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타래에서  http://www.djuna.kr/xe/board/13503291  

 파생된 글입니다. 


 머핀탑님의 댓글을 뒤늦게 보고 생각할 거리가 있어서 이어가는 글입니다. 

 이런 문제를 꼭 남녀대결로 몰아가고 싶어 안달난 한남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전혀 그런 이야기 아니니까 꺼지시구요.

 궁서체로 쓴 진심 어린 걱정과 바램 


1.

 전 또래들 중 일찍 결혼한 편이었고 요즘은 흔한 선택인 무자녀를 결혼 이전부터 결심하고 합의를 했어요.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을 주어진 삶의 어떤 형태? 세트메뉴가 아니라 제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에 부합하도록 재구축 하려했고 

 당연히 측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결혼 결심후 한달 반만에 양가 부모님 설득을 포함 모든 절차와 준비를 끝내버렸어요.

 쉬웠냐구요? 세상에 쉬운일, 거저 되는 일은 없어요. 쉬운건 그냥 하나 마나한 일이거나 남이 혹은 돈이 대신 해주는 거 외에는 없습니다.


 전 결혼은 두 사람의 결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합의될 수 있을정도로 비슷한 방향이라면 어려움이 좀 있어도 해볼만한 선택이라 생각이에요.

 개인적 사설을 앞에 꺼낸 이유도 바로 이런 전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2.

 그런데 결혼할 상대가 없는 어떤 사람이 ‘결혼하기 힘들다’는 푸념은 ‘결혼에 이르는 여러 문화적 물리적 장애’들에서 초래되는 어려움과는

 결이 많이 다른거 같습니다.   


 일단 결혼할 상대(이상이던 동성이던)를 만나고 결혼에 이를만한 어떤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운’ 것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경우 ‘결혼하기 힘들다’는 말은 ‘결혼할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 힘들다’는 말로 바꾸면 좀 그럴듯해지죠.


 그리고 무엇인가 하기 어렵다는 말은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의 강함과 그 무엇인가를 가능하게 하는 본인의 능력과 조건의 갭에 정비례합니다.

 결혼에 대한 의지를 줄이거나 결혼에 필요한? 능력이나 조건을 개선하는 만큼 ‘어려움’은 감소합니다.



3. 

그런데 능력과 조건 중 물질적인 것은 성장이 정체된 후기 자본주의체제에선 아무리 노력을 해도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흙수저가 부모를 금수저로 바꾸기 어려울 것이고 갑자기 노량진으로 신림동으로 달려간다한들 신분상승?의 사다리는 수천명 중 한명만 올라갈수 있고

그마저도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는 가족들의 희생을 밟아야만 시도라도 해볼 수 있어 보편적인 선택지가 될 수 없습니다. 


4. 

하지만 기존의 정형화된 결혼관습이나 결혼기준,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설계와 가치관을 기준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삶의 동반자, 동지를 구하는 

방식이라면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보통은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그런 사람 없다고 하소연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남들은 여자들이 죄다 된장녀고 남자들 경제능력만 보기 때문에 흙수저인 자신은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하고 

메갈들은 한국에는 뇌에 우동사리 만 가득찬 남자들만 발에 치인다고 투덜댑니다.  그런데 메갈의 경우는 결혼 의지가 별로 높지 않아서 결혼하기 어렵다는

투덜거림도 별로 없으니 논외로 하죠.

그래서  결혼하기 힘들다는  푸념의 문제는 한남들입니다.  (한남을 멸시어로 받아 들이지 말고 한국남자, 혹은 흔한남자라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저도 그런 의미로 한남이란 용어를 쓰는다니까)


 

5.

일전에 그러니 가치관 중심으로 배우자를 고르는 페미니스트 여성을 찾으라고 한남들에게 조언을 했었죠.

그러자 한남n씨는 자기 주변에 그런 페미는 없고 돈만 밝히며 남자 등처 먹을 생각만 하는 여자들 뿐이라 투덜대더군요.

아마 거짓말이 아닐겁니다. 멀쩡한 페미니스트 여성이 한남과 말 섞을 확률은 극히 적거든요.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끼리 끼리 노는거죠.  그렇게 투덜대는 한남 주변에는 그런 한남들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리 불편해 하지 않는 여성들만 있거나

아니면 혹시라도 있을 불이익을 꺼려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고 가까이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하는거죠.


가치관 기준으로 공동의 인생을 재설계하는 결혼을 고민하는 페미니스트 여성을 만나고 싶다면 그런 여성들이 수용할만한 가치관을 갖어야 하는게 당연합니다.

허구헌날 여성 혐오 발언이나 하거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한남이어서는  “에라 돈이라도 있는 놈이나 골라 결혼하자”는 여성을 만날 수 밖에요.



6.

제가 오래전에  프롤레타리아 남성들이 살길은 이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라는 말도 했었죠.

제 친구중에 금수저+자기 능력으로 40대 초반에 교수가 되고 남편도 유학길에 데리고 가서 교수까지 만들어준 페미니스트가 있어요. 

심지어 애를 키우느라 남편부터 우선 교수 만들어 놓고 뒤 이어서 본인도 교수가 된거죠.  

만든다는거에는 물질적인 지원도 포함됩니다.  그 남편도 대학동기라 잘 아는데 전형적인 흙수저였어요.

게다가 결혼당시 부친께서 거동도 힘들정도의 상태로 투병 중이었구요.

하지만 다행히 한남들처럼 여혐분자라거나 페미니즘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그런 무식한 애는 아니었어요.



7. 

그런데.... 최근에 점점 이런 생각이 들어요.


프롤레타리아 남자, 여자들이 굳이 번식을 위한 결혼을 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는 점점 성장이 둔화되어가고 있고 있는 성장도 대부분 고용없는 방향으로 확대될 뿐이군요.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사는데 지장 없는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닌 경우 이런 상황에서 그저 본능적인 번식행위를 하는건 너무 무책임한게 아닌가? 하는거죠.

동물의 세계를 보면 수컷들이 일부러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대게 주변 먹이 공급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새끼들을 잠재적 경쟁상대로 보고 죽여 버린다는거죠. 

사람이라면 낳고 나서 죽일게 아니라 아예 낳지 않을 수 있어요. 그게 동물과 사람의 차이 아닌가요? 


8.

그래서 전 어떤 정권을 막론하고  국가경제를 이유로 ‘출산율’을 높이려는 정책들 대부분은 그냥 헛짓거리라고 봤어요.

국가가 모든 양육비용과 서비스를 나서서 해준다 해도, 아이들이 마주하게될 저성장+강화되어 가는 고용없는 경제구조는 어떻게 할거냐고?



9. 급한 결론

그래서 애초에 사랑, 짝짓기, 연애등에 관한 부추김, 환상을 부추기는 대중문화부터 비판적으로 보고 수용거부를 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일본이라는 국가는 매우 싫어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튀어 나오는 몇몇 발버둥에는 꽤 흥미로운  부분들도 간혹 있어요.

특히 이성을 만날 마음 자체를 포기하고 혼자 살며 오덕질로  충분한 만족을 하며 사는 남성들을  한남들이 본받는다면 

결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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