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9 08:14
1. 영화 안소니 홉킨스와 안젤리나 졸리가 성우을 맡았던 '베오울프'를 다시 보았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몰랐는데, 여왕 역할이 로빈 롸이트였더군요. 언퍼스 (조언자) 역이 존 말코비치인 건 알고 있었지만요. 어쩐지 여왕 얼굴이 낯이 익더라니. 영화에 매혹되어 원작 책을 읽어보려고 시도했었는데, 워낙 길기도 길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영화를 다시 보니까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어요. 베오울프의 아들인 황금용이, 마을을 습격하면서 언퍼스에게 이렇게 전언을 남깁니다. "아버지의 죄가 찾아왔다고 전해라"
아니 그런데 베오울프가 용과 잔 게 뭐가 잘못이예요? 뭐가 문제라서 잘 살다가 아버지 나라를 찾아와서 사람들을 불태우고 그러죠? 자기가 크는 동안에 아버지가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는 잘못이라면 납득이 가요. 그럼 뭐 황금을 바치라고 하든지. 왜 사람들을 죽이고 그러냔 말이예요. 첨부터 그렌델/황금용의 어머니는 '아이를 만들어달라'고 했을 뿐이잖아요. 혹시 이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중간에 악과 타협한 영웅들에 대한 메타포인가요? 어느 누구나 좀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해서는 악마와 타협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 결과는 죽기 직전에 찾아오더라, 라는.
2. 모리 카오루의 '신부 이야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죠? 10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간에 보면 영국인 헨리 스밋스의 안내인 알리가 자기 사연을 설명합니다. 자신을 차남이라서 결혼할 돈이 없다. 자기네 집안에서는 장남 하나 결혼시키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대상 호위일도 하고 돈 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작년에 한국에서 들은 일이 있어요. 어머니는 70이 되기 전까지 식당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신 집안이예요. 자식은 딸 둘에 큰 아들 하나. 아들은 꾸준히 돈이 나오는 직장이 있지만 고소득 직종은 아니고, 서울에서 집을 사는 건 어려운 상황이죠. 딸 둘도 돈을 벌고 있지만 큰 돈을 버는 직장은 아니예요.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면서 차곡차곡 번 돈이 있었는데, 아들은 이걸 갖고 주식으로 크게 불려서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꿈을 꾸었던 거죠. 그렇게 큰 돈을 날렸고, 결국 딸 둘이 모아둔 돈과, 어머니가 밝히지 않고 숨겨놨던 오천만원, 그리고 아들이 모아둔 돈을 합해서 일산에 집을 얻습니다. 자식 셋 다 결혼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우리 넷이서 늙도록 살자고 합의한 거죠. 그리고 일산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이 어려우니 차가 필요하다고 해서 차도 한 대 뽑아요.
그런데 큰아들 입장에서는, 경기도지만 자기 명의의 집도 생기고, 차도 생기고 하니,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 거죠. 사귀는 여자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여동생 둘과 어머니에게 나가 살라고 요구한다고 해요. "결혼할만한 남성 (marriageable men)"이 된 거죠. 지금 그 어머니는 고민중입니다. 귀한 손주를 보는 대신 자기와 딸들은 길거리로 나가야하나, 아니면 지금같이 넷이서 살면서 큰아들을 늙혀야하나 하구요. 물론 딸 둘은 지금 펄펄 뛰고 있지요. 오빠는 차만 사면 서울-일산 출퇴근 늘 시켜준다고 하더니 결국 지하철 타고 다니게 되더라. 처음부터 이렇게 하려고 일산에 집을 구하자고 한 거 아니냐 하고요.
평균적으로 남자가 결혼자금을 많이 부담한다는 사실이, 남자가 차별당하는 사회라는 증거일까요?
3. 하하하님이 올린 '결혼시즌이 돌아왔네요'란 글을 읽고, 캔자스 대학 김창환 교수의 옛날 포스팅이 문득 기억나서 뒤져보았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강혼 (hypogamy)'이란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글이 두 개 나와요. 첫번째에는 '여성의 교육과 소득 향상에 따라 강혼 (하향결혼)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첫번째 포스팅의 결론은 간단해요.
강혼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질려면 학력이 낮은 남성이 학력이 높은 여성을 서포트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함. 현모양처, 엄부자모 모델에서 탈피해 소울메이트로써의 배우자 상이 확립되어야 여성의 교육 강혼이 보편화될 수 있을 것.
두번째 포스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경제적 이득을 더 본다고 주장하고 있죠.
여성의 교육이 증가하고, 여성의 개인 소득이 증가한 결과, 생활수준의 향상 면에서 가장 크게 혜택을 받은 사람은 여성 자신이 아닌 그 여성과 결혼한 남성임...중략... 남성 입장에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사회현상에 대한 태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특히 고학력 남성은 그 경제적 이득이 큼.
이 이야기가 우엉차 님의 "남자가 괜찮으면 여자가 본인 명의 아파트만 해가는 게 아니라 남자 명의로도 집 해갑니다"는 말이나 soboo님의 "결혼을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수평적인 동지적 관계로 생각하는 ‘페미니스트’를 만났어야죠~"라는 말과 많이 다를까요?
신부쪽에 결혼비용 더 내놓으란 이야기는, 남자쪽에서 강혼(하향결혼)이 아니라 승혼(상향결혼)을 하겠다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남자가 승혼 (여자쪽에서는 강혼)을 원한다면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좋습니다.
2018.10.29 09:51
2018.10.29 10:01
어제 로앤오더 SVU 최신 에피소드를 보는데 incel이라는 단어가 나오더군요. 무슨 뜻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여성과 성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였습니다.
캐나다에서 얼마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에피소드였더군요.
캐나다 차량 돌진 사건 기사: https://news.v.daum.net/v/20180426215837974
인셀에 대한 허핑턴 포스트 기사: https://www.huffingtonpost.kr/entry/story_kr_5b6146f1e4b0de86f49c00b3?utm_id=naver
그러고 보니 노르웨이 대량 살상 테러의 주인공 브레이빅도 인셀이었죠. 일부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인가 봅니다.
2018.10.29 12:22
2018.10.29 17:24
2018.10.29 18:23
2018.10.29 21:18
2018.10.29 22:02
2018.10.29 22:03
나이는 그냥 핑계죠. 주관적으로 자신한테 매력없어 보였기 때문인데 또 직설적으로 말하면 더 상처받을까봐 일반적인 나이를 걸고 넘어간건데... 그냥 그 교수님이 싫으니까 말씀해준 교수님이 저 인간은 나이만 본다고 퉁쳐서 생각했겠죠. 듣는 입장에선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해야죠. 4살 많은 연상이라도 매력적이라면 그냥 좋을 뿐이죠. 나이가 어리지만 매력 없는 사람이 나오면 또 나이어려서 싫다고 했을겁니다.
2018.10.29 22:24
2018.10.30 00:26
그 소리가 그 소리인데요. 어리고 예쁘지 않아서 매력없어 싫다는 얘긴데;; 그런 주제니까 여자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난다는 얘깁니다.
2018.10.30 00:29
제가 예전에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대해서 쓴 글은 여기 있습니다.
저는 "한동안의 불장난일 수는 있어도 결혼까지 가능할까요?" 라고 질문한 적 없습니다. 전 "굳이 저런 남자랑 안살아도 될 것 같은데..."라고 썼습니다.
2018.10.29 10:22
2018.10.29 10:29
2018.10.29 10:45
2018.10.29 12:19
2018.10.29 12:36
하지만 위에 언급한 남성의 상혼은 드물죠. 경제력이 충분한 입장에선 여성이 나이가 많다든지, 가정을 소홀히 한다든지 하는 가부장적 관점에서의 demerit가 더 고려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2018.10.30 05:18
2018.10.30 07:37
2018.10.30 08:10
링크한 글의 함의는, 경제력 있고 교육수준이 높은 남자라면 아예 교육수준이 낮은 여자와 결혼해서 전업주부를 하게 하고 가부장제를 즐길 수도 있는데, 미국에서 교육수준이 높은 남자들은 역시 라이프 타임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소득수준, 교육수준이 높은 팀원을 바라더라 그런 이야기지 싶네요. 미국 한정.
2018.10.30 14:42
2018.10.30 15:51
skelington님이 간주하기에 무엇이 베네핏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죠. 적어도 미국에서는 경제력, 학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경제력, 학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베네핏'이 된다)는 이야기죠. 결혼시장에서 그런 여자들이 선택받으니까요 (두드러진 끼리끼리결혼). 현상이 그렇게 이미 드러나고 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제력있고 학력 높은 여자도 출산과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기 때문에, 아버지가 부유한 편이 더 결혼시장에서 유리하죠.
2018.10.29 11:01
2. 다른 글의 댓글에 썼지만, 남자의 결혼자금 부담이 남자가 차별당한다고 볼수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남자들이 생각하는 "나는 돈한푼 안아끼고 월급을 모았는데 쉬익쉬익...여자들은 맨날 해외여행가고 스벅가서 빈손으로 시집가려해?"는 본인 머릿속에 존재하는 판타지 소설이에요. 가정내 성차별을 얘기하지 않고 결혼자금 얘기를 한다고요?
저는 소위말하는 "반반결혼"을 의식적으로 했는데, 이건 부부 당사자들뿐 아니라 양가집안에 하는 일종의 상징적인 선언이었어요. 앞으로의 생활에 있어 어느 한쪽에 부담을 지우거나 종속되거나 의무를 강요하지 않겠다는...뭐 이건 제 머릿속이 꽃밭이라 하는 소리고 실제로는 반반 하고서도 막장으로 갈 확률이 더 높습니다. 암튼 제가 저 선택을 했고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반반결혼을 해야한다는 주장까지는 너무 멀어요. 결혼비용은 집안내 성차별, 고용차별, 임금차별, 결혼후 가사부담 및 육아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걸요. 그렇게 멀리까지 안가더라도 생각해보세요. 아들딸을 둔 부모가 아들은 장가갈때 집해줬는데, 딸은 반반 결혼해야한다고 하면 기분을 떠나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저희 세대에서도 "남자가 집해와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아내상, 며느리상에 충실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아직 세대내에서도 여러 합의점이 존재한다는거죠. 즉 남자분들은 아직 선택지가 있습니다. 집을 해오고 현모양처 아내를 얻으시거나 반반결혼을 주장하는 저같은 꼴페미와 결혼하시거나..
3. 이젠 사실기정화된 "개천용"기피 경향도, 전문직의 몰락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부를 담당한 여성쪽이 "실제 데리고 살아보니 별로더라"라는 경험담도 한몫 했겠죠. "개천용"의 경우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그 집안의 모든 투자를 흡수하며 큰 장남일 경우가 많으니까요.
2018.10.29 13:39
30대 후반 남자입니다. 반반결혼을 주장하는 페미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너가 다 해와야되는 페미'만 있더라구요.
사실 저한테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운이 좋았기에 제가 다 해갈 수 있는 여건이거든요.
하지만 제 또래 남성들과 대화를 해보면, 집값 때문에 결혼을 할 수 없는 남성들이 많아요. 아직 많은 여성들이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집을 요구하고 있다는 거죠.
이것은 부모 세대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들딸을 둔 부모가 아들은 장가갈때 집해줬는데, 딸은 반반 결혼해야한다고 하면 기분을 떠나 현실적으로 어렵겠죠."
결혼의 양상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한 10년은 흘러야 변화가 올 거 같고... 저희는 낀 세대로 남겠죠.
2018.10.29 14:54
2018.10.29 15:21
페미니스트 정의는 누가 하나요. 100명의 페미니스트가 있으면 100개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하는데 말이죠. 제 전 여친은 여성 집회도 가는 자칭 강성 페미니스트였지만 결혼 자금 문제에서는 설득할 여지도 없었어요. 왜? 돈을 안 모으니까. 이런 건 제대로 된 페미니즘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것은 또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라고 공격하거든요.
2018.10.29 16:49
그 여친 분 페미 아닙니다. 언제부터 남자한테 집 해와야 한다고 요구하는게 무려 '오빠가 허락한…'운운이랍니까? 또 남자들이 그걸 허락이나 한답니까?
2018.10.29 23:43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 무슨말인지 몰라서 찾아봤어요ㅋㅋㅋ
2018.10.29 18:43
2018.10.29 22:35
2018.10.29 23:36
학력/소득에 대한 기울기랑 재력에 대한 기울기랑 구분 없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네요..
제 주위에서는 결혼 커플 중 학력 및 소득에 있어 여성이 더 우월하다 --> 별로 못 본 것 같고
재력에 있어 여자가 더 우월하다 --> 이건 대개가 "능력있으나 재력은 아직 없는 남자(우엉차님이 언급하신 개룡남...)"가 "재력있는 집안의 자제이지만 막상 본인의 소득은 안정적이지 않거나 직업(의 필요성)이 없는 여성" 사이의 결혼이면서 결혼 이후 남자의 소득이 어느정도 보장되어서, 남자에게는 한순간에 재력을 높이면서 여자에게는 "넉넉한 집안에서 누렸던 풍요로운 소비"성향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상부상조(?)의 경우였네요..
겨자님이 인용하신 승혼/강혼 내용은 학력/소득 면에서 여자분이 더 높은 경우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 높은 학력과 소득의 여자분들은 굳이 눈높이를 낮추어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시지는 않는 것 같아서.. 결혼한 여자분의 사회활동을 충분히 보장해주면서 양육 같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가 주로 맡아 하고.. 아직 그런 사회는 아니잖아요 한국은ㅎㅎ 그러니 능력있는 여자분에게 그런 결혼은 손해보는 장사일 수밖에 없는 것 같네요..
캔사스 대학 교수분이 하신 말씀이라니 미국상황을 말씀하신 걸까요ㅎ
2018.10.30 00:17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학력/소득과 재력은 다르죠. KWDI의 김영란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남자들은 많이 배우고 성공한 여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부자인 여자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집값 절반 해오란 이야기는 돈 잘버는 여자를 원한다는 뜻이 아닌 겁니다. 부잣집에 장가들고 싶다는 이야기죠.
“If we lived in a society where women can take care of their own housing, we would not see this happening,” she said. “And when you think about it, the kind of young women who are most popular in the Korean marriage market are not those who are most educated, or most successful. The ones that are most wanted are women with wealthy parents -- most likely wealthy fathers -- who can provide their future sons-in-law with opportunities and other material goods.”
2016년 논문인데 이제 여성상혼은 세계적으로 끝나간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출간된 논문은 아니고 학회 발표 논문 (European Population Conference)인데 여기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첫째, 2003-2006년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이 강혼할 확률이 상혼할 확률보다 조금 높습니다 (7쪽). 둘째, 1997년 경제위기가 여성들에게 결혼을 저버리게 하는 사건이 되었습니다 (5쪽). 이 경제 위기 이후 여성들이 일자리를 더 놓지 않으려는 추세가 있습니다. (1쪽) 셋째, 아버지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딸이 결혼할 확률이 적어집니다(5쪽). 넷째, 여자가 임신한 경우는 여성강혼 (자신보다 교육수준이 떨어지는 남자와 결혼할 확률)이 높아집니다(7쪽). 다섯째, 동거가 흔해졌습니다(1쪽).
2018.10.30 14:06
내용이 웃기네요 뭔가 애처롭기도 하고.. ㅎㅎ
2018.10.30 15:54
어느 부분이 웃긴지, 애처로운지 저로선 모르겠네요.
2018.10.31 11:09
2018.10.30 15:36
1. 여기서 말하는 아버지의 죄라는 건 베오울프가 아비로서 자식놈에게 뭘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마녀를 처단하러 갔던 인간이 오히려 꼬임에 넘어가 짝짜꿍하고는 돌아와 영웅행세 하며 왕까지 오른 원죄를 말하는 거 아닌가요? 자기가 죽였던 거인 그렌델 역시 선왕과 마녀 사이에서 태어난 잘못된 결과임이 강하게 암시되는 상황에서(이를 확실히 알게 된 건 마녀를 물리치고 돌아온 축하연 때긴 하지만) 베오울프의 선택은 후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돌아올 것임을 알면서도 당장의 영광을 위해 타협한 비겁한 선택이었죠.
2018.10.30 15:53
으음 거짓말, 꼬임에 넘어갔다, 영웅행세를 했다, 이런 부분이 죄라는 이야기로군요. 그래도 그렇지 그러면 베오울프나 죽일 것이지 왜 백성들을...
2018.10.30 19:38
진짜 고통스러운 형벌은 일단 그 사람이 가진 것, 아끼는 것을 먼저 파괴하고 마지막으로 숨통을 끊는 거니까요 ~_~
2018.10.30 17:21
제 닉이 언급된 부분이 있어서; re. 같은 뜻입니다. 교수님 처럼 멋지게 논리를 펴지 못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듀게에서 했었죠.
30대 중반에 자기 명의의 집과 차가 있고 심지어 매력적인데다 이른바 sky학벌에 안정적이면서도 폼도 나는 직장을 갖게되었던 베프가 생각나네요.
자신의 조건이 결혼에 너무 부적합해서 힘들다고 늘 푸념하더군요. 남자는 데리고 다니기 챙피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에 사상만 건전하다면 그냥 몸만 오면 되는데 아무도 몸만 오려하지 않고 다들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바쁘고 하는 말들은 다 쓰레기 수준이고... 그나마 인간의 언어를 한다 싶으면 이미 여우 같은 여자들이 잽싸게 다 채갔더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