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올해 나온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1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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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런 장면 안 나옵니다! 언제 나오나 기다리지 마세요!!!)



 - 다정해 보이는 부녀가 산을 타요. 좀 하드코어하게 잘 타네요. 정상에 올라서 아빠가 '봐야 믿는 게 아니라 믿어야 보이는 거란다'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주고... 암튼 이거슨 플래시백. 시점은 현재로 점프해서 그 딸래미는 잘 자라 고생물 전문가 같은 게 되어 발굴 작업을 하구요. 남들은 다 포기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피릿 같은 걸 아주 전형적으로 보여주며 캐릭터 소개를 마치면... 멀쩡한 산을 뚫어 고속도로를 만드는 현장입니다. 공사에 반대하는 환경 단체들에게 훡유를 날리며 기술자들이 빵! 하고 폭탄을 터뜨리면 갑자기 구과과과과과 하면서 거대한 무언가가 출동을 하고...

 결국 그래서 우리 주인공 딸래미가 이 괴상한 사태 원인 규명을 위해 끌려가서 개고생하며 거대 트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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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트롤찡 귀여운 거 보세요...)



 - 일단 그 무엇 하나도 참신한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저엉말 진부한, 클리셰에서 0.1도 벗어날 생각이 없는 이야기인데요. 이렇게 뻔한 영화들은 대략 두 갈래로 나뉘잖아요. 뻔하고 식상한데 자기는 막 신선한 줄 아는 영화와 자기가 진부한 줄 아는 영화. 이 영화는 후자구요. 또 그렇게 자기가 진부하다는 영화들도 종류가 있죠. 자기가 진부하다는 걸 의식하며 안 그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중간에 자꾸 자학 드립을 넣는다거나) 영화와 "아 원래 익숙한 맛이 제일 무서운 거라고!!" 라는 식으로 그 진부함에 진지한 영화들이요. 그래서 이 영화는 또 후자입니다. 그래! 이거 식상하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이게 제맛이다!!!! 라는 식으로 달리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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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괴수물의 필수 요소 장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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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괴수물의 필수 요소 장면 아니겠... 2.)



 - 그리고 그런 정직, 우직한 영화로서의 완성도가 상당히 좋습니다. 

 캐릭터들 드라마는 무엇 하나 클리셰가 아닌 게 없지만 동원되는 클리셰들의 포인트들을 딱 딱 잘 짚으면서 전개 되는 가운데 배우들도 적절하게 연기를 잘 해줘서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기분으로 충분히 즐길만 하구요.

 액션들도 뭐 그렇습니다. 거대 괴수물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들을 걍 컴필레이션처럼 줄줄이 보여주는데 그게 다 잘 연출되어 있어요. 군부대의 집중 포화 속에 고통스러워하는... 척 하다가 짙은 연기를 뚫고 걸어 나와 퍽퍽 날려 버리는 괴수의 모습이라든가. 자동차로 도망가는 주인공을 따라가며 시내를 쑥대밭 만드는 장면들이라든가... 다 뻔하죠. 근데 연출 기본이 잘 돼 있고 '트롤'이라는 캐릭터의 나름 유니크함 덕에 대체로 보기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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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 박사, 그냥 먹물 조합의 주인공 팀. 얄팍하지만 각자 자기 역할들 잘 해주고 귀여워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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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롤의 존재를 확신하는 살짝 정신 나간 과학자 캐릭터도 없으면 섭섭하겠죠.)



 - 마지막 장점이라면 영화의 톤입니다.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뭐 암튼. 비 헐리웃 영화라면 헐리웃 영화들이랑 뭐라도 좀 달랐으면 좋겠다! 라는 소망을 평소에 갖고 있는 저한텐 상당히 맘에 드는 부분이었어요. 

 트롤 전설(민담?)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도 좋았고. 또 영화의 색감이 대체로 그 유명한 '노르딕' 스러워요. 한때 제가 꽂혀서 즐겨 봤던 '노르딕 느와르' 작품들에서 느껴지던 그 분위기가 낭낭하더라구요. 비 내린 산의 그 축축하고 차가운 질감이라든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나 대화에서 느껴지는 좀 거칠고 건조한 느낌 같은 것들. 뭐 정작 내용에는 의외로 유머가 많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분위기 덕에 훨씬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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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바로 노르딕 대괴수물이다!!!!!)



 - 그래서 결론적으로 재밌습니다. 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기가 만드는 작품에 대해 확신 같은 걸 갖고 성의껏, 자신감 있게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감독이 '툼레이더' 리부트를 만든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능력은 충분한데 헐리웃과 잘 안 맞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걍 자기 나라에서 자기 하려는 걸 하니 이런 걸 내놓는 걸 보면요.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은데, 사실 기대치는 걍 적당히 두시는 게 좋습니다. 괴수물의 전통에 뭔가 확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낸 작품도 아니고 괴수물 중 탑클래스에 넣어줄 정도로 뛰어난 작품도 아니에요. 영화의 대부분이 익숙하고 흔한 느낌이구요. 

 하지만 적당히 가볍게 즐기기 좋은 웰메이드 괴수물을 원하신다면 뭐, 분명히 양호한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잘 봤어요.




 + 극중에서 '릴레함메르'가 중요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아아 이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 보는 정겨운 지명이란 말인가!!



 ++ 그러고 보니 제가 아직도 '트롤 헌터'를 안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침 김에 이것도 올해 안에는 꼭 해치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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