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평이 아주 좋던 '응답하라' 회고 스타일의 대만 청춘 영화가 있었는데, 보려다 못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어제 생각난 김에 찾아봤어요.



아, 그런데 제가 찾던 영화는 아무래도 '나의 소녀시대'였나봐요. 제 지인들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추천했을 것 같진 않아요.


아무튼 '그 시절...소녀'도 대만에서 상영 당시 돌풍을 일으켰다고 하고,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일본에서는 리메이크까지 만든다는데, 저는 보는 내내 너무 이상했어요.  


감독의 자전적 캐릭터인 날라리 남고등학생이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전교 1등인 청순한 여학생을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들이 전부 다 좋아하고요. 그러다 주인공과 그 전교1등이 서로 좋아하게 되죠. 어디서 많이 보던 전개지요?


주인공과 친구들의 또라이 짓을 나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리려 했는데, 이건 도저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예요. 예를 들어 주인공과 친구1이 수업 시간에 무료하니 장난이나 치자며 벌인 일이, 수업하는 여선생을 보고 상상하며 자위를 하는 거예요. '여선생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는 상상'을 하는 게 아니라 '여선생을 상상하며 자위'를 수업 시간에 합니다. 그러다 걸려서, 선생이 일어나라고 시키니, 그 상태로 벌떡 일어나서 성기가 온 급우들에게 노출이 됩니다. 당연히 같은 반인 전교1등 여학생도 그 꼴을 보죠.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그 교사에게는 엄청난 충격을 주는 성폭력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걸 웃기는 에피소드로 묘사를 하다니... 


게다가 벌(?)로 전교1등 앞에 앉아서 감시를 받게 하거든요. 그러다가 친해져서 좋아하게 된다는 전개인데요. 그 과정의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묘사가 되긴 했지만, 실상은 말이 안 돼요. 수업시간에 자위하다 들킨 찌질이를 좋아하게 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수업시간에 자위하다 들켜도 전교1등 청순소녀가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감독의 판타지일 뿐이지요. 


그리고 대학교 기숙사 남학생들이 각자 자기 컴퓨터를 보면서 자위하는 장면도 나오고, 샤워실에서 동성간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걸 개콘 스타일로 천박하게 묘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발기가 되는 친구1도 마냥 희화화되어 나오고요. 


대만은 트렌스젠더 장관도 있고 동성혼도 합법화되어서 인권 부분은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이런 영화가 발랄한 청춘영화로 받아들여지기만 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요.


십대 남자들 무리의 찌질하고 유치한 중2병스러운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감독은 자신의 그런 십대가 충분히 사랑스러워서 영화화하고 싶었나봐요. 저는 성찰을 해야 하며 미화해서는 안 된다고 느껴지던데 말이죠. 


무척 찜찜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084
123476 어제 라스(라디오스타)는 레전드가 될듯 [19] soboo 2010.08.26 6204
123475 외국남자를 만나는 여자. [27] 기역니은디귿 2011.09.17 6203
123474 혹시 듀게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 받으신 분 있으신지. [30] 가드너 2012.02.10 6203
123473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txt [18] 자본주의의돼지 2010.08.17 6203
123472 실패했습니다. [24] 엠엠엠 2015.07.13 6201
123471 아기 욕조 사건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9.05 6201
123470 달빛요정 이진원씨.. [73] 형도. 2010.11.06 6200
123469 <방자전> 보고 왔어요(스포일러 가능성 있습니다). [10] 나미 2010.06.05 6200
123468 음악중심 사고쳤네요.ㅎㅎㅎ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4.20 6198
123467 근데 개고기 맛있나요? (이럴 때 저도 폭발 댓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45] 루이스 2011.06.27 6198
123466 웃기게 생긴 에밀리 블런트 [9] magnolia 2012.08.03 6197
123465 로이킴 표절논란도 타블로 사태와 비슷하게 가네요. [20] 말줄임표 2013.07.20 6196
123464 [넷플릭스] 제대로 된 작품하나 올라왔네요. [6] LadyBird 2019.12.01 6194
123463 성폭행씬, 여배우 동의없이 찍은 베르톨루치 감독을 보니.... [51] 경대낭인 2016.12.04 6194
123462 과외교사-제자 살인사건 진실은 정말 미미여사 소설보다 끔찍하네요. [10] poem II 2013.08.08 6194
123461 35th Golden Raspberry Awards Winners [8] 조성용 2015.02.22 6193
123460 “상담원 새끼가,대한민국 의대 교수가 우습냐?” [28] ML 2014.05.28 6193
123459 그럼 재미있는 프랑스 영화는? [45] DJUNA 2010.08.08 6193
123458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 입니다. (여성편) [16] 다펑다펑 2013.01.16 6192
123457 이상은씨 좀... [42] 달빛처럼 2010.07.22 61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