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자식을 데리고 가끔 가는데, 아이가 갈 때마다 문화 차이를 느끼고 옵니다. 일례로 “남자는 사과하는 게 아니야.” 이런 말을 듣고 옵니다. 본인은 의식 못했겠지만, 이 아이는 여섯살 때부터 학교에서 암암리에 페미니즘 교육을 받았어요. 학교 도서관에 있는 위인전 중에서 사십퍼센트는 여성에 관한 겁니다. 선생님 중 몇 명은 여성의 날 행진에서 만난 사람들이죠. 친구들은 이미 학교 신문에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본 스포츠 문화에 대해 칼럼을 씁니다. 그러다 한국에 왔다 가면 질문을 던집니다. 왜 남자는 사과하면 안돼?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떠받들어주는 문화를 보여주는 기회니, 남자 아이 기를 살려주니 좋구나 하고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식의 문화에 익숙해지게 되면 이 아이는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습니다. 얼마전에 한 다국적기업 HR에서 파티 안내를 보냈는데, 그 안에는 파티를 즐기다 (술김이라고) 차별 발언을 하게 되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안내를 넣어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회사 돈을 안쓴 패밀리 파티라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글로벌 잡 마켓에는 위선적으로 보일 지라도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고 글로벌 매너가 있습니다. “살 좀 빼면 예쁠 것 같다” “여자인데 공대를 선택하다니 왜 그런 선택을 했냐, 시집 가면 되는데” 전부 글로벌 스탠다드에서는 문제 발언입니다. 성추행 같은 건 삽십분 안에 해고 통보 나가고, 성차별 했다간 거액의 소송이 걸리기도 합니다. 


숙명여대 대자보 사건 보고, 자기 신세들 자기가 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은 미국 보다 공교육 강하고, 한국 노동자들은 긴 노동시간도 잘 감수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높죠. 그런데 남녀 차별 문화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국보다 못합니다. 국내 일자리도 시원치 않은데 이런 식으로 차세대를 가르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겁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결과가 따른다는 걸 가르치지 않고, 잘못한 걸 사과하게 하지 않고, 심지어 ‘가슴 A컵’ 같은 낙서는 성희롱일 수 있는 걸 어리다고 넘어가게 두면 좋은 선례가 안됩니다. 어리다는 건 처벌이 안된다는 거지 사과를 해선 안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숙명인들의 탈브라 꿀팁을 적으라는데 남자 중학생이 왜 거기에 조롱하는 낙서를 하며, 인솔 교사는 도대체 뭘 가르친 겁니까.


https://www.msn.com/ko-kr/news/national/서울-남중생-숙명여대-페미니즘-대자보-훼손-논란/ar-BBQeHtB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62
121859 언제나 부담되는 막내의 질문 [10] 어디로갈까 2022.12.18 513
121858 [시즌바낭] 제목 참 검색하기 어려운, 로라 던의 '이야기'를 봤어요 [8] 로이배티 2022.12.18 447
121857 (스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고 왔습니다 (2) [8] Sonny 2022.12.18 528
121856 이런저런 잡담...(노력) [2] 여은성 2022.12.18 292
121855 자이언티 - 노래 [1] catgotmy 2022.12.17 164
121854 워너 브라더스 100주년 기념 영상 [1] 예상수 2022.12.17 207
121853 김혜리의 필름클럽 연말결산 - 영화 탑텐, 내맘대로 어워즈 [10] LadyBird 2022.12.17 657
121852 [완전스포일러가득] '판의 미로'까지 다시 보고 아무 말이나 해 봅니다 [9] 로이배티 2022.12.17 572
121851 카펠로,"티키타카는 끝났다" daviddain 2022.12.17 369
121850 일제시대의 잔재 catgotmy 2022.12.17 267
121849 프레임드 #281 [6] Lunagazer 2022.12.17 125
121848 인종차별 개그 하나 메피스토 2022.12.17 350
121847 갑자기 써보는 헌혈 이야기(은장을 받았어요) [11] 수박쨈 2022.12.17 331
121846 짧은 시. [5] 가봄 2022.12.17 211
121845 그레타 거윅 바비 1차 예고편 [4] 예상수 2022.12.16 404
121844 [KBS1 독립영화관] 오매불망 단편선 [8] underground 2022.12.16 259
121843 축구 이야기 조금 daviddain 2022.12.16 230
121842 프레임드 #280 [4] Lunagazer 2022.12.16 112
121841 '그녀가 말했다' 봤어요. [3] thoma 2022.12.16 300
121840 참 요즘 편곡 잘하죠 누가 하나 찾아보니 가끔영화 2022.12.16 2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