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4 13:03
올해 세번째로 본 영화는 웨스 앤더슨의 개들이 섬입니다.
어디선가 it is our fantasy of Japan, which hoppfully also feels authentic 비슷하게 앤더슨이 말했다고 읽었는데(이 말이 너무 와닫는 게 제가 연구하는 simulation training에 대한 정의라고나 할까요) 문화적 부정당함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즐겁게 보고왔습니다. 일본어 못하면서 일본에서 일년간 교환학생으로 고등학교 일학년을 보낸, 선물이 말에 의하면 아이도 어른도 아닌 십대의 마지막 시간을 누리고 있는 청년과도 함께요. 보고나서 일본어로는 한 대사는 뭐냐고 했더니 별중요한거 없었다고 하더군요. 중요한건 다 영화 안에서 통역되었다고.
앤더슨의 영화답게 끔찍하게 완벽합니다. 개들의 시선으로 카메라가 볼때 색깔이 바뀌는 것 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있고, 뭘 보고 있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엄청난 디테일들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고요. 영화보면서 이 목소리는 누구거지? 놀이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Trach Walker의 헤어스타일을 보면서 내 책상의 천사를 생각했는데, 정말 그 영화의 Janet Frame에서 가지고 온거라고 하더군요. 내 책상의 천사를 생각하면 Janet한테 이런 성격을 주었으면, 이런 용기를 가졌으면 이런 생각으로 살짝 슬픈 미소 지어봤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I won't hurt you 노래도 좋습니다. Call me by your name에 주제가들 처럼 좋더군요. 마지막 삼절 가사입니다.
My pale blue star
My rainbow, how good it is to know you're like me
Strike me with your lightning
Bring me down and bury me with ashes,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I won't hurt you
가족영화
함께 보러간 사람한테 또 그로부터 I won't hurt you 라고 말하고 그 말이 진심이란 확신으로 행복해하면 돌아온 날입니다.
몇몇 칼럼들을 보면 이 영화가 일본을 묘사하는 태도가 불편하다고 말하는데 저같은 경우는 그닥 불편하진않았어요. 고양이 애호가인 고바야시 시장이 도시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섬으로 추방시킨다는 설정이 야만스럽다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감독 자신이 머릿속에 구상한 메가사키라는 도시를 보면서 정치적 올바름이 떠오를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일본을 무대로 하긴했지만 가상의 도시니까요. 오노요코가 연기한 나약한 과학자 역시 일본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이라기보단 그저 인물의 개성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적극적인 성격의 미국인 교환학생 트레이시가 상심한 과학자를 타이르는 장면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좀 있는것 같더군요. 일본묘사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싶었는지 좀 심할정도로 자막도 통역도 없이 나오는 몇몇 일어가 혼란스러웠지만 저는 일어를 못하는 대부분의 미국관객들이 개들에게 좀 더 감정이입을 할수있도록 만든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다행인것은 대충 아무 아시안이나 집어넣고 엉망인 액센트로 그누구도 알아들을수없는 일본어로 말하지는 않는다는거죠:) 어쩌면 미국영화에서 아시안의 묘사수준에 대한 저의 기대치가 애초에 너무 낮은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