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9 11:40
1.
http://www.ziksir.com/ziksir/view/6601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내가 직접 그리고 싶었는데, 요새는 그 아이디어를 누군가 나보다 훨씬 잘 구현내는 걸 발견하는 일이 많아지네요. 이 만화도 그렇습니다.
훌륭한 만화입니다. 한국인이 난민이 되었을 때, 지금 일부 한국인이 예멘 난민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하여 빛나는 메타 통찰력을 보여 줍니다. (비록 씁쓸한 웃음이지만) 웃기기도 합니다.
댓글은 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제3자의 눈으로 보는 걸 힘들어하는구나 싶네요. 상당수의 사람들은 메타 인지가 아예 없어보이고요.
2.
벌써 1년 전이라 동기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붉은 수수밭'을 원서로 읽겠다는 각오였던 것 같습니다. 영어가 영 안 되니 미뤄놓고, 중국어는 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말 근거없는 기대감으로 시작했습니다.
근처에 대교 차이홍이 있더군요. 방문 선생님은 붉은 수수밭 첫 장을 보시더니 '여기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라고 당당히 말씀하시고는;;; 그냥 교재로 수업을 나갔습니다. ㅠ.ㅠ
대교의 교재는 무려!!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1995년 -.-;;;;;
중국어 교재의 텍스트는 정말.. '빻은' 내용이 많더군요.. 서너 개에 하나는 PC하지 않은 내용이 나옵니다.
여자아이들은 외모 꾸미는 데 관심이 많다.
결혼을 아직도 안 했어요.
(여자가 남자에게) '발렌타인 데이에 무슨 선물 줄 거야?'
누나가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 무슨 소리야! 남자가 여자에게 양보해야지!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듣기평가에는 또 충격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증자는 정직한 사람이었다. 증자의 부인이 시장 따라오겠다고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이따 시장 갔다와서 돼지 잡아서 먹게 해줄게.'라고 했다. 증자의 부인이 시장에 다녀와보니 증자가 돼지를 진짜 잡고 있었다. 증자의 부인이 놀라자 증자는 '아이에게 약속을 하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일화는 수천 년 내려온 중화민족의 정직과 성실에 대해 알려준다."
띠로리.... 손발이 오그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중국어 능력 시험을 보겠다는 '외국'의 (아마도) '성인'들에게 이런 문제를 내다니... 왜 부끄러움은 저의 몫인가요.
이 듣기평가에는 긴 지문당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떤 도리를 가르쳐주는가?'라는 문제가 꼭 하나씩 들어갑니다. =.=;;;;;
아놔.. 중국어 배우는 외국인에게 꼭 이렇게 도리를 가르쳐야만 하겠니?!! 응?!!
게다가 작문을 할 때 창의력을 발휘하면 안 되고 비판적인 내용을 쓰면 안 됩니다. 무조건 긍정적, 체제 옹호적인 내용을 써야 합니다. (채점 기준에는 없지만, 삐딱하게 작문을 하면 선생님이 계속 고치더군요. 긍정적으로 쓰라고.. -.-)
주어진 단어가 있으면 작문 내용이 거의 결정되어요. 가사, 여성, 현대 같은 단어들이 주어졌을 때의 모범 답안은 이런 식이에요. '요즘 여성들은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가사일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남편들이 도와주고 아내들은 고마워한다. 어떤 아내는 '남편이 가사일을 도와주니 고맙긴 한데 좀 어색하고 이상하기도 해요.'라고 말한다.'
교재가 재미없다는 핑계로 (으응?) 공부를 안 합니다. 선생님이 하루에 단어 3개, 아니 2개만이라도 외우라고 닥달을 합니다. 그래도 안 외웁니다. 흐흑...
그래서 결국 시험을 예약하기로 합니다. 시험을 걸어 놓으면 왠지 공부를 할 것 같잖아요. 호기롭게 처음부터 HSK 5급을 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 달 동안 벼락치기하면 실력이 오르겠지~!
는 개뿔. ㅠ.ㅠ
결국 불안한 상태로 시험을 보러 갑니다.
시험장 벽이 소리를 울리는 재질이라 듣기평가 소리가 웅웅거립니다. 그리고 스마트 강의실이라서(?) 수시로 불이 꺼집니다. 사람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불이 꺼지는 거예요. 다들 부동자세로 앉아서 시험보고, 시험관도 앉아 있으니, 10분마다 전등이 나갑니다. 시험관이 좀 움직여줘야 할 텐데, 불 꺼지면 그제서야 움직입니다. -.-;;;
게다가!
듣기평가 지문과 질문이 확 바뀌었습니다. -.- 젠장..
23년 전 교재에서 많이 바뀌었던 겁니다. 요새 나오는 인터넷 용어 같은 건 아예 배우지도 않았습니다. ㅠ.ㅠ
하여 듣기평가는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워낙에도 듣기는 제일 약했습니다. 완벽주의가 있어서 단어 하나 안 들리면 멘붕 와서 그 문제는 그냥 날림)
그래도 읽기평가는 얼추 다 맞는 편이라 읽기에서 만회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시간이가 부족합니다. 시간만 있으면 다 풀 텐데.. 결국 뒷부분은 다 찍었습니다. -.-
그렇다면 쓰기를 만점받자! 쓰기를... 만점!!!
그런데..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2B연필로 또박또박 써본 적이 없는 겁니다. 잘 굴러가는 볼펜으로 날려쓰기만 해봤지, 연필로 예쁘게 써 보는 건 시험장이 처음이었습니다.
손이.. 손이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오랫동안 앉아서 시험을 본 게 ?년 만이라서 소변이 마렵기 시작합니다.
3파트 모두 시원~하게 말아먹었습니다. -.-
시험의 압박감으로도 공부를 할 수 없으니. 뭔가 입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드라마나 중국 연예인? 으응?
3.
태국 동굴에서 구조된 소년들과 코치가 처음이자 마지막의 인터뷰를 했군요. 구조에 무관한 사람은 현장을 떠나라고 해서 언론은 동굴 멀리서 취재하게 하더니만.. 먼저 구조된 사람이 누군지 중간에 발표하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죠. 인터뷰는 앞으로 금지한다면서, 인터뷰하려고 몰래 접근하면 기소할 수 있다고 경고까지. 끝까지 감동적이네요. 한 사회의 품격이 뭔지 생각하게 해줍니다.
http://www.hankookilbo.com/v/b2ff24cf35a94584820e4945a43567d0
그동안 병원에서 심신을 치료해온 소년들은 곧바로 퇴원해 일상생활로 돌아가며, 이후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치앙라이 주 정부는 과도한 대중의 관심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향후 아이들은 물론 가족들도 일절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생환자와 가족의 생활을 방해하는 경우 아동보호법에 따라 기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18.07.19 12:04
2018.07.19 12:11
1. 누군가를 혐오하려고 작정하면 이유는 순식간에 수백개는 만들어낼 수 있겠죠. 무서워요.
2. (깊은 한숨)
3. 세월호가 계속 생각나요..
2018.07.19 13:11
2018.07.19 13:52
그럴리가요. 그것'만' 보면 그렇습니다. 국뽕도 문제지만 근거없는 자괴감도 좋지 않습니다. 태국도 아시아에서 한중일싱가폴대만말레이시아 다음이라고 국뽕이 심하고 주변국들 무시하죠.
2018.07.19 14:54
동남아의 근자감은 익히 알고있죠. 근데 여기서 국뽕 얘기는 상관없죠. (그렇다고 저의 우리 성정 의심이 넘 타당하다는 말은 아니고요 ㅎ)
2018.07.19 15:55
출가의 장점일까.. 생각만 해보았습니다.
2018.07.19 16:40
2018.07.20 14:59
저도 처음엔 안 보려 하다가 역시 호기심이 저를 이겼죠. -.-
2018.07.19 17:48
1. 깔깔대며 읽었어요. 공익? 만화치고는 잘 만든거 같아요.
2. 외국어 회화를 자격증이나 학점 취득 공부 하듯이 하면 고생만큼 소득이 별로 없는거 같아요
3. 국가 혹은 사회의 품격일지 기레기들의 차이일지 국가가 기레기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지 조금 헷갈립니다. 보도통제의 양면성일까 싶기도 하고
저 나라는 원래 보도통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나라자나요. 어쩌다가 그 통제가 적절한 대상을 만나 칭찬을 받는게 아닐까 싶어요.
2018.07.19 21:16
2018.07.20 15:01
보도통제가 어쩌다 얻어걸린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 해도 인권 보호를 위한 보도통제 부분에 대해서만은 벤치마킹했으면 좋겠군요.
2018.07.20 04:57
1. 선민의식과 오만은 오히려 님같은 사람들 얘기 들을 때 느껴지던데요. 테러나 범죄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한테 부르카도 문화니 인정해야 한다는 안일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이런 의견 지적하면 인종주의자로 매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 때문에 역겨움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도 해보시길 바랍니다.
2018.07.20 23:12
2018.07.21 22:53
부르카나 니캅은 이슬람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지, 이번 예멘 난민만 해당되는 이슈는 아닙니다. 무슬림들 중에 극단주의자들을 가려내는 일종의 바로미터 같은 것이니까요. (아시겠지만 무슬림들도 종파가 많아서 중앙아시아의 구소련 무슬림 국가들 중에는 아예 히잡도 안쓰는 나라들도 많습니다) 예멘이 한 때 분단 국가였고 남예멘이 사회주의 국가였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90년대 초에 통일했다가 결국 사회통합에 실패하여 오랜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구요. 그런데 그런 복잡한 중동 사정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관여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그런 전란을 피해 온 사람들과 우리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보자는 것이지요.
님들 같은 사람들이 간과하는게, 그런 상황에서 무슬림들 사이에 종교 파시즘이 창궐하고 있다는 것이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럽만이 아니라 여기 한국에서도 이미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이걸 인종주의니 혐오니 계속 생각없이 얘기하는지 모르겠군요. 유럽과 동남아에서 계속 터지는 테러들 보면서도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든다는 얘긴데, 정말 답이 없군요.
2018.07.20 15:05
1.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전쟁날까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대다수일 텐데 말이죠..
2. 이번 생에 외국어 하나를 편하게 하게 되는 날이 올지.
3. 13명 모두 구조되었지만 정말 고비가 많고 위험한 작업이더라고요..
1. 읽고 나니 정말 한국인은 난민이 되면 안 되겠네요. 어쩜 죄다 팩트만 모아놓았담.
2. 언어 공부는 참 힘들어요. 게다가 안 쓰다보면 실력은 점점 깎여서 이윽고 0으로 한없이 수렴하죠. (깊은 한숨)
3. 이거 정말 부럽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