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2022.11.20 18:24

ally 조회 수:683

처음에는 딸 역을 맡은 배우가 너무 동안이라 고등학생인 줄 알고 이건 아동 학대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 딸이 20대 후반 직장인이라고 하니까 좀 당황스럽더라고요.

저는 초반부에 딸 입장에 이입해서, 폭력적이고 예측불허한 엄마에게 육체적, 감정적으로 학대받는 여자애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가면 갈수록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에게 구박받는 딸 이야기라기에는 딸 쪽도 아주 특이한 사람인거에요

학대에 지쳐서 부모에게 벗어나고 싶다면 집에서 나갈 궁리를 해야할텐데, 아직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애처럼 행동하거든요.


게다가 전반적으로 엄마 쪽이 훨씬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였다면 이상할까요? 산전수전을 함께 겪은 게 분명한 동업자와의 관계나, 남자친구 및 그 집 딸과의 관계도 그렇고, 맘여린 딸을 학대하는 엄마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입체적인 모습이에요. 어른이자 보호자인 엄마가 피보호자인 딸에게 권력과 폭력을 휘두른다기보다, 성격 더러운 여자애가 늘 붙어 있는 심약한 단짝 여자애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딸은 엄마 외에는 정말 아무도 관계맺는 사람이 없어서 더 그런 인상이 강하고요. 나중에 그나마 친해진 직장 동료에게 매달리는데, 뭘 모르는 여자애가 처음으로 만난 주체성 있는 또래를 스토킹하는 모습이라서 영 거북하더라고요.


도대체 이 난장판을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싶었는데, 어둠 속에서 나눈 대화를 절정으로 그럭저럭 정리되네요. 엄마가 성격을 다스려 변화하거나, 딸이 독립해서 나가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결말이었다고 봐요.

감독은 속옷을 같이 입을 정도로 끈끈하면서 복잡한 모녀관계를 이야기하던데, 저는 어머니와 (속옷을 따로 입는 건 물론이고)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성인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7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412
121825 [넷플릭스] 정직, 우직한 대괴수물, '트롤의 습격'을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2.12.14 413
121824 프레임드 #278 [4] Lunagazer 2022.12.14 110
121823 아르헨티나 결승 진출/축구 소식 몇 가지 [1] daviddain 2022.12.14 446
121822 [일상&영화바낭] 애들한테 '피노키오'를 보여줬어요 & '총알 탄 사나이'를 봤구요 [15] 로이배티 2022.12.13 718
121821 2022년 동안 제가 본 좋은 영화들.... [2] 조성용 2022.12.13 770
12182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22.12.13 759
121819 컴퓨터 부팅 걸리는 시간 [2] catgotmy 2022.12.13 318
121818 ‘깨시민’ 탓 하는 얼론 머스크 [2] soboo 2022.12.13 654
121817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아마도 마지막이 될 장편)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5] 예상수 2022.12.13 782
121816 크세니아 [1] Sonny 2022.12.13 281
121815 The Smashing Pumpkins - 1979 catgotmy 2022.12.13 153
121814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멘티 사망 [4] LadyBird 2022.12.13 376
121813 호나우두,"무리뉴,펩,안첼로티 중에 다음 브라질 감독 했으면"/시어러,"케인의 pk 실축은 그를 평생 사로잡을 것 " daviddain 2022.12.13 239
121812 혹시 라인하르트012 2022.12.13 166
121811 2022 Washington DC Film Critics Award Winners [2] 조성용 2022.12.13 212
121810 프레임드 #277 [4] Lunagazer 2022.12.13 100
121809 [ebs] 위대한 수업 제임스 카메론 편 [4] 쏘맥 2022.12.12 448
121808 [넷플릭스바낭] 자꾸만 작품에 본인 이름을 넣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를 봤어요 [8] 로이배티 2022.12.12 759
121807 최양일 감독이 별세했네요 [2] 예상수 2022.12.12 435
121806 "황금의 제국" 기득권에 저항한 자에 대한 징벌 산호초2010 2022.12.12 33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