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많이 깁니다)

 

1달전 쯤인가,  가정 폭력에 대한 글들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굴 때가 있었죠

그때 한 댓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딸들은 그런 경우 어떻게 대처  하냐고요~

 

전 현재  독립을 해 살고 있습니다.  독립을 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의 31번째 결혼기념일날,

사소한 일이 발단이 되어 싸움이 시작됐고,  그 싸움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나 자식들을 때리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화를 삭히기 힘들 때  물건을 던지곤 합니다. 휴대폰 같은 것이요

그날 아버지의 타켓이 된 건 안방에 있던, 1달전 할부로 산 TV 였습니다. 짐작컨대 리모콘으로 던진 것 같습니다.액정이 산산조각 났더군요.

 

그 후, 부모님 사이에 심한 언쟁이 일어났습니다.   자세히 적을순 없지만, 여자로서 듣기 힘든 얘기였습니다. 저 사람이 한 여자의 남편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죠.

TV 할부금을 내야했던 오빠는 부서진 티비를 보고, 열이 받아 아버지에게 화를 냈고 아버지는 덩달아 자식이 대든다며 열받아했죠.

그런 상황이 일어날 때, 전 제 방에 꼼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실 너무 무서웠거든요. 뉴스에서나 보는 일들이 저희집에 일어날까봐서요.

3~4년전, 오빠가 군대간 사이 아빠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날 싸움은 평소보다 더 심해져, 끝내 이혼 얘기까지 오갔습니다.

오빠는 이번에야말로 이혼을 하라며, 내일 당장 자신이 서류를 떼오겠다고 하더군요. 아버지도 질세라 이번에 이혼 하겠다며 내일 꼭 떼어오라고 했죠.

그리고 아버지는 제 방문 앞에 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혼 후 너희들에게 한푼도 해줄 수 없다. 너희도 다 컸으니 니네가 알아서 살길 찾아라' (정확하진 않고 대충 이런 내용)

 

물론 맞는 말입니다. 대학도 졸업했고 직장도 있으니 클만큼 컸죠. 하지만 당장 모아놓은 돈이 없었기에 저는 절망적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란 사람에게 그런말을 듣는다는게 화가나고, 너무 슬펐습니다.

너무 울어 퉁퉁 부은 눈으로 어머니는 저를 바라보시며  걱정하지 말라고, 이혼해도 내가 책임지겠다고....

아버지에게 화가 날때, 너희들(저와 오빠)를 혼내며 많이 풀었다며 .... 고해성사(?)도 하시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제 사주를 봤는데, 저는 평생 외롭게 살 팔자라... 일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저도 어머니를 따라,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전 난생 처음으로 위액을 토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머니와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퉁퉁 부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전 결심했습니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겠다고요.

 

그 후, 전 아버지가 의식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방 TV가 부서진 탓에 거실  TV를 차지하고 있던 아버지랑 마주치기 싫어,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식사도 방에 들어와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눈을 치우고 계시던 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더군요.

전 무시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아무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인사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반성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또 무슨일이 닥칠까 너무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전 결국 나가기로 결심했고 독립 전까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독립 전날, 어머니를 통해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담배만 피우시더군요. 그리고 독립하게 된 날 아버지는 '이건 아니지 않니...'라고 하셨습니다.

뭐가 아니라는 걸까요.... 어쨋든 전 2월 초 ,  독립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아버지기 돌아가셔서  어쩔 수 없이 장례식에 참여했고, 아버지의 얼굴을 봤습니다.

아버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던 그곳에서, 단 한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조문한 친구들과 고스톱 치기에 바빴죠.... 전 솔직히 아버지가 부끄러웠습니다.

자신의 장인 장례식에서 조문객들보다 더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고스톱에 빠져드는 모습이....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요....

 

그 후, 3월 독립생활은 나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이 이상하게 힘들어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함께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독립 후 전혀 신경쓰지 않던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언제나 절 걱정하셨고, 눈물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전 어머니의 그 희생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그 사건이 있던 날 제게 했던 말들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외롭게 살 팔자라는 말이요. ... 

 

외로웠습니다. 아침에도 울었고, 퇴근 후 저녁에도 울었고, 일하는 중에도 울었고, 퇴근하는 버스길 안에서도 울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계속 떠올라,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점점 아버지란 사람을 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걸핏하면 화가 났습니다. 그일과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제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4월, 결국 망설이던 끝에 정신과에 찾았습니다.  그날의 일들을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선생님은 그러시더군요. 부모님이 이혼하진 않았지만, 이혼 후 감정을 제게 미리 느꼈을 거라고요. 그리고 독립으로 외로움이 가중됐다고요.

애도 기간이라고 하셨습니다... 누군가와의 이별 후 겪게되는 시간을 말이죠.

 

꽤 많은 양의 약을 받아왔습니다. 약을 먹으니 눈물은 많이 줄어들더군요. 하지만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4월 ~ 6월 사이, 약을 먹으면서도 특히 어머니에게 화를 많이  냈고,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수신거부하며 어머니의 전화를 피했습니다.

약을 끊게 된 것도, 어머니와 다시 연락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사건 덕분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이 좀 그렇지만

 

6월 말, 직장으로부터의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습니다. (참고로 전 프리랜서이기에, 그들이 그래도 할말이 없었습니다)

해고 소식을 듣게 된 날, 어머니에게 전화해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의사와 상의 없이 약을 끊었습니다. 갑자기 약을 먹는 제 자신이 싫어졌다고나 할까요. 

마지막으로 회사일을 마치고, 곧장 병원에 가 사실을 말했습니다. 제가 약을 끊은 5일 동안 아무일도 없었다고 하니 그럼 끊으라고 하시더군요.

7월~ 8월 마음을 추수르기 위해 템플 스테이를 며칠 떠났고,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영화도 책도 많이 보고

틈틈히 아르바이트도 했고요.  

 

그리고 9월이 되었네요.  어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오빠와 어머니가 제가 걱정 돼, 오피스텔을 얻어주려고 아버지에게  돈을 보탤 수 있는지 물어봤답니다.

오빠가 '아들과 딸은 다르다. 아버지가  딸을 내쫓은거다. 그런 상황에서 딸은 함께 살수가 없다' 고 아버지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대답은....  '한푼도 줄수 없다. 그럴 돈이 없다. 차라리 나에게 500만원을 해달라. '

 

어머니는 자식을 걱정하지 않는 아버지의 태도를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머니는 이혼을 결심하셨다고, 제게 마지막으로 물으려 오신거라고 했죠.

전 처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지만, 상관 없다고 어머니의 인생을 사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가시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더군요. 

 

제가 지금 드는 생각은 .. 

먄약 제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싸우실 때, 방에 있지 않고 당당히 거실로 나가 무언가 행동을 취했다면....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가 내게 웃으며 인사할 때,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시냐고 말했다면....

내가 그냥 꾹 참고, 독립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전화를 했을 때, 피하지 않고 받았더라면 ....

오빠와 어머니가 말하기 전, 내가 직접 아버지를 찾아가 내 의사를 전달했더라면....

 

소용 없겠죠.... 이미 지난 간 일이고

아버지는 절대 변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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