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2 20:44
이국종 의사가 지은 '골든 아워'가 출간되었더군요. 현재 리디북스 (ridibooks.com)에서 리디셀렉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국종 의사의 세계는 핏물로 가득한데, 피를 넘치게 하는 주체는 한국 사회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라고 쓰면 아무도 책임이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니까 나눠서 적으면 이렇습니다.
1. 현실에 맞지 않는 의료 수가
2. 쓸 데 없는 데에 예산을 낭비하고 실제로 사람* 목숨을 구하는 데에는 관심없는 중앙/지방 정부 (여기서의 사람*은 중증외상 응급실로 실려들어오는 주로 저소득층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3. 여론이 조성되어 예산이 생기면 뜯어먹기 바쁜 의료계 인맥들
4. 아주대 내부의 학내 정치
이에 비하면 무례하고 자기만 아는 환자들은 그저 잔잔한 일상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립니다.
중요 에피소드 보면,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 가보니 베타딘 두 병을 통째로 붓던데, 한국은 소독약 비용 때문에 솜에 적셔서 묻혀야한다든가,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살려보려고 미국 교포 출신 외상외과 의사가 3년간 진료기록을 만들었다가 한국에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떠났다든가, HIV 키트 살 예산이 없어서 의사들이 후천성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피를 뒤집어쓰고 일해도 모르고 있었다든가 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에이즈 검사키트는 3만원인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삭감 대상이라고 하네요. 제가 알기로 지방 대학병원 응급실만 해도 석 달에 한 번씩은 HIV 감염자가 사고로 들어옵니다. 석해균 선장 고치기 위해 헬기를 띄운 것이 국가의 결단이 아니었음도 나옵니다. 책 내용 보면, "한 지방 자치 단체에서 1,800억 원을 들여 대규모의 안전체험 테마파크를 지어놨다. ... 연간 적자 규모는 15억여원이라고 했다. 1,800억 원이면 중증외상센터 건립 비용을 상회하며, 소방항공대 두세곳을 창설할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번달 11일 프레시안은 2,160억 원을 투자한 안전체험 테마파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합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20710#09T0
어제 자 국제뉴스는 경기도가 "이국종 아주대교수의 닥터헬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거점 헬리포트(헬기 이착륙장) 조성 사업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예산이 2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되어서라는군요.
http://m.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166#_enliple
2018.12.24 00:15
2018.12.24 15:17
2018.12.24 08:15
베타딘 두통을 통째로 붓고 두통 비용을 몽땅 환자에게 청구하죠...
이국종 교수님을 좋아하지만, 그분의 이야기는 '사람 살리는데 비용이 문제냐. 심평원과 건강보험에서 응급의료의 특성을 이해해줘야 한다' 로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2018.12.24 15:20
이 분의 이야기는, 현재 한국 의료 시스템은 겉으로는 괜찮아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저소득층이 죽어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시스템이고, 저소득층은 정치적 파워가 없어서 정치계 포함 모두들 외면한다.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심평원과 건강보험 그 이상의 이야기인 거죠. 빠른 의료수송 체계가 잡혀 있지 않으면 죽어가는 사람 위에 베타딘 두 통을 부어봤자 뭐하겠어요.
2018.12.24 09:18
저는 이렇게 이국종 교수님이 사명감, 희생의 아이콘(?)으로 포지셔닝되는 것도 불만이긴 하네요.
예전에 어떤 기초의학 하시는 교수님께서 본인은 일부러 좋은 차 타고 다니는데, 기초의학하면 뭔가 고고하고 이상적인 삶만 살 것 같은 생각에 후배들이 지원을 잘 안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잘나가는 티를 내려고 그렇게 한다고 하신 적이 있죠 (물론 그 분은 벤쳐 회사가 매우 잘되어서 수익이 매우 많긴 했던..)
스타의사가 사회적인 관심을 끌어모아줘서 자금이 많이 배정되어 중증외상센터 생겨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말짱 헛거죠..
선의 사명감 희생 존경 이런 것들로 유지되는 분야는 필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의료분야에서 돈, 보수, 연봉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비윤리적인 사람으로 몰아가거나 배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건강보험재정은 한정적인데 문케어로 MRI 비용 일괄적으로 낮춰주고 그러는 게 국민들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회의적이고,
차라리 수익 안되어서 항상 운영난에 시달리는 필수의료분야 높은 수가로 올려주면 맨날 적자만 내던 외상센터 같은 곳이 좀 수익을 내고 병원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도 덜받고 외상센터 의사들 수입도 좀 넉넉하게 보장되고 그러다보면 일하겠다는 인력도 확보되고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면 한명이 몇날몇일 밤 새면서 당직하고 그러는 시스템도 좀 개선이 될테고 그럴텐데..
..뭐 안되겠죠 아마..
앞으로도 그냥 계속 한두명 "사명감 있는 의사분"들에게 심정적인 응원과 감사(?)를 보내면서 외상환자 제대로 대처할 시스템 없다는 기사 나오면 다들 혀만 차고 그럴 것 같아요
2018.12.24 15:11
2017년 11월 22일에 손석희 앵커가 이국종 교수 인터뷰를 하면서 성형외과 지원하는 의대생이 많아지지 않았느냐, 라고 질문을 던졌죠. 그러자 이국종 교수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우리나라의 성형외과 선생님들을 사회적으로, 의료계를 보실 때 성형외과에 대해서 좀 너무 돈을 추구한다든가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합니다. 제 생각에 이 분은, '현 수가 체제에서 의사들이 이국종 교수 같이 되면 문제가 해결되는 거 아니냐' 라는 식의 접근법에 대해 충분히 경계하고 있다고 봐요.
폴라포님이 말씀하신 대로 의료 보건정책을 세우면서 의사들이 자기삶을 희생해주겠더니 하고 의료 체계를 짠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국종 교수의 스타파워를 의료계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김창환 교수의 다음 포스팅과 제 의견이 같습니다.
늘상 하는 얘기지만 이 때문에 최빈곤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확대하기도 유지하기도 어려움. 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는 비용은 들지만 정치적 이득은 없음. 동네에 공원을 만들면 중산층이 산책하며 즐기고, 표로 연결되지만, 최빈곤층에게 혜택을 주면 님비현상으로 오히려 표가 떨어짐. 그렇다고 최빈곤층이 정치세력을 형성해서 도와주는 것도, 제대로 감사를 표하는 것도 아님. 이분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쁨. 복지의 확대는 중산층에게 혜택을 주는데 빈곤층도 묻어갈 수 있도록 정책을 짜는게 최선임.
그런 면에서 이국종 교수의 스타파워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150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큰 자산이자 기회임. 목소리가 없는 중증외상의 위험에 노출된 소외계층에게 이국종이라는 스타 의사를 통해 목소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것.
이국종 교수의 스타파워가 아니었으면, 병원에 큰 적자를 안기고, 중산층은 별 혜택도 받지 못하는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기나 했겠음? 폐와 복부에 여러발의 관통상을 입은 병사가 죽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중증외상센터가 갖춰져 있었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이나 했겠음?
한 사회의 진보는 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지기도 하고, 집단의 시위를 통해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과장된) 영웅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
출처: http://sovidence.tistory.com/923 [SOVIDENCE]
2018.12.24 16:13
글쎄요. '병원에 큰 적자를 안기고 중산층은 별 혜택을 못 받는' 시스템이 그대로라면 그걸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의사들이 자기 삶을 희생해주겠거니' 하고 운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여러발 관통상 입은 병사 한명을 살리기 위해 생긴 적자를 메꾸느라 실적 압박을 받고 과잉진료를 해야 하는 다른 의사들은 욕받이가 되고 있지 않나요?
결국 언론이나 사람들은 눈에 띄는 스타에 열광하는 거지 수가를 비롯해 중증외상센터 문제를 실질적으로 접근할 엄두는 못내요. 당연하죠. 수가를 만진다는 건 정치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어려운 일이고 이나라 복잡한 의료체계를 손보려면 골치 아픈 게 한두개가 아니니까.
2018.12.24 16:43
권역별 중증 외상센터가 있어서 저소득층이 덜 죽는 사회와, 권역별 중증 외상센터가 없어서 저소득층이 더 죽는 사회 중에 어느 쪽이 더 진보적인가요? 이국종 교수 한 명이 의보수가 개정을 다 책임질 순 없죠.
2018.12.24 22:20
겨자님은 자꾸 이 문제를 '저소득층'문제로 생각하시고 결국 부르조아인 의사와 병원이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해야 한다는 포지셔닝이신 거 같은데요.
저소득층에 중증외상환자가 많다 하더라도 이 문제는 저소득층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의료체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 많은 사람은 안 다치나요?
그리고 중증 외상센터가 없는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건물? 그래 만들어줄께. 헬기? 그래 만들어줄께. 이런 지원은 미봉책일 뿐이니 결국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운영이 너무 힘들다는 거죠.
이국종 한분이 의보수가 개정 다 책임질 수 없는 것처럼 이국종 한 분이 대한민국 모든 중증외상환자 다 책임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이나 국민들 마인드는 어떻습니까. 의료체계나 수가에는 무관심한 채 결국 '의사 너네들이 이국종느님처럼 뼈빠지게 열심히 환자 보는 게 맞는 거야'잖아요. 본인 가족이 외상환자가 생기면 근처 권역별 외상센터에 빨리 가서 치료받는 게 아니라 닥터헬기타고 스타의사 이국종 교수님께 가서 치료받고 싶게 되었잖아요.
이국종님이 스타가 되었다고 흉부외과, 중증외상 치료 의사 지원자수가 늘었나요? 이국종님을 비롯한 나라에 한자리 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회의를 그렇게 많이 해서 체계가 좋아졌나요?
결국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인력들 쥐어짜서 꾸역꾸역 운영하고 있는 거잖아요? 응급실은 또 어떻고요?
그걸 진보라 부르신다면 뭐...제가 어쩌겠습니까.
2018.12.24 22:59
저는 부르조아인 의사와 병원이 손해를 보더라도 현재 의료체계 안에서 중증외상환자를 꾸역꾸역 치료해야한다는 입장에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골든 아워'를 읽고도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요? 이국종 교수는 현행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의사/간호사들에게 이런 희생을 요구해선 안된다고 씁니다.
물론 돈많은 사람도 다치죠. 하지만 돈 많은 사람이 눈 비오는 날 퀵서비스를 나간다든가, 고장난 스크린 도어 고치다 죽는다든가, 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죽는다든가 하나요? 중증외상센터의 서비스가 개선되어서 실제로 이득을 가장 많이 보는 계층이 부유층은 아니죠. 일상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는 육체노동자들이죠.
건물, 만들어줄께, 헬기, 만들어줄께 라는데 안해주고 질질 끌잖아요. 이건 소음 때문에 안되고 이건 예산 때문에 안되고. 언론에 나가서 이 분들이 또 안해준답니다 해야 겨우 하나 되고 되다가 말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운영이 너무 힘들다는데 정확히 말해서 의보수가 고치지 않으면, 의사들/간호사들 충원해주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의료진들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고쳐주지 않으면 운영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시죠.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합니다. 그런데 중증 외상센터 건물, 헬기, 헬기 착륙장도 시스템의 일부예요. 어디서 어떻게 사람 실어오고 의료진들은 어디다 결집시키고. 그리고 그게 없으면 당장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거기다 대고 당신은 의보 수가 같은 정말 중요한 문제를 두고 왜 헬기 사달라 하느냐 말할 수 있나요?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죠.
한국 사람들이 의료체계나 수가에 무관심한 채 의사들은 이국종 의사처럼 하는 게 맞는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게 이국종 교수 탓은 아니죠. 그리고 현실적으로 본인 가족중에 외상환자 생기면 이국종 교수에게 달려갈 경황이 있을 것 같아요? 혼수상태를 헤메는 사람들이 거기서 아 여기서 좀 더 럭셔리하게 닥터 헬기 타고 세브란스 가야지 하고 생각할 수나 있어요? 골든 아워를 넘어서 플래티넘 미닛이라고 하는데 그런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기왕이면 이국종 교수 찾아달라고 진상 부리러 한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할 수나 있나요?
그리고 이국종 교수가 스타가 되었다고 중증외상 치료의사 지원자 수가 늘면 그게 이상한 거예요. 지금 이 사람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는 의사 개인의 사명감에 기대서 중증의료를 꾸려서는 안된다는 거지, 다른 의사들에게 나처럼 살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예요. 아 물론 올해 아주대에서는 외과 정원을 초과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S.S.S.님의 글은 전반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겠고 공감도 가는데, 나라에 한 자리 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회의를 그렇게 많이 해서 체계가 좋아졌냐는 말에 배어나오는 냉소주의는 정말 보기 싫네요. '골든 아워'는 그렇게 회의를 많이 해서 좋아지지 않는 걸 몇십년 목격한 사람이, 남들이 입혀준 스타의 옷을 입고 때로는 여기저기 예산 구걸하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거기다 대고 저 사람이 하는 일은 미봉책이다, 그렇게 해서 의료체계 좋아졌냐고 쓰고 싶나요. 암환자 목에 떡이 걸렸으면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죽을 거니까 응급처치 안하고 내버려둘까요?
2018.12.24 13:52
이국종 교수님이 사명감, 희생의 아이콘(?)으로 포지셔닝되는 것도 불만이긴 하네요. +1
이국종님이 평소 저수가 이야기를 안했나...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언론 인터뷰때도 그점을 말씀하시긴 하는데 희안하게 기사 내용엔 그게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아요. 대신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는 의사들과 사명감에 몸사르며 일하는 본인의 대비랄까...그런 것만 부각이 되어 보입니다. 기사를 쓰는 사람들의 관점이 그런 거 같아요. 문제는 영웅으로 묘사되는 이국종님 본인이 거기에 딱히 불만을 가지시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는 거.
2018.12.24 15:13
'골든 아워'에는 의료수가 이야기가 꽤 나옵니다. 이 사람 적을 많이 만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냥 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