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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보며 쓰느라 집중도는 좀 떨어지네요


0. 리뷰 쓰기 어려운 영화였어요, 사실 개봉 초기에 봤었거든요.

열린 해석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게 좀 과합니다.

스포일러라고 표기를 해도 큰 의미가 없을 만큼요


1. 해미의 첫 등장에서 나온 '이게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잊어라(없는 걸 존재한다고 생각해라)' 라는

판토마임 세뇌가 이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키포인트입니다.

그렇게 하면 대충 실타래가 풀리는데 역시나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해미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벤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둘 다 존재하지 않았거나

경우의 수로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려보다가도 한 군데에서 막히곤 합니다.

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벤의 집, 고양이, 벤의 친구들은 어떻게 봐야하나 등등.

유일한 실제상황은 아버지의 소송 사건인 거 같고


2. (약 스포일러) 하지만 가능성은 이거예요. 영화 내내 해미 없음 안 될 것처럼 정신병 행세를 하던 종수가,

처음 해미를 만나고 그렇게나 시큰둥한 거, 알아보지도 못 한 거, 굳이 '나 성형했어' 라는 해미의 대사, 뭔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해미라고 주장한 여자는 존재하지만, 해미라는 인물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이겠다 싶어요.

그냥 종수를 꼬셔보려 본인이 해미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걸 수도 있구요


3. (약 스포일러) 가난한 청년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도 영화의 큰 부분이더라구요.

정말 뭐 하는지 모르겠는데 돈만 많은 위대한 개츠비, 열등감,

심지어 자신보다 돈많은 사람에게 넘어간 듯 한 사랑, 의심, 이런 것들이 종수에게 분노와 집착을 만들고,

그의 부정적인 상상이 판토마임처럼 눈에 펼쳐지는 거라고 봤어요.

해미를 죽였을 거라 생각하며 쫓아간 곳에서 벤은 아름다운 호수를 보며 감상에 젖고 있었을 뿐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종수는 의심 속에 살고 있더라구요. 알고보면 의미 없는 것에 마음을 쏟고 괴로워한달까


4. 개인적으로 유아인의 연기를 (대체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흥행성은 떨어지겠지만, 드라마 <리턴>의 김동영 같은 배우가 훨씬 잘 어울렸을 거 같은 느낌이랄까


5. 더불어 스티븐 연의 연기는 정말 별로네요.

유학파 캐릭터였다 한들, 미국에서만 평생을 살은 배우를 쓰는 건 조금 무리수였고,

사실 연기하기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이기도 했죠.

존재하는 듯 아닌 듯 신비해야 하는데, 그러한 연륜이 있는 배우는 아닌 거 같아요.


6. 영상미가 좋았다 하는 분들도 있던데, 전 별로요.

이창동 영화는 영상미가 좋지는 않아요. 가리지 않으며, 치부가 드러나는 지저분한 현실을 보여주는 감독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파주 장면에서 일부 감상에 젖는 하늘이라든가 그런 장면은 있지만, 그래봐야 영화 전체 중 1분 아니었나요


7. 칸느 상영까지 된 이 영화에서 제일 거슬렸던 건, '비닐하우스' 였어요.

원작에선 헛간이었다는데, 책에서 상상하는 헛간이라는 이미지는 불에 태워도 되겠다 싶은데

비닐하우스를 불에 태우는 게, 꽤 많은 관객들에겐 불편했을 듯 합니다.

게다가 실제로 비닐하우스를 불에 태워서 비닐이 줄줄 녹아서 뚝뚝 떨어지고, 불에 탄 기체가 훨훨 올라가는 장면도 나왔죠.

차라리, 냉장고에서 꺼낸 반찬통 그대로 싱크대에 서서 밥을 먹는 거나 (이건 밀양에서도 나와요),

컴퓨터 옆에 몇 일간 안 치운 컵라면 쓰레기들은 이해할 만한 장면이지만요

(잠깐, 비닐하우스 지적은 여태껏 저만 있었나요?)


8. 이 영화가 유튜브였다면 1.2배속하고 봤을 거예요, 그만큼 느리고 답답해요, 불필요하게.

지나치게 느리지만 않았어도 좀 더 몰입도는 있었을 거예요.

내가 왜 유아인이 마늘을 툭툭 썰다가 칼 뒤꿈치로 팍팍 뭉개는 장면까지,

소 집 치워주며 쌩뚱 맞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까지 봐야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죠.

1.2배속을 대충 계산해보니 120분이 조금 못 되더군요. 딱 적당하네요


9. 결론은 제가 본 이창동 영화 중 가장 아쉬워요, 이창동과 잘 어울릴 거 같은 김동영 같은 배우를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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