여 버린 우리 주인공님은 증언 타임에 갑작스레 '아, 사실 제가 범인을 못 봤네요?' 라고 진술을 바꿔 범인이 풀려나게 합니다. 미행해서 사는 곳을 확인하구요. 집으로 돌아가 창고에서 녹슨 칼 하나를 꺼내서는...
(잠시 후 격하게 불행해질 전개를 위해 보여주는 행복한 시절. 낙차를 만들어 보자!!!)
- 요즘 그토록 잘 나가는 제임스 완이지만 초창기엔 그렇게 비평가들에게 환영 받지는 못하는 양반이었죠. 그 전설의 '쏘우'도 토마토 지수를 확인해보면 49%로 당당하게 썩어 있어요. 그리고 3년 뒤인 2007년 한 해에만 영화 두 편을 내놓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영홥니다. 참고로 그 두 영화의 토마토 지수를 합해야 40%... ㅋㅋㅋㅋ
뭐 그래도 기본 설정이 복수극이잖아요. 어지간해선 평타는 쳐 주는 장르이고 또 감독이 호러 러버 제임스 완이고 하니 만듦새야 어찌됐건 화끈하게 막 나가는 거 하나 만들어 놓지 않았을까? 싶어서 봤구요. 다행히도 제 기대(?)에 부합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참 지 멋대로 막 나가서 좋더라구요.
(역대 헐리웃 영화들 속의 '평범한 가장' 중 전투력 최강자의 면모를 보여준 케빈 베이컨옹.)
- 그러니까 이 영화의 악평 포인트는 개연성 부족, 아니 개연성 실종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딱 주인공이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 까지는 진지하고 멀쩡해 보입니다만. 그 뒤로는 정말 '와, 혹시 일부러 이러시는 건가요?' 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그냥 폭주에요. ㅋㅋㅋㅋ 격하게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 널뛰기도 티익스프레스급이고요. 이야기 전개는 각본을 한 열 명이 각자 10분 분량씩 써서 갖다 붙였나? 싶은 수준입니다.
(한 순간에 짠!!! 하고 이렇게 인간 병기로... ㅋㅋㅋㅋㅋ)
- 예를 들어 주인공은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이구요. 첫 번째 살인도 의도대로 저지르는 게 아닙니다. 죽이고 싶어서 간 건 맞는데 정작 죽인 건 의도가 아니라 실수에 가깝고요. 싸움도 아주 어설퍼요. 그런데 갱단이 사정을 알아차리고 주인공에게 복수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제이슨 본이 됩니다! 초인적인 전투 기술과 상황 판단력! 임기 응변과 지형 활용의 마스터!! 그치지 않는 체력과 금강불괴 맷집, 울버린급 회복력은 디폴트!!!
막판에 스포일러라서 말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따라 주인공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 내가 괜한 뻘짓해서 죄 없는 내 주변 사람들을 다 조져버렸구나. 이게 다 내 잘못이구나. 미안하다! 내가 모자랐다!! 이렇게 당연히 복수를 포기하려는 수순의 전개가 나오길래 어쩌려나... 했더니. 음. 그러고서 그냥 복수하러 갑니다. ㅋㅋㅋㅋ 이유는 몰라요. 뭐 그렇게 후회하다가 '그래도 하던 일은 끝을 내야지!!' 싶었던 걸 수도 있겠죠. 암튼 가요. 그냥 가고 할 일을 합니다.
(영화 속 최악의 비 빌런 경찰 캐릭터의 위엄 쩌는 표정을 보십시오.)
덧붙여서 제가 수십년간 봐 온 영화들 중에서 가장 기상천외하게 무능하고 황당무계한 경찰이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아예 경찰이 빌런인 경우을 제외한다면 이 영화 속 경찰만큼 황당한 놈들은 없을 거에요. 갱단에게 가족을 위협당하게 된 케빈 베이컨이 경찰을 불러요. 가족 보호를 부탁합니다. 그랬더니 그 경찰이 뭐라는지 아십니까. "아 놔 이거 님이 시작한 거 아님? 그럼 님이 책임지셈. ㅇㅇ" ㅋㅋㅋㅋㅋ 이 경찰 캐릭터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하는 일이 그냥 케빈 베이컨 나무라고 야단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내용상 경찰이 아예 안 나오면 좀 어색하니 '넣어는 드릴게'라는 맘으로 만들었나 봐요.
그 외에도 뭐 끝이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영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전개도 있고. 당연히 100% 죽었어야 사람이 이유 없이 살아나는 장면도 있고... 뭐뭐.
(택배 왔습니다.)
- 근데 어쨌거나 제가 이걸 재밌게 봤단 말입니다? 당연히 그럴만 했구요. 왜냐면 그게,
이 영화의 그 제이슨 본 액션이 의외로 꽤 그럴싸합니다. ㅋㅋㅋ 격투 연출도 괜찮으면서 총질 액션도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에요. 탕! 탕!! 하며 이런저런 물건이나 신체 부위(...)가 파괴되는 쾌감이 상당합니다. 또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단순 전투력이 아니라 머리를 굴려 위기에서 벗어나는 아이디어들도 꽤 좋습니다. 특히 초중반에 주차 빌딩에서 길게 이어지는 액션 장면 같은 건 도저히 깔 수 없이 잘 만들었어요.
또 이게 앞 뒤가 잘 안 이어져서 그렇지(?) 장면들을 부분부분 떼어 놓고 보면 완성도가 꽤 준수합니다. 열 받는 장면, 맘 졸이는 장면, 카타르시스 느끼는 장면 등등 각 부분부분들은 다 썩 괜찮아요. 도저히 하나의 이야기로 매끄럽게 연결이 안 된다는 치명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부분부분은 좋습니다. 거기에다가 각본 수준에 과분할 정도로 진지하게 열심히 연기해주는 중견 연기자들 덕에 영화가 완전히 쌈마이급으로 굴러떨어지지는 않고 좀 버텨 주고요.
게다가 뭐... 어쨌거나 이야기, 설정 자체의 힘이 있잖아요. 초반의 홈비디오 장면도 진부하면서도 효과적이었구요. 난감한 스토리 때문에 주인공에게 이입은 안 되지만, 어쨌거나 저 악당들은 다 처참하게 죽여 버렸으면 좋겠군? 이라는 생각은 충분히 들기 때문에 최종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흐뭇해져요. 액션 자체도 괜찮으니 더더욱.
(난 데 없는)
(택시 드라이버 분위기 때문에 슬쩍 웃었습니다. 근데 이런 식으로 뭔가 다른 영화에 대한 언급 같은 게 은근히 숨어 있어요.)
- 대충 결론 내자면요.
비평가들이 이 영화를 잘근잘근 씹어서 뱉어 버린 데는 다 합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로 평가할 때 도저히 칭찬하거나 남에게 추천할 수 없는 물건이죠. 심지어 무성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게 영화 속 명장면(?)들을 살리면서도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거거든요.
하지만 망작 괴작들 좋아하시거나, 혹은 괜찮은 부분부분들을 위해 잠시 비판 뇌는 재워 놓고 기꺼이 그 부분들만 즐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저처럼 의외로 즐거운 시간 보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전 만족했어요. 사람이 너무 훌륭한 영화들만 많이 보며 살면 좋지 않아요. ㅋㅋㅋㅋ
+ 이 영화의 총질 액션은, 특히 마지막 결전 장면에서의 전개는 분명히 홍콩 느와르 느낌이 있습니다. 그것도 '영웅본색'이요. 이 영화가 성공했다면 (절대 벌어질 일이 없었을 가정입니다만 ㅋㅋ) 제임스 완은 오우삼의 후예로 헐리웃에서 자리 잡았을지도.
++ 이 하찮은 영화에 흔히 보지는 못하는 유명 배우들이 보인 것도 반가웠습니다.
별 비중은 없지만 아내 역할의 켈리 프레스턴도 반가웠고.
우리 존 굿맨 할아버지도 반가웠어요. '클로버필드 10번가'처럼 연기력도 뽐낼만한 역할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고... 그냥 반갑기만 했던 걸로!!
2022.11.23 09:09
2022.11.23 23:19
어지간해선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여건의 영화이긴 하죠. 특히나 당시 기준이라면 감독이 그렇게 인정 받던 중도 아니고 영화 평은 극악으로 안 좋고 저예산 B급에다가... ㅋㅋㅋㅋ 사실 OTT가 아니었으면 저라도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표현은 정확한데, 보다보면 그냥 감독이 애초에 그걸 별 문제로 생각 안 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대충 큰 틀의 이야기만 생각해놓고 부분 부분마다 본인 하고픈 거 다 해 버린 느낌이랄까요. 생각해보면 최근작인 '말리그넌트'도 살짝 그런 성향이 있구요. 근데 또 그 부분부분이 고퀄이니 뭐, 성향에만 맞으면 '우왕 재밌다!!' 하고 즐길 수 있는 괴작이었습니다. ㅋㅋㅋ
사실 영화 보고 글 적는 과정 내내 켈리 프레스턴이 세상 떠나신 걸 생각 못 하고 있었어요. 덩달아 뒤늦게 명복을 빕니다.
2022.11.23 10:12
전 이거 재밌게 봤어요ㅎㅎ
같은 해에 나온 데드 사일런스라는 영화도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재밌게 봤으니.. 제임스완 찐팬 인증일까요ㅎㅎ
복수하면서 비슷해진다..는 약간 만화같은 내용이지만 거칠게 연출하니 묘한 매력이 생긴달까요ㅎㅎ
제임스완 초기작 중에서 이렇게 거칠고 툭툭 튀는 연출이 있는 영화들이 있는데, 최근의 말리그넌트를 보면 그것조차 제임스완의 시그니쳐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죠ㅎ
찰스 브론슨의 데스위시는 보지 않았지만 플롯은 익히 들어 알고 있어서,
이 영화 나왔을 때 그 영화의 리메이크 비슷한가 생각했는데 작가가 같은 거였군요.
그래도 최근 브루스윌리스 주연의 데스위시 리메이크보다는 제임스완의 데스센텐스가 훨 나은 것 같아요ㅎ
2022.11.23 23:21
저도 이걸 재밌게 보고 나니 토마토 지수 동점인 '데드 사일런스'도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원숙함이라고 할만한 건 약에 쓸래도 없지만 뭔가 폭주하는 설익은 재능충(...)의 장기 자랑을 구경하는 기분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원작자가 참 일관성 있는 사람인 것 같죠. 총기 수호 연맹 뭐 이런 단체라도 들어가 활동하지 않았을까 싶구요. 이 영화에서도 막판에 주인공이 총 쇼핑하는 장면 같은 걸 보면 총에 대한 사랑이 뚝뚝(...)
그래도 브루스 윌리스 말년 필모 중엔 최고작이 그 리메이크던데요. 그래서 언젠가 보긴 봐야겠다 싶은데 영 손이 안 갑니다. 이 영화랑 비교할 만큼까진 기대도 안 하는데... =ㅅ=
2022.11.23 12:37
재미있게가 아니라, 꽤 몰입해서 봤던 영화입니다. 그나저나 저 포스터는 처음 보는데요 저게 빠따 치러가는 학생주임이지 복수하러 가는 아버지 같지가 않은데...
2022.11.23 23:22
복수극이란 게 아주 못만들거나 괴상하지 않으면 대체로 몰입하기가 좋죠. '알고 보니 살인 병기' 같은 정당화 설정 없이 걍 마구 달려 버리니까 그걸 대충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오히려 더 쾌감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구요. ㅋㅋ
2022.11.23 21:22
2022.11.23 23:23
'분노의 질주' 시리즈라든가... 뭔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면서도 사실은 다 챙겨보고 즐기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봅니다. ㅋㅋ
당시까지만해도 케빈 베이컨 출연작이라고하면 이분 연기만으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믿고 보던 시절이었는데 이건 평도 너무 안좋고 네이버 관람객 반응도 영 별로고 해서 고민고민하다가 스킵했던 작품이네요. 당시나 지금이나 영화 한편을 시원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타입이라 ㅋㅋ
쏘우1이 뭐 엄청 말이되는 현실적인 스토리는 아닐지라도 보면서 개연성 면에서 그렇게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재밌게 봤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이건 기본 각본부터가 문제가 심각했던 모양이네요? 아무튼 죽어 마땅한 놈들을 화끈하게 응징해주기는 한다니 요즘 같은 때에 굉장히 적절(?)하네요. 화끈한 액션 연출은 이때부터 재능이 있었나봐요. 제임스 완이 이렇게까지 롱런할 감독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저예산으로 시작해서 분노의 질주, 아쿠아맨 같은 블록버스터에 컨저링 유니버스도 제작하고 가끔 말리그넌트 같은 예전 생각나는 작품도 뽑아줄 정도이니 지금 위상을 보면 나름 입지전적인 커리어가 맞는 것 같습니다.
켈리 프레스턴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요. 참 아름다우셨죠.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