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9 02:13
같이 본 문창과 나온 지인은 영화를 보고 이런말을 했어요.
"문창과 남자애들이 습작으로 썼을 법한 요소들이 총출동한 영화"
제가 이 영화를 한줄로 표현하자면...
"(이창동감독의 영화)시의 틴에이져 버젼?"
창작할수 없던 무기력한 소년이 세상의 쓴맛과 미스테리들을 겪으면서 그 욕구가 성욕으로, 집착으로, 그리고 결국 창작으로 분출되는 이야기죠.
근데 이 영화..묘하게 타르코프스키를 떠올리는 화면들이 많지 않나요?
단 한번도 이창동 영화에서 그런 냄새를 느낀적이 없는데..이 영화는 많은 장면들이 그를 차용하거나 오마주한것 같이 묘하게 겹친다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가만히 더 들여다볼수록 다른 많은 감독들의 흔적이 노골적으로 보여요. 이를테면 브뉴엘(메이크업 상자 뭐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마임은 아예 패러디 아닌가).. 또 뭐가 있더라..
아예 작정하고 가져온것 같은 많은 기시감들이 들었는데 그래서 전 반갑더라고요.
장면 장면이 무슨 회화처럼 완벽히 구도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함으로 무장한 요즘 영화같지 않고, 뭔가 날것같은 형태로 이전 60~70년대 유럽영화들의 향수어린 장면,요소들이
자꾸 등장하니까 아..이창동이 작정하고 그런 영화 찍었구나 싶은..
창작의 시발점에 선 소년의 이야기다보니 자신을 투영해서 자기의 예술적 토양들을 뿌려댄건가..하는 망상도 해봤습니다.
마지막은 좀 마음에 안들지만, 전체적으로 이 영화.
뭔가 예술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팬들을 자극시키는 요소들이 있어요.그게 좋든 싫든, 마음에 들든 안들든 뭔가 입안에서 꺼끌거리며 걸리는 뭔가가...
2018.05.19 07:17
2018.05.19 10:09
메타포 대방출!!
2018.05.19 12:52
텍스트를 파헤치고 싶은, 다른 리뷰들을 보고싶은 욕구조차 저에겐 안드는 영화였어요. 풍성함의 여지 없이 틀은 정해졌는지라(& 감상시 즉시적으로 파워풀하게든 오묘하게든 가슴에 가닿는 것도 아닌지라), 이런저런 디테일 추출들 아이고 의미없다의 느낌.
전 스포일러에 안 당하리라는 일념하에 개봉날 아침에 너무 기대하고 봐서 이런 것도 같고, 기대치를 낮추고 감상하시면 오히려 참 좋을 수도.
2018.05.19 14:11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익숙함이 느껴지는, 그리고 꽤 표현이 맛깔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 정서, 소재, 맥락에 핀트가 안맞는 사람들, 노출이 적은 사람들, 취향이 아닌 사람들에겐 뭠미.할것 같긴 하더라고요.
2018.05.19 13:54
2018.05.19 14:03
아, 저희 둘 모두 영화를 좋게 봤고,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가 그런 습작같다는게 아니니까요.
전 문창과를 전공하지 않아서인지 그 평에 완전히 이해할순 없었지만, 맥락은 이해가 가요.
본문에서 말한것처럼 막 성인기를 딯는 이들이 창작을 시작하게 되는 시점에 고민하게 되는게 초년의 감정들, 성, 인간관계와 사회를 바라보는 낯설음 같은 것들이 될수 밖에 없고,그런 요소들은 원형같은 키워드들로 맴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주인공의 입장, 나이들을 생각하면 그런 요소들이 총집합된 작품이란 오히려 집대성이랄수도 있겠죠. 신선하지 않을지언정.
2018.05.19 14:30
아 하나 안썼는데,
친구 중에 영화의 무대가 되는 후암동에 사는 얘가 있어요. 영화에 나왔던 그 건물 바로 옆에 사는 애...
분명 영화는 후암동에 살았던 누군가의 취향이 덧붙여진게 분명해 보일정도로 그 공간을 표현하고 얘기하는 감성이 똑같더라고요. 어디서든 바라볼수 있는 남산타워에 대한 뭔지 모를 오묘함마저..
"문창과 남자애들이 습작으로 썼을 법한 요소들이 총출동한 영화"
ㅋㅋ 동의하게 되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