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6 19:28
사실 그냥 자해가 아니었어요. 작년 내내 죽을 생각만 했죠. 전 지금은 제가 그냥 우울증이 아니라
경계선 인격 장애가 아닌가 생각해봐요. (이건 별도의 이야기입니다만,,,,, 이렇게 생각하든 진단을 받든
치료하긴 불가능하죠. 의사한테 들은 얘기로도 내가 지금까지 읽어온 바로도 인격장애쪽은 치유불가능이니까요.)
작년 5월부터 죽을 생각뿐이었어요. 아주 근본적으로 "인생은 끝없는 고통일 뿐. 살아있는 한 계속 고통은 끝나지 않아.
어떤 위치에 가든, 성공이란걸 한들 내 고통은 끝나지 않아"라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이 오면서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만이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생각이었죠.
정신과약은 잘 때만 도움이 되는 진통제지 절대 치료제가 아니에요. 이거 먹고 도움받았다는 분 중에
장기간 치료에서 효과봤다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은 정말 부럽지만 전 아니에요. 4년 이상 복용하고 점점 우울증은 깊어졌어요.
백화점에서 잘드는 칼을 사고, 보드카를 사고(아쉽게도 80도짜리 술은 없었어요. 국내 보드카는 대부분 40도니까
데낄라란 별 차이없는 센 소주 정도 밖에 안되더군요. 정신과약중에 가장 센 약들은 일부러 빼놓고 안먹을 떄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모으자 했던 건 아니지만 70알이 넘게 있었어요. 벤조디아제팜 계열이죠.
그 약 70알과 술만 마셔도 어떤 사람들은 잘하면(?) 죽을거에요. 아니면 적어도 병원에 가서 위세척이라도 하겠죠.
저는 그 약들과 술을 모두 마시고 먹고, 욕조에 들어가서 물을 가득 채운 다음에 칼로 목, 팔, 허벅지 안쪽을 최대한
깊이 찔렀어요. 사실 팔은 정말 어리석었어요. 손목도 아니고 팔꿈치를 택한건 주사로 피를 뽑는게 주로 거기였기 때문인데
그건 잔뜩 졸라매야 하잖아요.
팔보다는 목을 깊게 찌르는게 가장 확실한거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너무 취해서 더워지니까 목을 물에 계속 담그는게
갑갑한게 통증보다 훨씬 힘들더군요. 술을 마시면 열이 더나고. 거기있던 헤어드라이기를 욕조에 던져넣는거는 못했네요.
-근데 헤어드라이기 물에 던져서 감전사한 사람은 왜 없을까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쉬운 방법인데 이렇게 죽었단
사람이 없는거 보니 잘 안되는 듯-
목은 가장 피부가 얇은 층에서 동맥을 찌를 수 있는 부위고 허벅지도 과도출혈로 죽기에 알맞은 부위라서 위험하다 하더군요.
결과는,,,,,, 너무 덥고 피가 쏟아져서 욕조를 가득 채우기를 기대했는데 그냥 혼탁한 정도라서 너무 실망했고
약간 어지럽다고 생각하면서 나와서 몸을 닦고 침대에서 잤어요.
자고 났더니 약간 어지러울 뿐, 놀랍게도 한 알만 잘못 먹어도 심장이 뛰는 그 약이 술이랑 그렇게 많이 한꺼번에 털어넣었는데도
별 이상이 없더군요. 전 체크 아웃하고 아침에 집으로 멀쩡히 돌아왔어요. 의식불명이 되지도, 병원에 가지도 않았죠.
아, 병원에는 상처 봉합하러 갔어요. 다행히 목에는 흉터가 가볍게 남았고-거울을 보면서 그렇게 찔러넣었건만-
허벅지는 누가 보지 않잖아요. 왜 멍청하게 팔을 찔렀는지만 후회스러워요.
그리고 참 자살은 어렵구나라는걸 다시 느꼈죠. 작년에 내가 들은 자살소식만 세 명이었어요. 내 나이 비슷한 사람들이고
다들 그렇게 가더군요. 나만큼 절실했을까 싶은데.
사실은 지금도 자살하고 싶은데 자살에 성공하는게 어려워서 안하는거에요.
자살의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꼼꼼히 수도 없이 생각해봤어요. 어설프게 하면 불구자가 되고 개망신만 당할거라는걸 아니까요.
내 나름 치밀했던 시도였는데 불행히도, 그 때 내가 죽을 수 있는 가능성은 술에 취해 어딘가 부딛혀서 완전히 뇌출혈로
사망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는 씁쓸한 코미디같다고 할까요. 머리에 혹만 났거든요. 어딘가에 부딛혔나봐요.
자살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한 오늘입니다.
자살하면 이 숨막히는 하루하루에서 영원히 모두와 작별할 수 있다는 것, 노새의 등에 얻힌 짐같은 책임감과
돈벌이의 필요에서 벗어난다는 것만으로 날아갈거 같아요.
구토가 날 것같은 동료와 상사를 안봐도 되겠죠. 이 모두가 사실 돈의 노예처럼 묶인 몸이기 때문이에요.
전 아무 일도 하기 싫어요. 아무도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고, 더이상 보고 즐길 것도 누릴 것도 없어요.
충분히 많은 사랑하는 것들이 있었고, 나는 충분히 사랑했고, 즐겼고, 느꼈고 40년 이상을 살았는데 왜 더 살면서
고통을 연장해야 하는지 나자신한테는 이해가 안되요.
2018.05.16 20:38
2018.05.17 19:09
상담에 드는 돈, 시간, 에너지에 비해 너무나 많은 상처를 상담가들한테 받았던게 사실입니다. 다쓰기에는 너무
힘들고 스토리가 깁니다. 쪽지 감사해요. 전 10년이상 상담을 받았어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듯 전 누구보다 상담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2018.05.16 20:44
2018.05.16 21:13
쪽지로도 드리겠지만 로그인 안 한 상태로도 보시라고 댓글도 답니다.
알고 계실 지도 모르겠지만, 24시간 연결되는 핫라인입니다.
1577-0199 (129도 결국 여기로 연결되네요.) 자살예방 핫라인
1588-9191 생명의 전화
2018.05.17 19:10
쪽지는 너무나 감사드려요. 이런 우울한 글에 너무나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러나,,, 핫라인은 저는 비추네요.
여기에 작년에 전화 10여 차례이상 했어요. 전문 상담가랑 상담하라는 메뉴얼만 읊는 경우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자살할 때 연락하세요, 라는 말 너무 이상해요. 자살 기도하면서 그 때 살고 싶으면 119에 연결해준다는 말을
수없이 듣고 나니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에 전화걸어서 더 힘들어지지 말아야지 싶었어요.
2018.05.16 21:53
그렇게 자살시도를 하셨는데도 살아나신 걸 보면 산호초님이 간절히 살아주기를 바라는 누군가가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산호초님 본인일 수도 있고요.
2018.05.17 19:29
신을 믿으므로, "신은 내가 죽는걸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알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 운명론자에요. 내 운명이 허락하지 않았어요. 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내 목숨은 천운인게죠.
사람 목숨이란 참 어이없이 죽기도 하지만
죽으려고 애를 써도 못죽는 인간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2018.05.16 22:12
2018.05.16 23:33
2018.05.17 19:12
저는 인생을 꾸역꾸역 사는게 아니라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달렸어요. 사람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수십년을 어떻게 살아요? 뭐가 나쁘지 않느냐고 묻고 싶네요. 따지는것 같아서 죄송한데 절대 나쁘죠. 억지로 사는건대.
2018.05.17 02:01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셔서...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쓰고, 공들여 자신을 타인에게 설명하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제 느낌은 산호초님은 누구보다 의미있게 또 잘 이 삶을 살아내고 싶은 열정이 있으신 분 같거든요.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잘 이겨내시길 바랄게요.
2018.05.17 19:20
전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왔죠. 그게 burn out이 되었을 것이지만, my way의 가사처럼 more than I can chew,
I have no regret입니다. 어릴 때부터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어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내 인생을 누리면서, 그게 꼭 돈으로 할 수 없는것이라도 내 인생을 아낌없이 누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정신과약을 먹고 자고 무감정한 사람으로 변해서, 마치 전두엽 절제수술이라도 받은 기분이랍니다.
전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에너지가 바닥인 작년에도 맡은 일에 100% 이상을 달렸는데 삐긋 실수한것 하나로
직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계약직이니까요. 정규직 잘못이라도 나만 추궁하는걸 보면서 직장에 충성하는건, 물론 내 일 자체가
직장과 별도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도 적잖은 배신감과 허무감을 느꼈습니다. 그게 직접적인 자살의 trigger가 되었죠.
그것도 12월 말에, 그나마 안심하려고 하니 마치 신이 "너는 마음 놓고 살지마"라고 내 뒷통수를 치는 것처럼.
지금도 전 할 일들을 빠짐없이 신속하게 처리하느라 뼈가 삭을 지경이네요. 열정적으로 살고 최선을 다하고,
그러다가 내가 한 일들이 헛수고로 돌아가는 과정을 너무나 잔인하게 겪은 지난 세월 10여년입니다.
2018.05.17 19:25
다들 이런 우울한 글을 읽고 답변까지 성의껏 해주셨는데 부정적인 답변 뿐이라 죄송합니다. 전 누구보다 상담받고 우울증에서 탈출하고자
상담가들의 말들도 실천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우울증인데 직장다니면서 이렇게 꼬박꼬박 돈벌고 맡긴 일 다 해내는 사람은 거의 드물거라
생각이 들 정도죠. 남들은 지금까지 대체로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교사(네, 전 교사에요. 계약직이지만)"로 알고 있죠. 아이들이 인사하면
밝고 친절하게 인사해주고, 격려도 해준답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들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히 답해주고 고민 상담도 해주는 선생님이 칼로 몸을 긋고 자살기도를 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걸요. 제 반듯한 정장차림에 빈틈없는 수업준비, 목소리 큰 열정적인 수업, 시간 안에 정확한 일처리, 다른 사람이라면 칭찬해주고 싶을거에요. 하지만 전 어디론가 항상 떠나고 싶어요.
2018.05.17 21:25
정주영회장의 아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습니다. 본인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는데 정회장은 정신력이 약해서라고 다그치기만 했고 당연히 실적도 안좋았죠. 호텔에서 자살했다고 하는데 후일담을 들어보니 증세가 공황장애였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공황장애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니 안타깝죠.
산호초님도 우울증이 아니라 신약으로 해결될 수 있는 어떤 병일지도 모릅니다. 그 날을 기다리라고 하면 너무 막연할까요?
2018.05.18 05:45
예전에도 한번 비슷한 댓글을 쓴것 같긴 합니다.
개인적인생각이지만,
자살 성향의 액션까지 가능한 정도라면 정신력은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독한 정신력이죠.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그런거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절대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정도 정신력이시면 뭐든 하실 수 있을거 같아요.
2018.05.18 12:00
어떤 제안-님이 안해보셨겠습니까?-도, 위로도 님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진 못 하겠죠. 개인적으로 자살도 생을 마감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가치적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렇게 살아계시니, 그저 살아가시라고, 꾸역꾸역, 구질구질해도, 하는 수 없이, 그냥 살아가시라는 말씀만 드려봅니다. 사는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거요. 그런다고 고통이 경감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지옥 속이겠지만, 때로는 체념 자체에 기대 얼마간 또 시간을 보내게 될 때도 있더라고요.
2018.05.18 15:32
정말 오랜만에 로그인을 해요.
10년전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 게시판에 아마도 사후에 대한 기독교적 질문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개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시니컬한 조롱 섞인 댓글 속에서 산호초님이 나서서 커버쳐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 그 댓글이 저한테 위로가 됐었거든요.
저에게 위로를 건네주셨던 산호초님이 많이 힘드신 것 같아 뭐라도 말을 건네고 싶은데
어떤 말을 전해야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조금 덜 힘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