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 15:49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과정이야 전에도 말했지만 ‘운빨’의 절정이었는데 정권 들어서고는 지난 10년간 이명박근혜가 싸지른 똥밭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트럼프의 미친짓 때문에 어려웠던게 사실입니다. (물론 그 천운도 문재인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거나 역량이 안되었다면 날려 먹었을테니 문재인을 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그의 역대급 운빨이 감탄스러울 뿐)
그런데 집권 반년이 되어가는 지금 상황은 초기에 비하면 황홀할 정도로 좋은 상황이 함께 벌어지고 있군요.
일단 거시경제 지표가 정부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 없이 매우 럭키하게 좋아졌어요. 어쩌다가 반도체 호황 주기가 딱 맞게 떨어져 성장률을 견인하면서 재정확대정책을 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고 있고
중국 공산당 제19차가 마침 시진핑 주도로 안정적으로 마무리 되며 큰 불확실성이 사라졌는데, 정말 다행히도 시진핑의 거시정책의 큰 방향은 동북아에서 북한보다는 남한과 우호적 관계의 발전이 필수불가결한 쪽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시진핑은 중국 역대 어떤 지도자들 보다 친한 노선입니다) 사드에도 불구하고 그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이런 대한국 정책은 남한으로서는 동북아에서 외교 정책을 구사하는데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냅니다. 즉, 미국이 함부로 자기 이익 위주로 한국을 몰아부치기 어렵다는거죠. 그것은 한편으로 오마바 정권 때처럼 일방적으로 일본편을 들어주며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한데, 사실 이 조건은 지난 오마바 정권 8년 동안에도 변함없는 조건이었지만 박근혜가 어설프게 힘조절 했다가 말아먹어 버렸죠.
여기에 국내정치 상황을 보면 자유당이 제1야당으로서 어이 없을 정도의 무책임하고 찌질한 삽질을 계속 보여주면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에 기스도 못내고 있어요.
도리어 자기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느라 난리(이건 친박이 일등공신)
덕분에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무난한 승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는데 이 흐름은 여당 주도의 개헌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 줄 가능성이 큽니다. 무슨 의미냐면, 지난 10년간 훼손되어온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정책이 다시 제 궤도로 올라가면서 87년 이후 지속되어온 의회정치의 후진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진다는거, 여당의 지지율이 전국적으로 고르게 높은 상황에서 선거구 개편과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거 - 추미애 대표 체제는 특정 계파가 아닌 정당 자체의 역량을 당원 배가 운동과 당원의 정당 참여와 의사결정권한에 개입 시키면서 당이 매우 힘이 쎄지게 만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선거구 개편이나 제도가 바뀌더라도 불리할게 없는 상황이 되면서 정당비례대표제 등 의회개혁의 동력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운빨이 정말 중요한게 (여기서 운빨이라 함은 본인이 노력해서 만들어진게 아닌 모든 호조건들을 말하는 것)
문재인의 재조산하 와 소득주도 성장론은 그것이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효과가 나타날려면 상당한 시간과 적대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체들의 후퇴,양보 혹은 멸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높은 성장율은 시간을 벌어주면서 적대적 세력들이 주도권을 잡지 못하게 하고, 외교적인 운신의 폭, 옵션의 다양성 , 풍부함은 대외적 불확실성을 제어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이러면 아무리 조중동을 위시한 적폐 기레기들이 여론을 호도하더라도 정책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할 수 있죠.
다음달에 미국과 중국 양 나라와 연이어 정상회담이 이어질 예정인데 통상적으로 이런 이벤트는 여당에 매우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런데 아마 그 구체적 내용도 이전에 비해 상당히 좋을 것으로 예상되요. 문제는 이 와중에 북한의 추가도발여부인데, 사실 이제 북한에게 남은 도발카드가 별로 없다는 것도 ‘운빨’의 하나입니다. 다음 단계는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올려 태평양에 쏘는 핵실험인데, 이건 레드라인이자 미국이 전략적으로 외교적 해결방법을 포기하고 선제타격도 불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걸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지금이라도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거나(인도와 파키스탄처럼) , 이란 케이스 같은 국제적 협상, 합의를 주장하는거구요.
모든 상황들이 제각각 좋은 타이밍을 맞으며 올해 연말과 내년초에 겹쳐진다는- 가장 큰 운빨입니다.
물론 몇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갑자기 김정은이 급살한다거나; 트럼프가 탄핵 혹은 그와 비슷한 정도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거나 뭐 그런....
전자는 김정은의 날로 늘어가는 똥배 때문에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나이가 한창 젊으니 뭐 그렇다치는데, 트럼프는 좀 걱정이되네요. 오늘 트럼프의 선거캠프 핵심이 기소되었다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현재시점에서 한반도의 가장 큰 리스크 혹은 불확실성은 트럼프인거 같아요. 망할 넘
2017.10.31 16:15
2017.10.31 16:56
2017.11.01 00:19
이 분은 그냥 자유당에 남아서 계속 나대줬으면 좋겠어요..
2017.11.02 00:54
2017.10.31 17:59
2017.10.31 18:24
지난주부터 듀게에 관련 글을 올려고 했었는데 어디 비빌만한 칼럼이나 기사 하나가 없어 어찌 운을 뗄지 막막했었는데 마침 어제 도올선생 인터뷰 듣고 정말 반갑더군요;; 제가 사드 관련해서 전부터 중국 국내 정치권력투쟁 때문에 보복이 심해진 부분이 있고 19대 당대회 전까지 견딜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렇고 나름 그 동안 제가 중국에 살면서 눈 뜬 장님으로 산건 아니다 싶은 요즘입니다 ㅋ
2017.10.31 18:22
세밀한 분석 기사는 못본 듯 해요
대표 정론지가 존재하질 않아 점점 한국 언론 수준이 떨어지는 듯.
장삿꾼 조선일보가 다 망쳐놓았죠.
2017.10.31 18:58
2017.10.31 22:37
시진핑이 당대회 마지막연설 내용도 대단히 인상적이었어요. 저런 신념이 사회주의의 장점과 잘 결합할 수만 있다면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의식수준으로나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자리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는 (아주 잠깐이지만 거의 불가능한) 꿈도 꾸게 만들더라구요. 칠상팔하 같은 건 우리나라에도 좀 도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3분기 경제지표가 긍정적이라고 해도 언제 터질지모르는 역대급 가계부채에 국내소비 경색은 거의 풀릴 기미도 안 보이고 반도체호황주기가 하락사이클을 타게 될 때는 고스란히 뒤집어쓸 위험도 너무 커서 꽃길이라고 웃지도 못하겠습니다. 모쪼록 꽃길은 몰라도 적폐청산 끝날 때까지는 제발 유지되기를. 시진핑이 방한하면 영업 열심히 해서 앞으로 닥칠 경제위기 피할 수 있게 대중무역시장 많이 개척되면 좋겠습니다. 트럼프는 러시아스캔들로 탄핵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오바마 때 생각해보니 우리한테는 그냥 저렇게 연명하는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ㅎ 세상일이라는게 참
2017.11.01 00:19
시진핑이 중국을 유토피아로 만들 수는 없을테지만 시진핑이 자신이 말한 방향대로 노력하지 않으면 중국은 망합니다. 굶어 죽는것을 벗어나니 그 뒤에는 사회적 분열로 폭동이 일어나서 망하는것을 피하기 위한 노선이 대두된 것으로 보면 이해가 빠를 듯요. 무슨 위인이라거나 선지자라서가 아니라 똑똑한 합리주의자 + 혁명영웅 집안 출신이지만 촌구석 밑바닥에서부터 민중과 부대끼며 성장해온 정치인만이 갖을 수 있는 실무능력+공감능력은 덤 (괜히 인기가 좋은게 아니죠.... 그런 대중적 인기는 아무리 공산국가식 언론통제를 한다고 해도 만들어지기 어려워요. )
말씀하신 리스크들은 당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불가역적인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오기 전에 어느정도 제어가 가능한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그러한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선순환 구조로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정책의지가 있느냐의 문제겠죠. 문재인 정권은 그런 측면에서 꽤 맞춤형 정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편....즉,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권을 세운 국민의 지혜라고나 할까....
2017.11.01 00:24
정치 제도에서도 민주주의가 정착이 되면 칠상팔하는 없어져야죠..
2017.11.01 09:26
http://www.djuna.kr/xe/board/13209960 - [한중관계의 리즈시절은 이제 끝장난거 같군요.]
저는 이 글의 후속 이야기들이 궁금하네요. 6개월 정도 됐군요. 피부에 절감될 정도의 관계 손실이었는데 잘 복구되었는지요.
그리고 [시진핑은 개혁개방이후 가장 친남한파인 중국 지도자였는데 집권 이후 반대파들을 숙청하면서 중국인민들의 인기에 비례하여 적도 많아졌고 그 중에서 친북한파가 다수인 군부가 사드문제를 기점으로 시진핑의 친남한 노선의 오류에 대한 공격조짐이 있었고 올해 전인대를 통해 장기집권의 결정적 토대를 구축하려는 시진핑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사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에 타협의 여유가 없다]라고 저 글에 나와있는데, 1. 북한이 난리를 쳐서 친북한파가 수그러든건지 2. 당대회(전인대는 거들뿐?)가 끝나서 덜 신경써도 되게 된 건지 3. 외교라인의 대상이 바뀌어서인 건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 다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2017.11.01 09:56
뱀발: 중국 이야기를 할게 참 많았는데, 옆길로 샐까봐 댓글로 짤막하게 코멘트- 최근 끝난 중국공산당제19차 당대회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입니다. 전인대니 뭐니 그런건 다 그저 거들 뿐. 그 중요한 이벤트에 대해 국내 언론 대부분은 무슨 시진핑 장기집권 시나리오 같은 프레임에 갖혀서만 보도를 하더군요. 정말 한심;; 그럴려면 일년에 수억씩 들여 중국 특파원을 쓰지 말고 그냥 외신이나 베껴 쓰지 말입니다.
장쩌민 집권기에 중국 관련 프로젝트 때문에 출장을 다니기 시작해서 중국에 들어와 살기 시작할 무렵 시작된 후진타오 체제를 거처 이제 시진핑 집권 2기 째를 맞이 하고 있는데 그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은 개발독재 - 성장주도 시대(장쩌민) 를 거처 법치와 분배(후진타오) 의 기초를 다지는 과정을 거처 현재 시진핑으로 이어지고 있는 그 구체적인 상황을 한복판에서 겪고 있는데요. 시진핑은 개발독재 시기에 발생했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김대중-노무현도 해내긴 커녕 악화 시켰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문재인 정권과 비슷한 비전을 제시하고 실제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정치인이자 정치세력의 리더입니다. 이것도 운빨이라면 참 기가막힌 운빨....
중국 공산당이 지난 30여년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정책중 가장 마음에 들고 한국정치보다 좋다고 생각되는게 뭐냐면 칠상팔하(당 고위직에서 67살은 승진,68살은 퇴임) 원칙인데 이번 당대회에서 올해 68세가 된 시진핑의 최측근이 자진사퇴며 유지된 원칙이죠. 그냥 있는 그대로만이라도 제대로 보고 제대로 전달하면 기레기 소리 듣지 않을텐데....뇌가 없는건지 썩은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