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글

2024.01.27 13:38

Sonny 조회 수:303

정치글이야말로 커뮤니티에서 제일 가성비가 좋은 글쓰기 소재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붙어있으면서도 사회와 국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글이고, 어떤 인물의 윤리나 사회성을 혹독하게 진단내려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죠. 시시하게 내뱉어도 중요한 것에 대한 글이니 글을 쓴 사람이 자가최면하기에 딱 좋은 소재들입니다. 그 와중에 누가 어떻게 지지율을 얻었네 잃었네 하면서 스포츠 중계하는 듯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까지 쉽게 덧붙일 수 있고요.


정치글이라고 했지만 저는 이런 글들을 '정치'에 대한 글인지 좀 의심을 품곤 합니다. 케이팝 아이돌들이 누가 좋네 누가 이쁘네 누가 노래를 잘하네 라고 해서 그걸 음악글로 분류하지는 않죠. 그러니까 특정 분야에서 인물 품평회를 하는 것에 더 가깝고 그냥 그게 정치인이다보니 가십이 아니게 될 뿐입니다. 그런 글들이 냉소나 풍자의 장르를 추구할 경우 결국 여의도 권력자들을 까내린다는, 글 속의 구도 자체가 주는 일시적인 효능감만을 추구할 때가 많은데 저희는 이미 이런 글들이 글쓴이 자신한테 얼마나 악영향을 주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이미 얻었습니다. 진중권이요.


이건 좀 자의적인 구분입니다만, 한 공동체나 다수의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력의 기준을 "사회적"이라고 구분해보고 자신이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대상과의 관계와 손익의 기준을 "정치적"이라고 구분해봅시다. 이런 정치글들은 딱 하나의 정치성을 띕니다. 민주당, 국힘당 이런 당파적 성격보다 더 큰 정치성이 글의 주체와 객체 사이에 숨어있습니다. 그냥 대체적으로 한심하고 표리부동하며 결국 실패할 뿐인 정치인들과, 그들이 감히 피해갈 수 없는 분석과 판결의 키보드를 두들기는 전능한 자신의 구도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나르시시즘이고, 이게 조금 심화되면 정치혐오가 됩니다. 아무런 정치인도 좋아하지 않고 그걸 꿰뚫어보며 낄낄거리는 자신만이 오로지 위대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너절하죠.


그래서 저는 사회적이지 않은 정치적 글들에 호의를 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천관율 기자처럼 누구의 정치적 득실과 향후 앞날을 계산할 수는 있습니다. 그건 말 그대로 정치적인 글들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여전히 국힘당이 유리해, 민주당 박지현은 이제 배현진을 상대로 송파을에서 쉽지 않은 싸움을 하게 될 거야 등등. 어떤 정파와 그에 속한 개인의 싸움을 삼국지나 스포츠 토토처럼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 정치인이 내가 속한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위기감 없이 끄적이는 건... 개인적으로 취향도 아닙니다만 재미도 의미도 못느낍니다. 그런 정치글들의 폐해를 지금 저희는 윤석열의 당선으로 톡톡히 맛보고 있죠. 정말 쓰라리게끔.


사실 이 모든 것은 결국 언어의 효용, 언어의 정치성에 관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특히나 정치인 왈가왈부에 유난히 도드라져보이기도 합니다. 싸이버 공간에서의 허황된 정치글로 거품을 잔뜩 끌어올린 이준ㅅ 같은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엄근진 정치글을 일개 필부에게 요구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만은... 저 역시도 좀 반성하게 됩니다. 정치인을 비판한다는 목적 아래 우리는 어떤 정치인이 뭘 하려고 하는지, 그들이 비록 위선이나 가짜로 내걸고 있는 깃발도 잘은 모른다는 것? 뭐 이 모든 건 보는 영화들을 비웃거나 낄낄대면서 씨네필인것마냥 행세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정치글" 올리는 사람들에게 투영해서 그런 것일수도 있습니다. 


@ 어떤 송파 주민의 트위테엇 박지현이 배현진을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예측하던데 박지현이 이걸 총선까지 남은 약 2개월의 시간에 최대한 개선을 해줬으면 좋겠군요. 류호정에게 뒤통수맞아서 그 기대감이 약간 또 요쪽(?)으로 쏠리는 느낌 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1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31
125646 인 브뤼주/싱글맨/페르시아의 왕자 (스포일러 有) [11] gotama 2010.06.14 2786
125645 펜타 2차 라인업이 발표 되었군요. [8] 행인3 2010.06.14 3303
125644 미국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 [6] 도돌이 2010.06.14 11681
125643 노회찬씨 좋아하시는 분들 보세요 [2] 난데없이낙타를 2010.06.14 2977
125642 차가지고 가는게 나은 도시 Vs. 안 가지고 가는게 나은 도시 [4] EOTT 2010.06.14 4192
125641 문근영 기사 떴네요. [4] V=B 2010.06.14 5298
125640 월드컵때 ~~녀 이런거 저만 지겹나요? [18] 변태충 2010.06.14 5532
125639 이탈리아의 매우 원색적인 한-그리스전 경기평 [8] soboo 2010.06.14 8516
125638 [기사 펌] 아프가니스탄 조기 철군 날 샌듯.. 대량의 광물 발견.. [7] Apfel 2010.06.14 3129
125637 피씨방인데 급해요ㅠㅠ 컴퓨터 추천해주실 분!! [4] sid 2010.06.14 2536
125636 Final list of winners for 2010 Tony Awards 조성용 2010.06.14 2267
125635 듀게 자동로그인 (즐겨찾기) 접속 법 아시는분! [7] 문피쉬 2010.06.14 2061
125634 남자-여자-남자-여자 가끔영화 2010.06.14 3214
125633 새 게시판에 처음 쓰는 글 [4] 閔경a 2010.06.14 2718
125632 '86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6] 도너기 2010.06.14 3813
125631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 관련 기사입니다. [1] crumley 2010.06.14 3201
125630 오마이뉴스에서 노회찬 토론회 해요 ㅎ [5] 난데없이낙타를 2010.06.14 2655
125629 듀나님 '하하하' 리뷰 제가 못찾는건지.. [6] bap 2010.06.14 3487
125628 北 "오늘 밤 韓-그리스 경기 방송하겠다" [8] 가끔영화 2010.06.14 3892
125627 잡담들 - 쫄면사랑 / 배란통.. [20] 바다속사막 2010.06.14 50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