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2 10:28
"…나는 당신의 아담이어야 했건만 타락한 천사가 되었고,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 내게 세상의 불행과 경멸만 주었소…나의 창조자여, 왜 내게 단 한번의 낙원도 허락치 않고 지옥만을 내렸는지…? 온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한데 나만 홀로 외로이 버려져있소.…그러니 나는 당신에게 감히 말하겠소. 나를 행복하게 해주시오. 제발, 다른 이들을 존중하면서 나만 외면하지는 말아주시길. 당신은 나를 만든 자이니 나는 마땅히 당신의 정의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소…만일 당신이 내게 그리해 준다면 나는 다시 선해지리라…"
‘피를 끓게 하고 심장이 빨리 뛰게 만드는 글’을 열망했던 16살 메리(엘르 패닝)는 출판사 겸 서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스티븐 딜레인)의 일을 도우면서 여성 운동가였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묘지에서 고딕소설을 읽고 습작한다.
런던에서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던 중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더글러스 부스)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그와 함께 떠나지만 그녀의 삶과 글은 그녀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때 메리는 시인 바이런(톰 스터리지 분)의 초대로 제네바에 가고 그곳에서 그가 제안한 ‘유령 이야기’가 촉매가 돼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간다.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가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는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었던 메리가 - 불과 18살의 나이에 - 공포소설이며 SF(과학소설)의 원형인 <프랑켄슈타인>(1818)을 세상에 발표하게 된 배경을 다루고 있다.
19세기 초는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페미니즘을 비롯한)급진적인 정치사상들이 유럽 전역에 퍼졌던 시기다. 감독은 당대의 관습을 탈피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 작가 메리 울스튼크레프트 셸리가 사랑의 배신과 절망의 고통에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집중해서 보여준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열여덟 소녀 메리 셸리가 완성한 걸작
2018.12.19. 영화평론가 홍은애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셸리의 전기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 개봉했습니다. 올해는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발표된지 꼭 200해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괴물의 탄생이 보여주듯 이 소설은 보통 SF(과학소설)의 원조로 꼽히기도 하는데, 세상을 파멸로 몰아넣을 위험한 괴물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과학자의, 역시 위험한 상상력과 파괴적인 망상을 끔찍하게 그려내어 - 인간성이 무너진 세상에 대한 - 섬뜩한 경고를 던지는 문제작이기도 하지요.
저는 예전에 이 소설의 완역본을 읽고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를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라는 걸 알고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놀랄일은 그뿐만이 아니었지요. 작가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사실, 그것도 채 스물도 안된 18세 소녀의 작품이라는 것 또한 놀랄 일이었거든요.
대체 왜, 이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마치 신의 위대한 창조를 비웃고 저주하는 듯한 이런 - 그냥 봐서는 과학만 믿고 나대는 오만한 과학자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작품 기저에는 종교 자체를 비웃는 무신론적인 정서가 흐르고 있음을 부정하지 못하겠더군요 -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뭔가 깊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그것도 어린 소녀가 만든 것일까?
아래를 클릭하시면 그 자세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배신과 절망의 잉태작
https://m.blog.naver.com/maybe_lin/221269228877
2018.12.22 12:19
2018.12.22 13:15
2018.12.22 13:30
2018.12.22 13:56
2018.12.22 16:20
아마 제노바 (이태리)가 아니고 스위스 제네바였을거예요.
2018.12.22 17:06
수정했습니다. 글자 하나로 알프스 이남과 이북의 햇살 좋은 이탈리아와 삭막하고 척박한 산지가 엇갈리네요. ㅎㅎ
2018.12.22 21:00
바이런, 셸리, 키츠 하면 낭만주의 3대장이고 어쨌거나 전공으로 배웠던 제 입장에서는 한때는 무슨 반신처럼 떠올리고 숭배하던 그런 인물들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들의 생애에 대해서도 제법 자세히 읽은 편인데, 영화에서 나오는 모습은 오히려 과장한 게 아니라 담담한(...?) 현실을 보여준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들의 '문란한' 생활은 요즘의 소위 셀럽들 이상이었으면 이상이었지 그냥 놀고 먹는 수준에서 멈췄을 리가. 아무튼 또 제목에다가 굳이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이런 부제를 붙여놓고야 안심하는 꼴이 참 거슬렸네요. 아시다시피 영화의 영어 제목은 심플하게 <Mary Shelley>잖습니까. (한숨)
아무튼 다 어떻게 되는지 알고 보는 (그럼에도 소소한 반전?이 있었습니다만, 유쾌하진 않은) 이야기였기에 더더욱 갑갑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잘 만들어냈습니다. 나중에 찬찬히 다시 보고 싶은 영화네요.
2018.12.22 21:13
한국인들에게는 어쨌든 괴물 <프랑켄슈타인>이 더 알려져 있으니까요. 보통 작가들은 자기 이름 보다는 자기 작품이 더 유명한 경우가 많으니 이 경우에는 수입사에서 부제를 잘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메리가 SF(과학소설) 장르의 창시자라는 것, 그리고 사실 SF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메드 사이언티스트와 과학적 창조물에 대한 핵심 개념을 만든 사람이라는 걸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그의 대표작 없이는 알릴 수가 없으니까요.
메리는 자신의 소설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를 붙였었죠.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모델이 바이런이라는 걸 생각해 볼 때 메리가 바이런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이들 관계가 흥미롭긴 하더군요.
2018.12.23 13:27
2018.12.23 22:35
2018.12.23 22:48
제가 영업에 성공했군요! 요즘 이 영화 괜찮다고 꼭 보러 가시라고 여기저기 홍보중이랍니다^^ 좋은 영화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2018.12.23 13:40
생각해 보니 만수르 감독이 왜 바이런을 그토록 매력없는 쓰레기로 묘사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실존 인물 바이런은 위대한 창작자 쓰레기…였지만 그렇게 (역사 그대로)매력있는 캐릭터로 그릴 경우, 이런 엉뚱한 사단이 일어날게 뻔하니까요. 영화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모델은 무려…성추행범이었죠!
순간 이 쪽 얘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을 감독이 왜 저렇게 묘사했을까 정말 당황했습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작가 메리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그러잖아도 바이런에게 빼앗긴 명예를 힘들여 찾아왔는데, 고증에 충실하자고 그걸 망칠 순 없었을 테니까요.
2018.12.24 00:16
2018.12.24 08:16
그니까요…18살!!! 정말 대단한 나이죠! 사실은 그래서 메리가 자기 작품 지키는데 더 애를 먹었죠. 뭐라더라…어린 소녀의 병적인 상상력 어쩌구 하는 평은 그래도 양반에 속하고, 사실 모티브와 컨셉은 메리의 남편 셸리(어둠의 공간에서 누군가 누워있는데 그 앞에 어떤 남자가 서 있는 꿈을 셸리가 꾸고 모두에게 얘기했죠)와 바이런이 제공한 것이니까 메리는 그냥 그들의 창작을 받아 쓴 것에 불과하다는 ㅂㅅ같은 평까지…정말 대단했죠. 여자 이름으로 나가면 책이 안 팔리니까 남자 필명 쓰자는 출판사 요구는 이들에 비하면 화도 안 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