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리필)

2019.05.19 07:11

안유미 조회 수:671


 1.심심하네요. 사실 백수에게도 주말은 노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이예요. 왜냐면 나와 놀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주말엔 쉬니까요. 나와 놀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중에 일을 하니...나도 그들에게 맞춰 주말은 쉴 수밖에요.



 2.sns에서 팔로워를 많이 가진 사람이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는 걸 봤어요. 페이지를 보니 술자리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듯 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뀐 것 같았어요. 사람이 좋아서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니라 그냥 외로운 게 싫어서였던 거 같다...이젠 사람들 만나는 거나 술자리도 지겹다...인간관계의 거리조절은 힘들다 뭐 이런 넋두리들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죠. 뭐 인간은 각자 다르니까 그의 문제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잠깐 지쳐서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생각이 바뀐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 원하는 게 바뀐 것일 수도 있겠죠.



 3.뭐...나는 그래요. 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즐겁다고 몇 번 쓰긴 했지만 거기 안 쓴 말이 있죠. 사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아주 가끔 해야 재밌다는 거 말이예요.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10번 술을 마시면 그중 8~9번은 내게 술도 따라주고 과일도 입에 넣어주면서 굽신거리는 여자(또는 남자)들과 마시는 게 재밌죠. 사람들과 대등하게 술을 마시는 게 즐거운 건 10번의 술자리 중 1~2번 정도까지만인 거예요. 그 이상의 것은 그냥 스트레스죠.


 왜냐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힘들거든요. 매순간 세심한 조절이 필요하죠. 둥근 공을 비탈길에 올려두기만 하면 계속 굴러내려가고 달걀을 옥상에서 떨어뜨리고 냅두면 바닥에 떨어지듯이, 관성과 중력에 물체를 맡겨버리면 충돌을 피할 수가 없어요. 관계도 그것과 비슷하죠. 관계를 파탄내거나 소원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그래도 되겠지만, 관계를 계속 좋은 방향으로 유지하고 싶다면? 지나치게 '흐름'에 맡겨버리는 건 좋지 않아요. 적절한 조절을 위한 드리블을 계속해서 구사해줘야 하죠. 그건 매우 피곤한 일이고요.



 4.휴.



 5.그리고 여러분도 그렇잖아요? 어딘가 놀러 갔는데 거기 있는 사람들이 인격과 자의식을 너무 드러내면 그들을 없애버리고 싶어지잖아요? 소위 너무 나대는 사람들 말이예요. 그놈들을 치워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겠죠. 아니면 그놈들에게서 나를 치워 버리거나.


 한데 문제는, 그놈들을 치워 버리거나 그놈들에게서 나를 치워 버리면 외롭잖아요. 그래도 인간들은 타인을 외롭게는 하지 않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인간들은 매우 짜증나지만 그래도 그런 기능을 갖췄다는 건 좋은 점이예요.


 이 짜증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지지 덜해지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어요. 남자는 나이를 먹게 되면 폭군이 되던가, 폭군이 못 되면 더 심한 꼰대가 되던가 둘 중 하나니까요. 


 

 6.그래서 좀 인공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거예요. 나는 놀러왔고 나를 제외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놀아주는 일을 하러 온 상황. 그 상황이 내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인거죠.


 그야 최고의 상황을 만끽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어요. 그나마 만끽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이 있을 뿐이죠.



 7.하지만 역시 그렇게 있다 보면 또다시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거죠. 나는 내가 이녀석들의 친구가 아니라 손님이라는 사실을 매순간 상기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10초에 1번씩 상기되곤 해요.


 그래서 10번중에 1~2번은 일반적인 술자리에 가요. 그러면 거기서도 다른 의미로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그들이 나대는 걸 봐야 하니까요. 그걸 보고 있으면 역시 사람들에겐 친구가 아니라 손님으로 있는 게 최선-최고는 아니지만-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돼요. 그게 내게 맞는 거라는 걸 말이죠.


 문제는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일정 시기마다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거죠. 나는 그것을 '깨달음을 리필한다'라고 칭하기로 했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95
123850 [왓챠바낭] 여세를 몰아(?) 코폴라의 '럼블피쉬'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3.07.26 331
123849 에밀리 브론테였다가 신이기도 했던 daviddain 2023.07.26 318
123848 엑소시스트: 믿는 자 예고편 [14] 폴라포 2023.07.26 378
123847 프레임드 #502 [3] Lunagazer 2023.07.26 82
123846 조선시대 임금 인조는 [9] catgotmy 2023.07.26 420
123845 오펜하이머 용산 아이맥스 예매 열렸습니다 [1] 상수 2023.07.26 341
123844 [핵바낭] 학폭, 악성 민원, 답 없는 미래 [22] 로이배티 2023.07.25 1310
123843 인과응보란 존재하는가? [6] ND 2023.07.25 548
123842 리셋에 대해 술 등 [5] catgotmy 2023.07.25 202
123841 프레임드 #501 [2] Lunagazer 2023.07.25 96
123840 잡담 - 가로수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내용 오류 수정), 양양을 다녀와서 [4] 상수 2023.07.25 291
123839 전기 모기채는 첨 누가 만들었을까 [4] 가끔영화 2023.07.25 326
123838 최근 읽은 책들+ 일상 잡담 [4] 칼리토 2023.07.25 330
123837 '바벤하이머' 열풍 [15] LadyBird 2023.07.25 705
123836 (아이유 X 뉴진스) 아이유의 팔레트 Ep 21 [2] 상수 2023.07.25 275
123835 바뀐 파랑새의 결말 [7] eltee 2023.07.25 454
123834 프라임-신 가면라이더 올라왔어요 [2] theforce 2023.07.25 142
123833 X된 트위터 [1] 상수 2023.07.25 341
123832 [영화바낭] 또 한 번 40년전의 톰 크루즈... 도 나오는 코폴라의 '아웃사이더' 잡담입니다 [14] 로이배티 2023.07.25 409
123831 [넷플릭스] '좀100' 을 봅니다 [2] soboo 2023.07.24 38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