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우영우를 아직 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볼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 글을 패스 하실 것을 권합니다.

스포 때문은 아니고 드라마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글이라  혹여 선입견이 생길 수 있거든요.

단순하게 말해서 우영우는 착하고 재미 있는 드라마여서 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글은 그 드라마로 파생되는 사회적 담론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1. 봄날의 햇살


 최근 트이타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떡밥 중의 하나가

 ‘많은 사람들이 권모술수를 욕하면서 자신이 봄날의 햇살이라 착각하는 것을 꾸짖는’ 내용이 제법 많더군요.

 사실은 당신들 대부분은 권모술수보다 못하다는 악담 혹은 저주의 글도 보이고요.

 뭐 그 이전부터 이어지는 ‘위선’과 ‘위악’ 논쟁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전 역시나 이건 모 아니면 도를 선호하는 목소리 큰 대중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둘 사이 어디즘이겠죠.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뭘 어찌해야할지 잘 모릅니다’  

 평상시 각자 자기 코가 석자인 삶인데 자신과 다른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것이야 특이할 것도 없죠. 


 제가 우영우가 참 좋은 드라마라고 느낀 계기는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일종의 미지의 영역에 설득력 있고 신뢰감이 가는  ‘가이드’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나는 자폐 스펙트럼을 포함하여 일반인들에 비해 어딘가 불편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잘 모릅니다. 

 물론 살면서 주변에 그런 케이스가 있었죠. 가장 최근은 아주 오래전 아마도 중학생 시절 급우였을겁니다.  

 너무 오래전이라 시대보정도 필요하고  일년은 같은 교실을 썼지만 워낙 그 친구에 대해 반 전체가 배려하는 시스템이 확고했고 그 아이를 괴롭힌다거 놀리는 그런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어요.  어느날  그 친구를 놀리고 괴롭한 (어느 반이나 꼭 있기 마련인) 양아치 두어명이 있었는데 (요즘의 일진이라 할만한) 주먹질 좀 하는 뒷자리 애와 역시 쌈 좀 하는 부반장이  그 양아치들을 피 떡이 되도록 팬 뒤로는  더더욱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고…. 


하여간 성인이 된 이후 일상적으로 사회적으로 접할 일이 없다가 비 일상적으로 간헐적으로  장애인 혹은 자폐인 혹은 여하간 보통과는 좀 다른 사람을 접할때

어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결국 무지는 공포를 낳고 그 공포는 최대한 기피하는 반응을 유발하게 됩니다.

피하기 어려울 때는 당연히 ‘약자’ 일반에 대한 태도를 갖추려고 합니다. 그런데 디테일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보니 살얼음판을 걷는거죠.


그런 사정에서 ‘봄날의 햇살’ 최수연 캐릭터는 너무도 이상적인 ‘가이드’입니다.

일단 우영우와 가족관계가 아닙니다. 가족은 완전히 특수한 관계라 일반인들이 참고할 기준이 될 수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최수연은 수년간 우영우와 함께한 대학생활을 거치면서도 우영우 당사자에게 ‘봄날의 햇살’같은 사람으로 인식되었어요.

하지만 막상 최수연은 지고지순한 유형도 마냥 헌신적인 캐릭터도 아닙니다.  

끊임 없이 흔들리고 우영우에게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자신을 객관화할 줄도 알고 우영우에 대한 값싼 배려의 위험성도 인지하고 또 제3자에게 경고할 줄도 압니다.


간단히 말해 나는 권모술수가 아니고 봄날의 햇살이다라고 자위하는 것이 아니라 봄날의 햇살을 보고 따라 하다 보면 썩 괜찮은 사람은 될 수 있겠다 하는 안도감이 드는거죠.




2.권모술수


그런데  한편 재미 있는 것은 권모술수쪽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니들은 뭐가 다르냐’ ’며  다 같이 똥밭에서 뒹굴자는 태도입니다. 

그런걸 보면 아직 괴물까지 된건 아닌가? 아직 일말의 양심이 먼지만큼이라도 남아있기는 한가보다 싶어요. 

혹자는 2030 보수화의 세태와 연결 시키기도 하는데…. ‘권모술수’ 권민우 캐릭터로 상징되는 상당수 2030남성들의 태도는  정치이념으로서의 ‘보수’와는 상당히 결이 다릅니다.

‘권모술수’ 권민우에 이입하는 2030남성의 현실은 그냥 ‘쓰레기’죠.  전 보수 = 쓰레기 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리영희 선생의 말씀처럼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쌍의 날개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청소노동자에 대한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연대(남)과 서강대(남)의 행동이나 인터뷰 등이 요즘 화제던데

관련하여 작년에 본 기사가 떠 오릅니다.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④ 세대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218373


사사인에서 실시한 비슷한 조사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kbs 조사는 50대 세대와의 비교 조사라는 특이점이 있더군요.


그런데 이 조사 결과 중에서 20대남성들의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에 부정적인 비중이 높은 결과를 두고

조선일보에서 학자들의 의견까지 동원하며 비판 기사를 내 놓은게 있었어요. 

논지는 별개 없습니다. “믿을 수 없다. 그럴리 없다”가 전부에요.  아니 돈도 많은 놈들이 반박하고 싶으면 지들도 비슷한 조사를 하면 되지?  어따대고 징징거리긴 -_-


그런데 권모술수 권민우에 대한 2030 남성들의 감정이입과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겉으로 드러나는 그대남들의 태도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저 kbs 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합니다.  게다가 요즘 대학이라는게 상위권 대학일수록 소득 상위계층 비중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니까 말이죠.


국민의 힘도 그렇고 조선일보도 그렇고 왜 2030 남성을 보수진영의 적자로 이뻐라 하는건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2030 남성의 저런 모습은 보수가 아니잖아요? 


아… 국민의 힘이나 조선일보도 사실 보수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군요 -_-;;;  

물론 극우도 아니죠.  그러고 보면 한국의 보수라고 불리는 집단은  참 이상한 애들이에요. 

괴물 그 차제.




 * 1번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가이드’ 보다는 ‘레퍼런스’가 더 적절한 표현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것도 직업병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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