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 혼자만 일 하니?"
이미 거시기함 알아버린 발랑까진 점순이가 울타리 사이에 대고 유도탄 공격 날렸을 때,
머릿 속엔 오매불망 수탉밖에 없던 모지리는 딴에 반격이랍시고 이래 불발탄 날려 댑니다.
"그럼 혼자 하지 떼루하듸?"
만국의 찌질이여, 점순이 성의를 봐서라도 단결 좀 해라.
식민지 조선의 경성부, 모던 남녀 서로들 함부로 눈이 맞아 신식 연애란 것으로 도시의 밤을 불싸지르던 그 때에,
남여상열지사란 누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발생해 온 인류 보편적 현상임을 들어,
유물사관 긍정과 식민지근대화론 박살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으려한 지식인 있었으니.
들어는 봤나, 읽어는 봤나? 김유정.
그가 남긴 몇 안 되는 작품 중 백미이자, 은근히 야한 소설 <동백꽃> 입니다.
그래서, 또 음탕한 얘기 하려는 것은 아니고.
밀린 울타리 수리가 그러하듯, 야근을 해야하는 날이면 우리는 당연히도 밥을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점순이가 모지리에게 감자 두 알 먹이려했듯이?
이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 있으니
저는 위의 모지리처럼 뭐든지 혼자 하는 게 속 편하고 좋은 놈.
밥도 혼자, 여행도 혼자, 심지어 게임도 멀티는 절대 안 하고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그런데, 이걸 못 하는 인간들이 있어요. 밥을 꼭 다른 사람들과 먹으려는 인간들.
야 이 니들이 무슨 군인이냐? 식당에 떼루 몰려가 밥을 먹게?
지금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비도 오고 배도 안 고프고 해서 대충 먹으려고 했더만, 오늘 함께 야근 해야하는 녀석이 글쎄
자기 앞에 앉아서 자기가 먹는 걸 봐달라는 겁니다. 이게 무슨?
너무 어이가 없어서 순간 화낼 뻔 했다가 극강의 인내심으로 꾹 누르고 일단 화장실로 피난 왔습니다.
내가 너무 편하게 대해줬나? 얘들이 나를 떼루 무시하나?
여하튼, 일단 애 밥은 먹여야 되니까 숟가락이라도 빨며 지켜봐 주고 오겠습니다.
치부책에 하나하나 낱낱이 적어놨다가 언젠가 이노무 자식들 피바다가 무엇인지를 보여줄테다!
왜 밥을 혼자 못 먹지?
저쪽분이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게 맞죠? ㅎㅎ
다음 번에 '이 애 늬 집엔 감자 없지?'로 나올지 누가 압니까. (저희 집엔 감자 떨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