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8 17:21
결정문 전문을 아직 보지 못해서 좀 성급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결정은 진정으로 획기적인 결정입니다.
이번에 합헌결정이 난 조문은,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근거조문이기도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를 직접적으로 처벌대상으로 삼는 조항이 아니라 병역기피를 처벌하는 일반조항의 성격을 갖습니다.
이점에서 동성애를 직접적인 처벌대상으로 하는 군형법조항과는 성격을 달리합니다.
군형법상 동성애처벌조항의 경우 그대로 위헌선언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다른 성범죄 처벌조항으로 일반적인 성범죄나 성폭력범죄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병역기피를 처벌하는 형벌조항은 충분히 필요하고도 타당한 조항이니까요.
이번 결정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개정시한을 못박았다는 점입니다.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조항을 도입하게 되면 처벌조항을 그대로 두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이게 올바른 방향이기도 하구요.
어떠한 대체복무의 형태를 설정할 것인가는 행정부와 국회가 조율해서 결정할 문제이고 이부분까지 구체적으로 헌재가 결정한다면 그건 월권이겠죠.
2019년 말까지 이 부분을 개정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병역의 종류"를 규정한 조문의 효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 대해서 어떠한 병역도 부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헌재에서 대체복무제가 없는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판시했기 때문에,
이러한 취지에 반해서 개정이 이루어지면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입법이 되므로 재차 위헌소송이 진행되면 거의 확실하게 위헌결정이 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즉, 헌재의 이번 결정은 국회로 하여금 반드시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지 않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강제하는 결정입니다.
2018.06.28 17:45
2018.06.28 18:37
사회가 시끄러워질만한 헌재 결정은 여럿 있었지만, 이번만큼 네이버 댓글이 대동단결되는 사건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ㅡ,.ㅡ
헌재로서는 던질 수 있는 가장 큰 폭탄을 던진 것 같습니다. 처벌조항 자체를 나가리시키자니 정말 국방체계를 다 무너뜨리게 생겼고, 그렇다고 "종교적 신념에 의한 입대 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포함시키지 않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정위헌 해봤자 대법원에서 씹어버리면 그만이고. 헌법불합치가 나온 후에 국회가 시한까지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그동안 많긴 했습니다만, 이번엔 그렇게 했다간 난리가 날겁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기도 하지만, 해당 조항이 군 복무 종류를 갈라치는 조항인데 그 조항이 나가리되면 본문에 언급하셨듯이 우리 나라에는 어떤 종류의 군인도 없는 거라 아무도 군대에 못보내는 대형사고가 나니까요.
근데 네이버 댓글 보니 심히 걱정되긴 하네요. 이 뜨거운 감자를 건드려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정말 헌재가 원망스러울듯요. ㅎㅎ
만약 국회가 헌재의 뜻보다는 다수 여론을 따른다면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소원 사건이 모양만 바꿔서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군사훈련만 안하면 된다 이거지?" 하면서 대체복무의 탈을 쓴, 사실상 처벌에 가까운 가혹한 대체복무체제를 만든다면 이제 그 특정 제도가 합헌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지루한 싸움을...
2018.06.28 19:05
2018.06.28 20:05
국방부는 벌써 3년 대체복무제를 마련한다는데... 군복무가 2년도 안되는데 3년은 가혹하네요. 거의 2배 수준... 한 2달 정도만 길어도 충분할거 같은데
2018.06.28 20:17
2018.06.28 20:08
일단 큰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2018.06.28 20:17
2018.06.28 22:50
2018.06.29 10:45
대한민국 군의 조직과 운영이, 사병들로 하여금 피해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측면이 아주 강하지요.
군생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이성을 떠나 감정적으로는 누구나 그렇게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근복적으로 완화되려면(없어질 수는 없을겁니다.) 군복무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만 할텐데
아직까지는 요원해 보입니다.
2018.06.29 11:24
남북화합무드인데 1년간 열심히 훈련받아 2년간 dmz지역 지뢰제거반 요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네요
총칼 안들고도 국방의 의무를 다할수 있으니 참 좋을듯
2018.06.29 12:31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에 투입하는건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2018.06.29 15:18
가능하다면 DMZ 인근의 지뢰 작업같은 전문적이고 위험한 일을 맡게 된다면 국민적인 거부감이 많이 사라질텐데요. 사실 그 일을 맡게 된다고 해서 거부할 사람들도 아니고요.
2018.06.29 16:13
어렵고 힘든일과 전문성이 필요한 일은 구별해야겠지요.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미숙련 인원을 투입하는건 불필요한 인명피해를 가중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업무효율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2018.06.29 22:01
이 이슈에 숨겨진 문제들 중 하나가 이런거죠.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곳에 가서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을 명령에 의해서 하는데 누군가는 선택할 수 있는 예외를 둔다는 것. 우병우 자식, 대령이상이나 장성급가족 혹은 고위공무원과 판검사, 정치인 자녀들 처럼 골라서 위험한 일은 피할 수 있듯이 복무를 하더라도 차별적으로 하는 걸 제도적으로 열어준다는 거요.
지뢰제거 작업도 현재 일반병들이 하고 있어요. 20대 초반 나이에 지뢰제거 전문가가 있지도 않고 사회에서 전문성 기르는 학원도 없어요. 전문성이야 군대에서 주특기 교육에 의해서 길러지는 거죠. 집총거부에 지뢰제거만큼 훌륭한 명분이 없어요. 그럼 따로 복무기한을 늘릴 필요도 없고요.
기본적으로 징병제를 선택하고 있는 이상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고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죽음이나 감옥에서 몇 년 실형을 살기를 원한다면 그에 비례한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예외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고 봅니다.
2018.06.30 06:55
이 해설본에 좋아요 누릅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 아쉬워 하는 분들이 헌재의 월권을 바라는 결과를 나은것은 법률 시스템에 문외한이어서 그렇긴 하지만
말씀하셨던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조항을 도입하게 되면 처벌조항을 그대로 두더라도 양심적 병역거부는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에서
대체복무조항을 도입하게 되면이라는 전제가 과연 현정권과 정치권에서 합의되고 시행될 수 있을것인가라는데에 대한 불신 혹은 회의가 깔려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아시다시피 현행선거구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고 선거구제도 개편을 주문했지만 결과는?
여하간 헌재는 최선을 다한것이지만 공을 넘겨 받은 권력기관과 정치권이 헛발질할게 뻔하다는 학습경험이 축적된 사람들에게는 기운 빠지는게 어쩔 수 없다고 봐요.
하지만 말씀하신바와 같이 분명 그 전에 비해 진일보한 판결이고 대중의 노력에 따라 정치권과 정권을 압박한다면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좋은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 부분에 판결 결과에 대해 정반대로 쓴 부분이 있어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