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2 17:09
1. 중국 오지 마요
가까운 지인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중국 여행 할 돈과 시간이 있다면 그걸 좀 더 모아 다른 더 좋은데를 가라고 합니다.
특히 북경, 특히 만리장성 같은건 꿈도 꾸지 말라고 해요.
그리고 그 지인에게 유학을 고민하는 자식이나 조카가 있다면 지난 18여년간 줄곧 “절대 중국 유학은 어떤 이유와 사정을 막론하고 최악의 선택”이라고
뜯어 말립니다.
여행만 이야기 하자면 물론 저야 운남성의 ‘다리’라거나 광시성의 ‘계림’처럼 한번 가고 두번 가고 자꾸만 가고 싶은 곳들이 있지만 그건 중국어나 중국문화에 익숙하여 중국여행이 주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그런 리스크조차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지 여행을 통해 릴렉스라던가 재충전이라던가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중국 여행은 그냥 꽝이라는 소리죠.
뭔가 돈벌 거리 찾아 오려는 사람들도 말립니다. 이미 이 곳은 20~30년전에 한국에서 싼 인건비 찾아 와 대박났던 그 중국이 아니고
중국의 네이버라는 바이두가 자기 브랜드 걸고 투자한 배달업체도 경쟁에 밀려 망할 정도로 경쟁이 모든 부문에서 치열한 상황이고
어설픈 자들은 성공은 커녕 살아 남기도 힘들거든요.
2.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상황이라는게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상해에 어쩌다 보니 오게 되는 분들을 위해.... 적어도 확실히 하나라도 건질만한 기회를 드릴게요.
식당 이야기입니다.
사실 여행에서 사진 찍는거와 더불어 먹는게 남는건데 사진은 밤에는 와이탄+푸동거층빌딩군, 낮에는 상해 올드타운이라는 치트키가 있어 별로 고민거리가 아닌데
음식은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골치 아프죠.
3.
상해에 왔다면 일단 한국에서 유행하는 양꼬치라던가 마라샹궈같은 싸구려 음식들은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건 건국대라던가 대림동에서 먹는걸로 충분하고 맛의 차이도 별로 없을거에요.
비행기까지 타고 와서 그런 음식 먹는건 잉여질의 끝판왕입니다.
4.
전에는 한국여행객들에게 ‘촨차이’라고 해서 사천요리들이 유행했었는데 시천요리가 잘 맞으셨던 분들이라면
‘후난차이’라고 하는 ‘호남성’ 요리를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가격, 맛, 접근성을 다 고려해 추천하는 곳은 ‘징안스 静安寺 지역에 있는 릴백화점 2층 十食湘(스스샹)bistro 입니다.
지난 6년간 데려간 중국친구, 외국친구, 한국친구 100% 만족도를 자랑한 검증된 곳
사천요리가 휘발성 강한 매운맛이라면 호남요리는 깊고 여운이 오래가는 진득한 매운맛과 신맛이 특징입니다.
모든 계절에 다 좋지만 특히 후덥지근한 여름철에 좋습니다. 호남지역이 지리적으로 내륙이지만 습지가 많아 고온다습하다보니
음식도 그런 환경에 잘 저항할 수 있고 조화될 수 있게 발달된거 같아요.
5.
최근 상해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을 끌고 유행하고 있는 요리가 두가지 있는데 하나는 광동성 광저우 남부지역의 潮汕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절강성과 강소성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江南菜 입니다. 오늘은 강남요리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중국에서 강남이라는 지역은 지리적으로는 장강 이남을 말하고 역사적으로는 삼국시대 ‘오나라’부터 명나라와 송나라의 근거지였던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화적으로는 중국 문인화가 꽃피고 절정을 이루던 지역이고 중국 원림문화의 본산이죠.
상해한국영사관에서 가까운 南丰商城 5,6층에는 왠만하면 실망하지 않을 식당들이 즐비한데 오늘 추천하고 싶은 곳은
5층에 위치한 米桃 (영문명 me too....;) 그리고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는 ‘건륭황제가 극찬’했을거라는 (제 맘대로 작명한) ‘쏘가리 탕수육’입니다.
사진 첨부할게요 ~
* 대략 1인당 150위안에서 180위안 정도로 즐길 수 있는데 6인 이상이 같이 먹는다면 120위안으로도 충분할거 같군요.
6.
만일 한국에 돌아간다면 중국식당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생각이 많이 날만한 요리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제 대답은 딱히 특정 음식이 생각나진 않을거 같고 중국식 식당 문화가 많이 그리울거 같아요.
둥그런 테이블에 6~8명이 둘러 앉아 인원수 X 1.5개수 정도의 요리를 시켜 먹는데 1인당 한국돈으로 2만원에서 3만원 정도에
에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하나 하나 골라가며 세팅하고 두시간여 먹고 수다 떨고 하는 그런 경험은 한국에선 흔히 할 수 없는 거니까요.
2019.01.02 17:32
2019.01.02 17:41
싸구려 서민음식들은 결국 식자재 본연의 맛보다는 양념맛이라 중국 양념 범벅인 양꼬치와 마라샹궈는 한국에서 먹어도 본토 맛과 다를게 없습니다.
향차이(고수)를 넣느냐 마느냐 정도 차이?
그보다 조금 고급? 중국요리랄까... 그런건 정말 한국에서 먹을게 못됩니다. 가격도 쓸데 없이 비싸고 오리지날과 맛이 달라도 너무 맛없게 달라요;
2019.01.02 22:20
2019.01.02 23:23
아.... 누군가의 죽기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을 나는 이미 무척 많이 해보았다니.... 왠지 이번 생은 그리 나쁘지 않은걸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2019.01.03 00:06
중국음식 너무 좋아해서 출장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곤 했어요. 제가 맛있다고 눈물을 흘리면 현지스텝들은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훗" 이런 표정을 짓곤 했죠.
짜고신음식이면 산라탕도 후난쪽 음식인가요?
개인적으로 메뉴도 다 똑같고 깊이도 차이도 없는 일본음식 유행 좀 그만하고 중국음식 유행이 불었으면 좋겠어요 ㅠ
2019.01.03 00:20
네 맞습니다! 酸辣-산라-시고 매운 맛이 湖南菜의 베이스죠~ 짠맛의 정도가 식당마다 조금 다른데, 전 짠맛이 덜하여 조금 상해현지화된 湖南菜가 좋더군요 :)
눈물 흘리셨다는게 과장이 아니란거 잘 압니다. 특히 후난차이 먹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하나같이 또 먹고 싶다고 징징대거든요;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정신 차려 보면 이미 과식을 해버린 후라는 마성의 요리!
2019.01.03 00:51
마라든 산라든 첨에 먹었을 때는 읭?했는데 집에 돌아간 순간부터 다음에 언제 또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ㅋㅋ
(그걸 깨달은 다음부터 집에서 해먹고 있습니다만...)
중국 식탁문화 말씀하시니 생각났는데 세검정쪽에 화자위엔 (중국 체인이라고 들었어요)이 대륙 스타일이더라고요. 거대한 2층 건물에 2층 주차장. 원형식탁에 소파석(?)이 따로 구비된 방도 있구요. 소파테이블까지 갖춘 곳은 한국에서 처음 봤어요.
2019.01.03 08:30
상해 디즈니 랜드는 가보고 싶은데...
몇년전 상해에 갔을때 디즈니 랜드 오픈한다고 여기저기 광고 붙어있었거든요.
가이드가 '내년까지는 절대 오지 마세요. 중국인들로만으로도 난리일거에요.' 라고 하더군요.
언제쯤 가보게 될지..
2019.01.03 10:54
“절대 오지 마세요”222 다녀온 스텝 왈, 사람 반 쓰레기 반이라고 하더군요;
2019.01.03 11:04
홍콩을 가야 겠군요. ㅠ.ㅠ
중국 요리 참 좋아해서 중국 가봐야 하나 싶다가도 또 막상 가고 싶진 않고 ㅋㅋ 건대나 거기나 큰 차이가 없다고 하시니 위로가 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