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첫번째 옥보단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본 기억이 나는데 친구들과 정말 깔깔거리며 본 기억이 납니다. 정말 대담했던 섹스코미디였는데 한국의 에로영화보다 야했고 일본의 AV보다 유머스러웠죠. 청소년이 딱 좋아할 만한 상상력이잖아요. 허울만 멀쩡한 색정광인 주인공이 알고보면 왜소성기에 조루증의 컴플렉스를 갖고 있어서 동물의 성기로 자신의 성기를  대체한 다음에 죽지육림을 즐기다 종국에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라는게. 그러나 이런 이야기라는 것은 한 번 이면 충분하지 반복해서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것은 아니죠.

 

1. 옥보단 3D의 전체적인 이야기 얼개는 1편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카리큘라와 올드보이를 조금 더 뒤섞고 레지던트 이블스러운 내용도 나옵니다. 3D 영상의 효과는 어떤 미학적 효과도 배제한 채 얼마나 3D 효과를 충실히 나타낼 수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언제가 듀나님이 3D영상의 쾌감을 포르노에 비견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그런 관점이라면 이 영화는 아주 충실합니다. 실리콘 덩어리라는 것만 신경쓰이지 않는다면 상상한 것 만큼의 입체감을 표현해내고 있으니까요.

 

2. 그렇다고 이 작품이 야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습니다. 아 물론 화면 가득히 여자의 나신들이 넘실거리고 대사보다 신음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영화이기는 해요. 그렇다고 성적인 대리만족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위배합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 올린 이미지는 안티크리스트나 퍼니게임, 돌이킬 수 없는 같은 작품들이 보여지는 불쾌감입니다.

 

3. 옥보단이 전통적으로 섹스코미디라고 한다면 이 작품은 고어포르노에 가깝습니다. 사실 고어 장면만큼 3D 효과를 여실히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없잖아요. 하지만 이 작품은 넘실대는 여성의 나신만큼이나 신체훼손의 강도가 매우 심합니다. 희롱하고 강간하고 희롱하고 강간하는 장면들만으로도 불편한데 마지막에 가면 지독한 성기훼손 장면들도 나옵니다. 안티크리스트와 비교해서 어느 작품이 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방가르도적으로 느끼기도 하는데 그림속 여인이 실물의 여인이 되고 그 여인의 몸에 하나가득 문신을 그려넣고 그 문신이 고통이 되고 고통이 다시 쾌감이 되고... 하여튼 정신을 아스트랄하게 보내기에도 좋은 장면들도 있습니다.

 

4. 때문에 코미디로서의 재미는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코미디라고 할 만한 설정의 재미는 전작에서 반복된 내용이므로 특별히 재미있지 않고 남은 것은 남성 성기를 희화화하는 장면들인데 이런 것이 남성들에게 얼마나 먹힐 줄은 모르겠어요. 남근중심주의와 거세컴플렉스를 대놓고 조롱하는 장면들이니까요.

 

5. 이 작품은 금기를 말하는 끔찍한 교훈극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뒷다마를 함부러 까지 말자. 남의 애인을 탐하지 말자.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연민을 가지다가는 자신도 쓰레기 취급받는다. 등등 굉장히 간명하게 도덕적 교훈들을 확실히 각인시켜 줍니다. 이 영화는 성폭력 예방 비디오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니면 모텔에 가자고 보채는 남자친구에게 보여주면 좋은 영화일 거예요. 투팍의 명언조차도 이 작품에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흥분되기는 커녕 오그라들기만 하는 이상하게 야한 영화이니까요. 

 

6. 가끔 부모님께 성인 영화를 예매해드리는 분들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럴 경우라고 생각하고 예매해주신 분 있으면 당장 취소하세요. 부모님 쓰러지십니다.

헤어지고 싶은 연인이 있다면 이 영화 추천합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 정나미 떨어지기 좋은 영화이니까요.

호기심 가득한 사람이라면 호기심은 호기심으로 남겨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야하다고 느껴지는 몇 장면을 보기 위해서 나머지 장면을 참을 만큼 이 영화가 짧은 것도 아니니까요.

당신의 상상력은 영화보다 야합니다. 굳이 거추장스러운 3D 안경이 필요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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