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1 12:50
어제 댓글로 동시 한 편 올리다가 오랜만에 동시를 좀 찾아 읽어 봤어요.
그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시 몇 편 옮겨 봅니다.
뽀뽀의 힘
김유진
쉬는 날
잠만 자는 아빠
곁에서 맴돌아도
툭툭 건드려도
두 팔을 잡아끌어도
꿈쩍 않더니
쪽!
뽀뽀 한 방에
“아이구, 우리 딸.”
반짝
일어난다
저울
최수진
동생이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양손에 들고
저울질하고 있어요
꼭
큰 거 먹으려고요
동생은 저울이에요
무게를 너무 잘 달아요
눈 잘 자
박성우
아빠? 응!
엄마들은 왜 아가 재울 때
‘코’ 잘 자, 해?
눈이 자니까
‘눈’ 잘 자, 해야지!
코가 진짜 자면 큰일 나잖아, 그치?
아빠, 눈 잘 자.
엄마, 눈 잘 자.
청소 시간이 되면
김용삼
수업이 끝나고
우당탕탕 청소 시간이 되면
책상은
무슨 잘못을 했나
의자를 들고
벌을 서지
아니지
벌을 서는 게 아니지
수업 시간 내내
엉덩이를 받쳐 주느라
힘든 의자를
책상이
또 하나의 의자가 되어
잠시
앉혀주는 것이지
똥개가 잘 사는 법
김응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도 못 얻어 먹고
신발도 못 얻어 신고
개집에서 쫒겨났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그냥 똥개로 살기로 했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사료 대신 뼈다귀로
신발 대신 맨발로
세상을 누비고 다녔대
돈 한 푼 없는 똥개는
마음껏 똥개로 살아갔대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임복순
설탕 두 숟갈처럼
몸무게가 25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삼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난다고 한다.
살다가 가끔
내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나는,
설탕 두 숟갈의 몸무게로
지구 한 바퀴를 날고 있을
아주 작은 새 한 마리
떠올리겠다.
우물
권정생
골목길에 우물이
혼자 있다
엄마가 퍼 간다
할매가 퍼 간다
순이가 퍼 간다
돌이가 퍼 간다
우물은 혼자서
물만 만든다
엄마도 모르게
할매도 모르게
순이도 못 보게
돌이도 못 보게
우물은 밤새도록
물만 만든다
서 있는 물
김금래
바다가 되기 싫은
물이 있지
가던 발길 멈추고
고요히
생각에 잠기는
물이 있지
세상 물들이 모두
바다로 갈 때
나무 속으로 들어가
팔 벌리고 서 있는 물이 있지
잎으로 꽃으로 피는
물이 있지
2018.06.21 13:32
2018.06.21 13:49
감이 안 온다고 하시는 가끔영화 님을 위해 동시 한 편 더~ ^^
사슴 뿔
강소천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꽃이 피니?
2018.06.21 13:54
옵니다.
2018.06.21 14:28
왔군요!! 다행이에요. ^^
(감이 온다고 하실 때까지 시 한 편씩 더 올리려고 했죠. ^^)
요즘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 시 한 편~
바람
강소천
―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나? 길거리에서
바람개비 돌렸지.
―그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난 오늘 공중에서
연 올렸지.
―얘, 오늘 밤엔
너 뭐 할 테냐?
―난, 숲속에 들어가
소롯이 자야겠다.
―나두 일찍이
자야겠다.
―아아 고단하다.
―아아 다리 아프다.
2018.06.21 22:37
몸무게가 설탕 두 숟갈이라는 북방사막딱새에 관한 기사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시인께서 아마 이 기사를 보신 듯...
https://goo.gl/736kfc
북방사막딱새 (처음부터 나온 회색 새가 수컷이고 나중에 날아온 약간 갈색의 새가 암컷인 것 같아요.)
그냥 가기 섭섭하니 시 한 편~
코알라 시간표
박성우
1교시 : 잠자기
2교시 : 잠자기
3교시 : 잠자기
4교시 : 잠자기
급식 먹고
5교시 : 잠자기
아, 코알라는
잠자기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 자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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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좋은 동시는 이미 동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런데 동시는 애 어른 다 좋으라고 쓰는거겠죠.
이젠 어른을 초과했는지 사람이길 포기했는지 별로 감이 안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