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건' 때문에 적는 글인 건 맞습니다만 그 사건 얘긴 안 하려구요. 

너무 울적한 일이기도 하고, 아직 밝혀질 게 많이 남았으니 알지도 못하면서 뭘 많이 떠들기도 떠나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1. 

전 이번 비극들의 근원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자꾸만 아무 생각 없는 업무들을 학교에 추가하는, 그리고 그 여파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이 없는 그동안의 정권들과 교육부의 작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무슨 이슈 하나가 터질 때마다 이 양반들 대응 방식이 늘 그래요. 별 보탬 안 되는 듣기 좋은 얘기들 한참 한 다음에 '앞으로 학교에서 그것도 챙기도록 하겠다'라며 일을 만들죠.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교사들 일이 늘어나는데 그 와중엔 '이걸 대체 왜 함' 이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뻘한 업무들이 많고. 그래서 매년 '올해는 작년보다 더 빡세네'가 디폴트가 되어 대다수의 교사들은 늘 진이 빠진 상태이고요. 그 와중에 학폭 사안 처리처럼 위험한(?) 업무가 발생하면 아주 본격적으로 피가 마르고... 그렇습니다.


현재의 '현실 학폭 업무'라는 걸 간단히 거칠게 요약하면 이런 식이에요.


 1) 아무리 하찮고 별 거 아닌 일이라도 학부모&학생이 원하면 일단 학폭 사안이 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아무리 하찮은 결론이 나오더라도 거기까지 가는 길은 담임 및 학폭 담당 교사들에겐 짧으면 며칠, 길면 몇 주간 수업 비는 시간은 기본에다가 심지어 수업 시간까지(!) 몽땅 때려박고 퇴근 후 시간까지 바쳐야 하는 험난한 길이구요. 근데 1학년 애들 같으면 이런 일이 같은 반에 한 달에 몇 번씩 벌어지기도 합니다.


 2) 중대하고 심대한 사건이 되면 보람이 있을... 리가요. 어차피 교사에게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찰서랑 법원에서 해야할 일을 괜히 교사가 깔짝거리는 상황이 됩니다. 게다가 이런 심각한 사안이면 학부모가 변호사를 데리고 출동할 확률이 높고. 이 분들의 1차 전략이 '학교와 교사의 조치에서 허점을 찾아 공격하자'에요. 그럼 졸지에 가해 학생보다 훨씬 더 위험한 처지가 되는 게 담당 교사들인데, 이에 대한 보호나 예방 조치 같은 건 그냥 문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웃기는 건 이런 지적과 청원의 목소리가 나온 게 걍 네이버 검색으로 기사만 뒤져봐도 최소 6년 전부터란 말이죠.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1711020951001

 (6년 묵었지만 교사들 처지가 잘 드러난 괜찮은 기사라고 생각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그런데 그냥 쭉 냅둔 거죠. 사람 한 명 죽어서 이슈가 될 때까지 말입니다.

애초에 진보고 보수고 간에 학교 현장 얘기하면서 교사들 인권에 관심 가져 주던 진영은 없거든요.



2.

악성 민원... 얘길 하자면요.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멘탈 위기 상황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이 다 아주 격하게 화가 나 있고 근심 걱정에 쩔어 있고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충전하고 사는 느낌이랄까요. 온라인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 와중에 교사란 게 사회적으로 별 부담될 것 없는 존재이다 보니 뻑하면 화를 마구 발사... 뭐 이런 상황 같구요.


학생 일로 학부모들과 대화를 해 보면 요즘 학부모들이 확실히 까칠 예민하고 상대 난이도가 높습니다. 뭐 한 마디라도 애매한 여지를 남기면 급발진하는 분들이 수두룩 한데.

가만히 보면 특별히 교사를 무시하거나 증오한다기 보단 그냥 늘 그런 상태로 살고 계신 것 같은 분들이 많아요. 다른 데 가서도 늘 그러시다가 학교에 와서도 그러는 거죠.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식 관련해서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진상력이 대폭발할 가능성도 높은 거고.


왜 가끔 사회면 뉴스들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꾸준하게 누군가에게 진상 부리는 사람을 붙잡아다 '너 왜 그랬니?'라고 물어보면 걍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그랬다... 이러는 경우들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인생 스트레스를 학교에 푸는 사람들도 정말 꽤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접 경험한 사례도 몇 번 있고 그래요.


근데 이런 건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 교사 노조 사람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교사 개인 연락처는 철저히 감추고 학교의 모든 전화는 콜센터처럼 '당신의 귀한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전화를 받고 있...' 같은 메시지를 넣으면서 모든 통화를 자동 녹음하게 해달라. 는 얘길 하던데 뭐... 좀 웃기는 기분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면 좀 나아질 수도 있긴 하겠네요.



3.

요즘들어 이런저런 정치인들, 관료들이 내놓는 '해법'이란 것들도 참 웃깁니다.


일단 교육부장관님께선 '교권 침해 사안을 생기부에 적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네요.

이게 무슨 해결책입니까? 대체 무엇을 해결하려는 건데요?? ㅋㅋㅋㅋㅋ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데요. 초등학교 1학년이 생기부에 뭐 적히는 게 무서워서 말을 듣겠습니까.

게다가 학부모가 괴롭히면 어쩔 건데요. 자식 생기부에 '얘 아빠가 전화해서 폭언을 하는 등 교권 침해 행동을 저지름'이라고 적습니까.

당신 담당 업무에 대해 생각이란 게 있습니까 휴먼? 이런 인간이 교육부 수장으로 2회차를 하고 있다는 게 참 비극이죠.


그리고 리준석씨도 한 마디 하셨던데요. '담임과 학부모를 철저히 분리'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하셨습니다.

오오 역시 제갈공명 호소인답게 교육부 장관 따위보단 좀 그럴싸한 발언을 하네요. 그런데...

한국 학교 안 다녀보셨습니까 휴먼?? ㅋㅋㅋ

저런 게 가능하려면 말이죠, 그냥 담임 제도를 없애야 합니다. 담임이란 게 존재하는데 학부모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한다... 라니 이게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입니까.

현실의 담임 업무를 잘 모르니 쏘쿨하게 저런 소리도 할 수 있는 거죠. 물론 말을 짧게 했을 뿐 그 속 깊은 뜻으로 담임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을 낸 걸 수도 있겠지만,

그건 대한민국 학교 시스템을 근본부터 다 갈아 엎는 대규모 작업을 몇 년간 빡세게 치르기 전엔 불가능하구요.

게다가 매우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와 학부모들 사정을 생각할 때 담임 제도를 없애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안 되겠죠 아마. 그냥 통화 녹음 시스템이라도 갖춰주시죠?



4.

자꾸 '교권' 같은 애매한 표현을 들먹거리면서 논의가 진행되는 게 개인적으론 좀 마음에 안 듭니다. 전 '교권'이 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ㅋㅋ


그러니까 결국 이건 교사라는 사람들의 기본 인권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가해자는 학부모들 이전에 정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보장되지 않을 환경을 적극적으로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게 그동안의 위정자들 선택이었으니 '교권 침해' 같은 괴상한 표현이나 '학생 인권을 너무 챙겨서 문제'라는 헌법 이념에 어긋나는 드립으로 면피, 도주하려 하지 마시고 제대로 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주면 좋겠죠. 해결 방안 같은 건 이미 수년 전부터 사방에서 나와 있으니 그것들 좀 주워 듣고 검토라도 해보면 아주아주 좋겠습니다만.


뭐 언제나 그렇듯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올해 수원 교육청에선 말이죠, 무려 '학폭 담당 교사들을 위한 힐링 연수'라는 걸 기획했거든요. ㅋㅋ 재미난 마술쇼도 보여줬다는!!!

이런 데 쓸 돈 아끼고, 2025년부터 도입한다는 디지털 교과서 같은 뻘짓 때려치우고 예산 남겨서 그걸로 선생 좀 살려주시면 참 좋겠읍니다만.

역시나,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 저 디지털 교과서 사업... 은 왠지 사안의 거대함에 비해 전혀 화제가 안 되는 느낌인데요. 


 http://www.sisa-news.com/news/article.html?no=235069


 한 번 읽어 보시면 아마 함박 웃음이... '세금 살살 녹네' 라는 드립은 이런 사업을 위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퍽퍽한 소리만 잔뜩 해대고 나면 왠지 민망해져서 꼭 음악이라도 하나 올리고 싶어진단 말이죠.



 Forget the future~ Just let it go~ (중략)

 Until tomorrow~ Live for today~~


 참 좋아하는 가사이고 노래입니다. '크라잉 게임' 영화는 두 번 안 봤지만 이 노랜 수천번은 들은 듯.

 그러니 뻘글 읽느라 낭비한 시간의 보상이라 생각하고 노래라도 한 번 들어주세요. 참으로 좋은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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